4차원 마윈의 최고 무기는 발상의 전환과 상식 파괴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제프 베이조스가 30세 때인 1994년 아마존을 창업했을 때 세계 최고 부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였다.

그러나 고작 26년이 지난 지금 그는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에 반열에 우뚝 섰다.

더불어 아마존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미국인 뿐 아니라 전 세계인까지 불편을 겪을 정도로 아마존과 베이조스의 위상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산술적으로는 14억 명의 소비자가 있다고 봐야 하는 중국에 이런 기업이 없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름도 재미있고 친숙한 알라바바로 중국 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점유율이 80%에 이른다.

매일 1억 명 이상이 물건을 구매하는 곳이라는 명성도 자랑한다.

정말 알리바바가 아마존 같은 명성에 어울리는 지는 2020년 4~6월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감이 잘 오지 않을 수 있는 금액인 1537억5100만 위안(元. 26조12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34% 증가한, 언필칭 어마어마한 규모에 해당한다.

올해 전체 매출로 따지면 셈에 약한 사람들은 머리가 좀 복잡해진다.

시가총액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11월 초 금융 자회사인 앤트그룹의 홍콩 및 상하이(上海) 증시 상장 실패로 주가가 폭락하기 전까지만 해도 1조 달러를 바라볼 정도였다면 더 이상 설명은 사족이라고 할 수 있다.

거의 애플 수준의 공룡이라고 해도 좋지 않나 싶다.

아마존보다 무려 5년이나 늦은 1999년에 출범한 알리바바의 성공은 말할 것도 없이 유럽연합을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일본, 러시아 등의 인구를 다 합친 것보다 많은 소비자가 보장하는 엄청난 내수 시장과 큰 관련이 있다.

여기에 마윈(馬雲) 창업자를 비롯한 경영진의 뛰어난 능력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발상의 전환, 혁신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알리바바의 혁신을 살펴보려면 무엇보다 창업자인 마윈의 괴물 같은 성격이나 스타일을 간과할 수 없다.

한마디로 좋은 의미에서 치파(奇葩), 즉 4차원적인 그의 성향이 알리바바의 혁신 원천이었다는 얘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어느 정도 괴짜였는지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만남과 투자를 성사시킨 2000년 초의 일화가 잘 말해주지 않을까 보인다.

당시 그는 공동 창업자 17명과 함께 고향인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시후(西湖) 강변에서 알리바바를 출범시키기는 했으나 운영 자금이 없어 고전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적지 않았던 초기 자본금 50만 위안(元. 현 시세 8500만 원)은 수개월 전에 이미 허공으로 사라진 뒤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대로 손가락만 빨고 있으면 부도는 시간문제였다.

마침 그때 베이징에 손 회장이 온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그는 무작정 베이징으로 달려가 일면식도 없는 손 회장을 만났다.

이어 특유의 현란한 달변으로 단 6분 만에 20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아냈다.

손 회장도 그렇지만 마 창업자가 얼마나 4차원적이었는지를 말해주는 일화가 아닌가 싶다.

영어 교사이기는 해도 인터넷의 I자조차 모르던 사람이 전자상거래에 주목했다는 것도 그가 평범함을 거부하는 간단치 않은 경영인이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창궐로 인한 경영 위기가 도래했을 때 전 직원들에게 물구나무 서기를 권장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보는 눈을 가지라고 역설했던 사실 역시 거론해야 할 것 같다.

결국 직원들은 그의 말에 부응했다.

경영 위기 상황에서 절묘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내면서 알리바바가 일거에 업계 부동의 선두주자로 도약하도록 만들었다.

이후 알리바바의 경영은 혁신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신용카드조차 활성화되지 않은 시절인 2004년 전자결제 플랫폼인 즈푸바오(支付寶. 알리페이)를 출범시킨 것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즈푸바오를 시장에 내보인 것은 완전 신의 한수였다.

지금은 알리바바 산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시장을 완전 석권하고 있다.

걸인도 구걸을 즈푸바오의 QR코드를 이용해 하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할지 모르나 분명한 현실이 돼 있다.

타오바오가 짝퉁의 온상이라는 비난을 받자 역발상으로 진퉁만 판매하는 별도의 쇼핑몰인 톈마오(天猫. 티몰Tmall)를 론칭한 것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경쟁사인 텅쉰(騰訊. 텐센트)의 콘텐츠 생산 자회사 간부인 인싱르(尹星日) 씨는 “알리바바의 혁신은 일반 회사에서 일상으로 벌어지는 일이라고 보면 된다. 인재들이 많아서라고 할 수만은 없다. 기업이 커지지 않는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텅쉰도 배워야 한다.”면서 알리바바를 높이 평가했다.

말할 것도 없이 알리바바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윈과 그룹 전체가 너무 튄다는 것이 아마도 가장 대표적인 혹평이 아닐까 보인다.

한화로 무려 3000조 원 이상의 청약 증거금이 몰린 앤트그룹의 상장이 연기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는 설이 없지 않다.

하지만 혁신 정신 자체로만 놓고 보면 중국 내 넘버 원 그룹은 알리바바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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