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강하지만 감독능력 부족 비판이 앤트그룹 IPO 무기한 연기로
마윈의 은인자중 영향력 극소화가 알리바바의 미래보장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알리바바는 주지하다시피 20여 년 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줄기차게 혁신에 주목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제는 혁신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말을 듣게도 됐다.

혁신의 쓰나미에 올라 탄 채 서핑을 즐기는 기업으로 불리는 것은 결코 괜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해야 한다.

매년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독신의 날. 요즘은 솽스이雙十一로도 불림) 행사 때마다 매출 신기록을 올리는 것만 봐도 그렇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올해의 경우 1일~11일 사이에 무려 4982억 위안(元. 84조6900역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의 2684억 위안의 거의 두 배 가까운 것으로 사상 최고 기록이다.

총 주문 건수 역시 전년에 비해 8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쳇말로 잭팟을 터뜨렸다고 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 2위 업체인 징둥(京東)이 2715억 위안을 기록한 사실을 상기하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내년 이후를 더욱 기대하게 된다고 해도 좋다.

아마존의 위상까지 넘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보인다.

‘와이탄 금융서밋’에서 연설하는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하지만 알리바바는 지금 웃지 못하고 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오금이 저려 바짝 긴장한 채 당국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해야 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사상 최고의 성과를 올린 광군제 호재가 주는 기쁨보다 최근 갑작스레 찾아온 악재 쓰나미가 불러오는 공포가 그룹 주변을 배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한다.

한마디로 화는 홀로 오지 않는다는 불후의 명언인 화불단행(禍不單行)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우선 최근 결정된 산하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마이진푸. 螞蟻金服)의 역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의 무기한 전격 연기 이유가 단순하지 않다.

당초 이달 2일까지만 해도 앤트그룹의 홍콩 증시와 중국판 나스닥에 해당하는 상하이(上海)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상장은 거의 결정적이었다.

상장 즉시 투자자들이 대박이 난다는 소문도 파다해진 바 있었다.

중국과 홍콩 개미들의 자금 19조500억 위안, 한화로 무려 3200조 원이 몰린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상장을 통해 345억 달러(39조 원)의 자금을 확보한다는 앤트그룹의 계획 역시 가볍게 실현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금융 당국에 의해 이 계획은 저지됐다.

모든 것은 마치 계획돼 있었던 것처럼 올스톱됐다.

앤트그룹은 물론이고 투자자들, 증시 주변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카오스에 빠졌다.

이처럼 다분히 의도적인 듯 보이는 당국의 조치는 아무래도 창업자인 마윈 전 회장이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행한 '와이탄(外灘) 금융서밋' 연설과 관계가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당시 그는 중국의 은행을 담보와 보증만 요구하는 ‘전당포’‘에 비유하면서 “전당포 정신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중국)는 규제에는 강하지만 (발전을 지켜보며) 감독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관리할 수 없다. 그렇듯 과거의 방식으로 미래를 관리할 수 없다.”면서 당국을 정면 비판했다.

현장에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 이강(易綱) 런민(人民)은행 행장 등 국가급 지도자와 금융 최고위 당국자들이 대거 참석했는데도 그랬다.

당국 입장에서는 묵과할 수가 없었다고 할 수 있었다.

급기야 10여일 후인 2일 마윈을 비롯해 앤트그룹 고위급들을 소환, “선을 넘지 마라.”는 요지의 엄중 경고를 했다.

이어 전격 상장 무기한 연기 발표가 나왔다.

진짜 작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더 중요한 점은 앤트그룹에 대한 조치가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직접 지시했을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이 아닐까 보인다.

홍콩 언론들은 실제로도 시 총서기 겸 주석이 그의 발언을 전해 듣고는 격노했다고 전하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알리바바와 마윈은 엄청난 괘씸죄에 걸렸다고 해야 한다.

그룹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최근 알리바바와 같은 공룡 인터넷 기업의 독점적 행위를 규제하는 새로운 지침을 마련하려는 사실 역시 예사롭지 않다.

누가 봐도 알리바바를 겨냥한 것이라는 사실은 별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베이징의 정보통신기술(ITC) 평론가인 저우잉(周穎) 씨는 “이번 지침은 플랫폼들이 경제 영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것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원칙적인 점에서는 당연하다고 본다. 그러나 알리바바가 당국의 눈 밖에 난 현실을 볼 때 오비이락이라는 느낌도 없지 않다.”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알리바바의 광군제 행사 모습. 사상 최고의 판매 실적을 올렸으나 웃지 못하고 있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현재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압도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새 지침이 마련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그룹이 쪼개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미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당했던 곤욕을 똑같이 치러야 할 가능성이 농후해지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사업에 성공하려면 시장(市場)이 아니라 시장(市長)을 찾으라는 말이 있다.

이는 관의 힘이 아직도 기업들보다 훨씬 더 막강하다는 얘기와 통한다.

알리바바라고 용 빼는 재주는 없다고 해야 한다.

당국에서 죽이려고 작정하면 언제든지 휘청거릴 수 있다.

방법은 당연히 있다.

당국의 도움으로 컸다고 보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납작 엎드린 채 보여줘야 할 겸손함을 우선 꼽아야 할 것 같다.

당국이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게 아닌가 보이기도 한다.

법적으로는 알리바바와 크게 관계가 없는 마윈이 은인자중하는 것 역시 필요할 것 같다.

그는 지난해 알리바바 창업 20주년을 기해 회장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렇다면 진짜 완전히 물러났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가족들이 숨겨 놓은 것까지 총동원해도 전체의 5%에도 되지 않을 주식을 통해 모든 알리바바의 주요 결정 사항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하고 있다.

동시에 강연회, TV 출연 등의 각종 행사를 통해 마치 셀럽 행세를 하면서 당국의 눈도 불편하게 하고 있다.

거의 사이비 교주 수준이라고 해도 좋다.

아마도 당국의 눈에는 알리바바가 창업된 1999년 사교로 규정된 파룬궁(法輪功)의 교주 리훙즈(李洪志)의 모습이 그에게서 어른거렸다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알리바바는 결정적인 단점이 존재하듯 분명 극단적으로 혁신적인 기업이라고도 단언해도 괜찮다.

예컨대 10여 년 전 광군제 행사를 창안한 후 중국 내 최대 쇼핑 축제로 만든 것은 분명 알리바바의 혁신적 사고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앤트그룹의 주 사업인 소규모 대출 상품인 화베이(花壩)와 제베이(借壩)의 존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단계와 네트워크 금융의 장점을 결합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짝퉁 상품이라는 일부의 비난도 없지 않으나 ‘꿩 잡는 게 매’라는 진리를 감안하면 역시 혁신 쪽에 점수를 더 줘야 한다.

규제 없는 세상에서 사업을 한다면 아마존을 바로 능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규제라는 것은 속된 말로 천당에도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의 천국 미국에는 중국에서 시행되는 것들보다 더한 규제들도 허다하다.

그렇다면 알리바바가 지향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겸허하게 다시 출발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알리바바의 미래는 아마존을 목표로 해도 좋을 만큼 밝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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