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 개편안, 개인배정 물량 20→최대 30%로...'균등배분'도 도입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주 청약 첫날인 지난달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청약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주 청약 첫날인 지난달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청약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1억원을 투자해도 2주 정도밖에 배정 받을 수 없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원성을 사왔던 공모주 청약 방식이 일반(개인) 청약자의 기회를 넓히는 방식으로 개편된다.

개인 배정물량을 현행 20%에서 30% 수준까지 늘리고, 소액 투자자들도 청약할 수 있도록 균등배정 방식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12일 열린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모주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토론회에서 제안된 의견 등을 검토한 뒤 공모주 개편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 공모주 일반물량 30%까지 확대

금융당국이 공모주 청약방식 개편을 추진하는 이유는 현행 IPO(기업공개) 제도에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SK바이오팜을 비롯해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등 IPO 시장의 대어들이 잇따라 등장했지만 기관 투자자들만 돈을 벌었을 뿐 정작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온 몫은 극히 적었다.

현행 공모주 배정 방식이 ▲우리사주조합 20% ▲개인투자자 20% ▲국내외 기관 60% 라는 공식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에게 배정된 물량이 워낙 적다 보니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게임즈나, 빅히트 같은 인기 기업의 경우 수 천 만원의 청약금을 넣고도 1주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나왔다.

이에 따라 이날 자본시장연구원은 우선 일반 청약자 배정 물량을 확대하는 개선안에 초점을 맞췄다.

하이일드펀드(신용 등급이 낮은 투기 등급 채권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고위험 펀드) 배정 비율을 10%에서 5%로 줄이고, 우리사주조합 청약 미달 물량은 최대 5%까지 개인 청약자 물량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개인 청약자에게 배정되는 물량은 현행 20%에서 최대 30%까지 늘어난다.

◇ 소액투자자도 청약 '균등배정' 방식 도입

또 소액투자자도 청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인 균등배정 방식도 도입된다.

현재 공모주 개인 배정 방식은 고액자산가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증거금 규모에 따른 비율로 주식을 차등 배정 하기 때문이다.

인기 공모주의 경우 거액의 증거금을 동원할 수 없는 소액 개인청약자의 참여 기회가 제한된다는 지적을 고려한 방안이다.

이런 과정서 청약 증거금 경쟁 과열 문제도 발생한다.

개선안은 '차등배정'과 '균등배정'의 혼합을 제안했다.

균등 배정은 최소 청약 증거금을 낸 모든 개인에게 동등하게 배정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발표를 맡은 이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 배정물량 중 절반 이상을 균등배정으로 하고 나머지 물량에 대해선 지금과 마찬가지로 증거금 규모에 따라 차등배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신청 및 상담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신청 및 상담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초과배정옵션' 제도 활성화 방안도 포함

'초과배정옵션' 제도 활성화 방안도 나왔다.

초과배정옵션은 공모주의 최대 15%까지 상장 주관사가 공모주를 추가로 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상장 후 주가 방어에 효과적이지만 실제로 쓰이는 사례는 거의 없다.

상장 후 주관사는 공모가의 90% 이상 가격으로 초과 배정 물량을 매수해야 하는데, 이 기준을 80% 이상으로 낮춰 제도를 활성화하자는 게 개편안의 골자다.

이 연구위원은 "초과배정옵션을 활용하면 주관사는 수요예측에 따른 시장수요 정보를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해 공모가를 결정할 수 있다"며 "주관사가 공모주 투자에 따른 위험을 낮추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반청약자 관련 제도 개편 외에 기업공개 절차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 방안도 거론됐다,

'기관투자자 신주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적절한 공모가격 산정에 기여도가 낮은 기관은 신주 배정을 제한하도록 하고, '코너스톤 투자자'를 사전에 유치해 공모주 물량 일부를 우선 배정 후 장기 보유하도록 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 전문가들은 "일반청약 확대 반대"

이날 이어진 토론회에서 전문가는 일반청약 배정물량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전진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모가는 주관사의 실사와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을 통해 이뤄진다"며 "기관 비중이 작아질수록 경쟁이 심해지면서 적정 공모가가 형성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청약 경쟁률은 예측이 상당히 어렵고 실권이 생기면 증권사가 전량 인수해야 한다"며 "이는 기존 청약 투자자에게도 막대한 손실을 입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교직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도 "올해 핫 마켓이 형성됐다고 일반 청약자 배정 물량 확대하면 나중에 개인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 있다"며 "일반청약 배정물량 확대는 아직 검토할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진우 삼프로TV 대표는 "개인투자자 물량을 지금보다 조금 더 늘려서 1주에서 1.7주를 받게 하는 게 본질은 아닌 것 같다"며 "복잡하더라도 공모를 받을 때 개인들도 보호예수를 3개월, 6개월 등으로 걸도록 해 오랜 기간 팔지 않겠다는 투자자에게 많은 물량을 주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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