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대한항공만 아시아나 인수 동의"...조 회장 한진칼 지분 모두 담보 제공
조 회장 "'수송보국' 창업이념 수행하기 위해 인수 결정...일터 지키기 최우선"

16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서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서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항공산업 재편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기간산업 안정자금을 투입한 KDB산업은행(이하 산은) 등 채권단이 새로운 판을 짰고,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화답한 모양새다.

외형적인 모습만 보면 화려하다. 국내 1·2위 항공사가 통합해 글로벌 항공산업 '탑7'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메가 캐리어'가 탄생하는 것.

산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보유한 LCC(저비용항공사) 3사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산은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영권 분쟁 개입, 고용 불안 우려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건전경영 감시자의 역할을 할 것이며,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또 노조 등이 우려하고 있는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산은은 1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골자로 하는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 추진방안을 밝혔다.

◇ "국내 항공산업 미래 위해 불가피한 선택"

이동걸 산은 회장은 먼저 "한진칼과 총 8000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며 "이 딜(Deal·거래)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산업의 미래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통합 시너지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대규모의 자금이 직접 유입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함으로써 항공산업 정상화에 소요되는 정책자금 투입규모 최소화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투입된 정책자금 회수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무엇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내 항공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에도 이바지하는 등 국민 경제적 측면의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고 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한민국 항공 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공적 자금 투입을 최소화해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며 "'수송으로 국가에 기여한다'는 한진그룹의 창업이념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화답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대한항공도 다른 항공사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많은 고민과 부담이 있었다"며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이후 양사 임직원들의 소중한 일터를 지키는 데 최우선의 가치를 두겠다"고 다짐했다.

또 윤리경영, 책임경영, 투명경영을 원칙으로 고객과 주주의 가치를 제고하고, 소비자편익도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을 밝히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제공]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을 밝히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제공]

◇ "조원태 회장 경영성과 미흡하면 퇴진하기로"

산은이 5000억원 규모의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한진칼 지분 약 10.6%를 확보하게 된다.

경영권 분쟁 중인 한진칼의 현재 지분율을 보면 KCGI가 주도하는 3자 연합이 46.71%, 조원태 한진 회장 측이 41.4%다. 일각에선 산은이 조원태 회장의 우군으로 등장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산은은 이런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조원태 회장이 보유 중인 한진칼 지분 전체를 담보로 제공했으며, 산은은 주기적으로 경영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체와 대한항공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경영성과가 미흡할 시 퇴진하기로 하는 등 경영책임을 부여키로 했다"며 "산은은 경영평가위원회를 통해 매년 경영성과를 평가해 성과가 미흡할 시 경영진 교체와 해임 등의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방적으로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KCGI 등 3자 연합과도 향후 경영 과정에 협력하겠다"고 했다.

최 부행장은 "한진 측과의 협의 과정에서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 한진그룹 일가의 향후 항공 계열사 경영 참여는 없다는 확답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16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한 관계자가 항공사 모형 비행기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한 관계자가 항공사 모형 비행기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소비자 편익 증대 기대"

산은은 두 항공사 통합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우려도 진화했다.

앞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6개 노조는 긴급회동을 갖고 두 항공사 통합에 따른 노동 현안에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한 상태다.

최 부행장은 "양사 중복 인력은 관리직 등 간접부문이 600~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며 "양사의 연간 자연감소 인원과 통합작업, 신규사업 추진 등으로 소요되는 인력을 감안 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진 측의 확약을 받았다"며 "(통합) 진행과정에서의 직원들의 직원승계나 고용 불안이 없도록 최우선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독과점에 따른 소비자 편익이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현재 글로벌 항공시장이 치열한 경쟁상황이기 때문에 독과점에 따른 운임 상승이나 서비스 품질 저하와 같은 소비자 편익 감소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며 "오히려 노선과 스케쥴이 다양화 되고, 마일리지 통합 등 소비자의 편익 증대가 예상된다"고 했다.

두 항공사 통합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LCC 3사(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단계적 통합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도 전했다.

한편 산은은 이날 그동안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추진 과정도 공개했다.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과의 딜이 무산된 이후 한진그룹 외에 6대 그룹에도 인수의향을 타진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5대 그룹과 항공업을 영위하고 있는 1개 그룹이 대상이다.

최 부행장은 "6군데 그룹은 재무에 대한 여러 가지의 어려움과 코로나19로 인한 산업 불확실성으로 다들 관심이 없음을 표시해왔다"며 "(결국) 항공산업 재편 방향에 대해 한진그룹과 뜻을 같이 하게 됐고,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인한 국내 항공산업과 관련 종사자들의 피해를 감안해 실기하지 않도록 최대한 신속히 통합 작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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