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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동빈내항에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매퉁이라는 물고기를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맛이 좋아 어물전에 있는 생선도 아니고 낚시로 쉽게 잡을 수 있는 생선도 아니기 때문이다. 몸통은 숭어를 닮아 길쭉한 원통형이고 대가리는 가물치를 닮은 특이하게 생긴 물고기다.

쉽게 접하는 생선이 아니기에 배낚시를 하다가 매퉁이가 잡히면 이게 뭐냐고 주변 낚시꾼이나 선장에게 이름을 물어보는 좀 생소한 물고기였다.

4, 5년 전만 해도 여름철 전북 격포항에서 출조하여 위도나 왕등도 부근에서 민어 낚시를 할 때면 가끔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이기도 했다.

충청도 해역에서는 2018년 이전에는 거의 잡히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매퉁이가 2019년, 특히 2020년 여름, 보령 앞바다 낚시에서 상당히 자주 낚여 낚시꾼들을 성가시게 했다. 충청권 선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매퉁이가 올해처럼 많이 낚인 적은 없었다고 한다.

수온 상승 때문이다.

동해에서 많이 잡히던 오징어가 서해에서 잡히는 건 이미 오래전의 일이고, 동해 남부와 남해에서 잡히던 멸치가 이제 충남 해안에서 대량으로 어획된다.

태안의 신진항은 대규모 멸치잡이 배 선단의 모항(母港)이 되었고, 충남 서산 부근에 멸치 가공 공장이 여럿 들어선 지도 몇 년이 지났다.

2020년 가을 서해에서는 상당히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전라북도 군산 비응항에서 출조하는 낚싯배의 상당수가 아예 문어잡이 배로 변신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원래 문어는 서해에서 서식하거나 잡히는 어종이 아니었다. 물론 목포 인근 신안군 바다에 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문어(왜문어)는 고흥, 여수, 통영 등 남해 일대에 서식하는 두족류였다.

그런데 이 문어란 녀석이 2007년 새만금 방조제 앞 선유도와 명도 일대에 떼로 나타났었다. 그해 가을 명도 근처에 갑자기 나타난 문어를 잡으러 수십 척의 낚싯배가 모여들었다.

왜 갑자기 문어가 고군산군도 일대에 나타났는지에 대한 당시의 해석도 여러 가지였다. 새만금방조제로 인해 물길이 막혀서 그렇다는 설, 수온 상승 때문이라는 설 등이 난무했었다.

그러다가 한 십 년 서해에서 문어가 없어졌더니, 2018년부터 조금씩 잡히기 시작하다가 2020년 여름부터 기현상이 일어났다.

왕등도 등은 물론 고군산군도 일대, 심지어 외연도와 삽시도, 안면도까지 문어가 다량으로 잡힌 것이다.

이는 충남 북부 해역까지 문어가 북상했다고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문어만이 아니라 제주와 남해에서 잡히던 한치오징어가 충남 해역에서도 심심찮게 잡힌다.

수온 상승으로 인해 여러 어종이 잡히니 어민들의 소득 증대에도 도움이 되고, 낚시꾼도 여러 어종을 잡으니 좋지 않은가?

하지만 기후 이변이나 수온 상승과 같은 환경 변화는 반드시 생태계 어디선가 연쇄반응을 가져오게 되어 있다.

문어가 잡히면서 원래 충남 해역에 서식하던 주꾸미와 갑오징어 개체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것이 그러한 직접적인 예이다.

만약 올해처럼 주꾸미나 갑오징어가 잡히지 않으면, 당장 내년부터 주꾸미 낚시업을 기반으로 살아가던 서해 수천 명 낚싯배 선주와 선장들의 생계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 여기저기서 수온 상승으로 인한 생태계 변화의 신호는 계속 들려오고 있다.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한반도 연근해의 상황 변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연산호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돌산호가 서식지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그 변화의 하나이며 위에서 언급한 서해 어종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남해와 동해 역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수온 상승으로 인한 바다 환경의 변화에 대해 주무 당국인 해양수산부(장관:문성혁)는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을까?

해수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여러 자료를 면밀하게 찾아보아도 해수부가 한반도 연근해 수온 상승에 대처하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물론 해수부가 해야 할 일은 상당히 많다.

당장의 일도 아닌 미래의 일에 인원과 예산을 투입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해수부는 당장 TF팀을 구성해서라도 이런 변화에 대처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수온 변화에 따른 바다 생태계 변화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조사연구를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당장 어떤 일이 닥치면 이미 손 쓸 틈도 없이 진행되어버린 것이기에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가 있다.

수온 상승으로 인한 생태계 변화는 감당하기 힘든 재앙일 수도 있다.

변화의 와중에서 변화를 감지하고 조사연구만 철저히 되어 있어도 예기치 않은 변화가 일어났을 때 그 대책을 세우기가 쉽다.

보다 시급한 것은 해수부가 한반도의 바다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지난여름 기록적으로 오래 지속된 장마나 연이은 가을 태풍이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도 없다.

그렇다고 반대로 여러 이상 기후들이 지구 온난화와 전혀 관계가 전혀 없다, 라고 말할 근거도 없다.

지구 온난화란 서서히 진행되기도 하고 나타나는 양상이 매우 다양해 특정한 기후적 현상과 확실한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구온난화에 대해 정부가 그냥 무대책으로 방관해서는 안 된다. 육지보다 바다의 경우 그 일이 더 시급하다.

해수부는 ‘한반도 연근해 바다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인식을 반드시 공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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