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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0-12-02 11:10 (수)
[이철형의 와인인문학⑫] 슬기로운 와인 재테크 생활(3)
[이철형의 와인인문학⑫] 슬기로운 와인 재테크 생활(3)
  • 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 승인 2020.11.17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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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에서 와인 활용하기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슬기로운 와인 생활의 하나로 와인 재테크 방법을 지난 2회에 걸쳐 제시했다.

와인 구매하는 돈을 절약하는 스마트 구매에 관한 것이 1편, 주식 투자하듯 명품 와인에 투자하는 것이 2편이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 마지막 편으로 실제 대인관계와 비즈니스에서 와인을 활용하여 좋은 사람을 제대로 사귀는 인(人)테크와 계약 성사나 선물 등에 와인 공력을 통해 재테크를 하는 방법을 소개하기로 한다.

우리는 교양과 품격이 있어 보이는 사람을 좋아한다. 대화 과정에서 취미까지 같다는 걸 알게 되면 더욱 금방 친숙해지고 먹고 마시는 것에 있어서까지도 공통점을 갖고 있게 되면 첫 만남에서조차도 오래 사귄 친구처럼 친근감이 들게 된다.

바로 공감과 동화 현상이 주는 마력이다.

와인이 바로 첫 만남에서의 서먹함을 없애주는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의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외국인을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이 우리 전통주를 좋아해 주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전통주에 대한 스토리를 조금이라도 이야기해준다면 마음의 빗장이 금방 풀어지는 듯이 서양 사회에서 와인은 그들의 전통주이기에 같은 역할을 한다.

이것은 비단 와인 생산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와인 생산국이 아니더라도 그 사회의 상류층이나 지도층에 와인은 필수 교양 항목으로 들어있기에 와인 비생산국가에서도 교양과 품위, 그리고 취미를 알려주는 계기판 역할을 한다.

그럼 비즈니스에서 와인이 단순히 아이스 브레이킹의 역할을 넘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경우일까?

여기 실제로 와인으로 인해 비즈니스가 성사된 사례가 있다.

핀란드에서 새로운 기계를 들여와야 하는데 그쪽 회장이 3일을 기한으로 한국에 방한한 상태에서 가격협상을 하는데 이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독점적인 기술을 요하는 기계라서 대체품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협상 분위기도 바꿀 겸 이틀째에 한국의 사업가가 회장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이 자리에 자신이 좋아하는 티냐넬로를 가지고 나가 함께 식사를 했다. 티냐넬로가 메인 식사와 함께 나오자 회장이 “내가 이 와인 좋아하는데 핀란드에는 할당량이 작아서 참 구하기 어렵더라.”라고 하더란다.

이에 이 사업가가 자신도 이 와인에 얽힌 사연도 좋고 와인이 맛도 있어서 자신도 좋아해서 오늘 가지고 나왔다고 했더니 핀란드 회장도 프랑스 보르도 품종에 이탈리아 산지오베제를 블렌딩하여 새로운 모험을 시도한 혁신 스토리 때문에 더욱 이 와인을 좋아한다고 하더란다.

그렇게 식사를 하던 중 이 사업가는 슬쩍 화장실 가는 척하며 나가서 기사에게 집에 가서 남아 있는 세 병을 몽땅 가져오라고 시켰다. 그리고는 식사 후 핀란드 회장을 호텔로 데려다주면서 이 세 병을 전달했다.

“지금 이게 현재 내가 가진 전부인데 이 와인은 한국에서도 구하기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핀란드 보다는 상황이 나은 것 같으니 언제든지 자신이 이 와인을 구해놓을 테니 비즈니스를 떠나 필요하면 이야기하라”고 한국에서 사서 보내주겠다고 하면서, 그리고는 헤어졌는데 그 다음날 아침 일찍 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저녁 비행기로 귀국하니 어제 대접도 받았고 하여 점심 식사에 초대한다고.

그리고는 그날 점심에 만나서 한국 사업가가 원하는 가격으로 기계를 공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단다. 이 사업가는 티냐넬로 단 네 병으로 수십만 달러를 절약했다고 와인이 낳은 기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족을 달자면 그 핀란드 회장은 티냐넬로라는 와인의 개발 사연을 알고 그 사연 때문에 좋아했다는 한국 사업가의 사업 마인드를 읽었을 것이고 자신이 가진 와인을 비즈니스가 성사도 되지 않았는데 아낌없이 주려는 배려심이 핀란드 회장에게 통한 것이 아닐까?

혁신으로 상징되는 와인을 통해 언제나 혁신이 중요하고 필요한 사업에서 자신이 독점적으로 만드는 기계를 잘 사용해줄 사람이라고 그리하여 성공할 것이는 믿음이 생기니 당장은 좀 저렴하게 판매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추가 판매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이 한국 사업가는 1년 후에 실제로 그 기계를 추가 구매했다.

다음은 러시아로 제품 수출을 위해 출장간 사업가 이야기이다.

그는 러시아로 자신의 제품을 수출해야 하기에 모스크바로 출장을 갔다.

그동안 몇 번 만난 적은 있지만 거래가 성사된 적이 없는 러시아 잠재 바이어는 꽤 큰 유통회사 사장이었다.

도착한 다음날 오전에 사업 미팅을 했지만 별로 진전은 없어서 이번에도 거래하기 어렵겠구나 라며 실망하던 차였는데 저녁에 다른 약속 없으면 자신의 집에서 식사나 같이 하자고 초대를 하더란다.

외국인들이 집으로 초대하는 것은 드문 일인데 그래도 몇 번 만난 것 때문에 미안해서 초대하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시간에 맞추어 그 집으로 갔다.

와인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한국 사업가가 자신도 와인을 좋아한다고 귀한 와인 대접해주어서 고맙다고 하니 러시아 사업가가 한국에서도 와인을 마시냐면서 갑자기 셀러 구경을 시켜주겠다며 지하 셀러로 데려갔단다.

'샤토 라투르' 1961년 금세기 최고의 빈티지라고 일컬어짐.
'샤토 라투르' 1961년 금세기 최고의 빈티지라고 일컬어진다.

꽤 넓은 지하 셀러를 보여주더니만 한국 사업가에게 좋아하는 와인 아무 것이나 한 병 고르라고 했단다.

그는 죽 둘러보고는 1961년산 샤토 라투르(Chateau Latour)가 한 병 보이길래 이걸 일단 손으로 들었다가 잠시 살펴보고 내려놓고는 1989년산 샤토 앙겔루스(Chateau Angelus)를 골랐다.

그랬더니 러시아 사장이 한 병 가지고 모자랄 수 있으니 다른 거 한 병 더 하자며 1989년 샤토 페트뤼스(Chateau Petrus)를 들고 나오더란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호텔로 오기 위해 차를 타기 직전에 한국 사업가가 러시아 사장에게 한마디 건넸다.

사실 1961년산 샤토 라투르를 마시고 싶었으나 그 귀한 건 당신이 다른 좋은 날 마시라고 일부러 남겨두었다고.

그랬더니 러시아 사장이 솔직히 그거 들었을 때 가슴이 덜컥했다고 그러면서 내려놓기에 속으로 고마워했다고.

일부러 다른 와인을 고른 걸 자신도 알았다고 그래서 페트뤼스를 대신 추가로 들고 나온거라면서 껄껄 웃으며 내일 아침에 미팅을 다시 하자고 하더란다.

1961년 샤토 라투르는 전설적인 세기의 빈티지라 옥션 시장에서도 구하기 힘든 와인이고 샤토 앙겔루스는 생떼밀리옹 최고 등급인 프리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 A 와인으로 생떼밀리옹 지역 최고 등급의 와인이다.

샤토 페트뤼스는 뽀므롤 최고 등급의 와인으로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이다.

사실 이 사업가는 한 병을 포기한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는 빈티지에 속하는 두 가지 명품 와인을 마시는 행운을 누린 셈이다.

다음날 다시 미팅시간에 만나자 러시아 사업가가 “당신의 배려심에 놀랐다, 제품에도 당신의 철학이 들어 있을 테니 믿고 거래하겠다”며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하더란다.

그들이 전날 마신 와인을 굳이 돈으로 따지면 총 금액은 비슷할 수도 있는데...

비즈니스에서 또 활용하는 것이 선물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경우 추석과 설날에는 거의 선물을 주고받는다.

와인 문화가 지금처럼 보급되지 않은 2000년대 중반부터 매 명절 때 마다 와인으로만 선물을 한 사업가가 있다.

선물이란 것이 자신의 돈으로 사기에는 그렇지만 누군가 대신 사주면 고마운 그런 것에 마음이 더 끌리는 건 사실이다. 지금도 좀 그렇지만 당시에 와인이 그랬다.

언론에서 음식료의 문화 키워드로 등장한 것이 와인이었으나 이걸 막상 자신의 돈으로 사먹기에는 금액을 떠나 종류가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어려워서라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선물했을 때 상대방이 좋아할지 어떨지 모르는 것도 망설여지는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3~5만원 내외의 데일리 와인 수준의 와인을 10종 정도 테이스팅 한 후 자신이 맛있다고 생각되는 와인을 선택하여 매번 와인만을 선물했다.

선물이란 것이 감사함을 전하는 것과 동시에 '나를 기억해주세요'라는 의미도 담겨있기에 자신을 기억시키기 위해 매번 다른 종류의 선물을 하느니 차라리 와인을 선물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게 하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한 세번쯤부터는 거래선 상대방들이 명절이 다가와서 만나면 이번에는 무슨 와인으로 주실 건가요? 라고 물을 정도까지 되더란다. 지난번 와인 정말 맛있었습니다 라는 인사와 함께...

그는 별로 크지 않은 돈으로 자신이 정성껏 테이스팅해서 고른 와인을 보내는 것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상대방들은 이것으로 그를 기억해주는 것에 다시 감사했다고 한다.

덕분에 자신도 와인에 대한 지식도 많이 늘었고 거친 제조업의 세계지만 감성도 풍부해진 것 같다고 했다.

비즈니스 말고도 자식이나 손주에게도 사랑과 장기 안목을 길러주는 수단으로 와인을 활용할 수도 있다.

와인은 농산물인 지라 빈티지별로 한정 수량이 생산될 수밖에 없고 시간과 함께 맛과 향이 개선되는 명품 와인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에 존재하는 수량이 감소하게 마련이어서 그 희귀성은 더 높아진다.

비즈니스적으로 생년 빈티지 와인을 선물로 할 수도 있겠지만 자식이나 손주들의 생년 빈티지 와인을 구해놓았다가 그들이 성년이 되었을 때 성년식에서 같이 마시거나 혼사에서 같이 마신다면 그들에게 무언의 역사 교육과 함께 아무리 짧아도 20년 전부터 준비한 부모의 사랑을 무언(無言)으로 전해주는 셈이 되고 동시에 이걸 함께 마시는 자녀나 손주들에게 미래를 위한 장기 안목을 자연스럽게 갖게 하는 기회도 된다.

물론 거래 상대방의 자녀나 본인의 생년 빈티지를 전달하여 상대방을 감동시킬 수도 있다.

재테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실 자손에게 어떤 철학과 가치관을 물려줄 것이냐인데 대부분이 말로 전하는 것이지 와인처럼 체험으로 20년 이상의 세월과 정성을 전할 상품은 흔치가 않다.

그것도 함께 마시면 사라지는 것이기에 유한성에 대한 교훈과 함께 기억과 추억이 소중하다는 교훈도 말없이 전달해줄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식탁에서 와인을 종종 함께 접할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감각기관을 계발시켜주고 감성적 표현 능력도 키워주고 와인에 얽힌 에피소드를 나누면 세계관의 폭도 넓어지는 부수효과까지 얻는다.

비즈니스도 결국은 소중한 가족을 위해 하는 것이니 슬기로운 와인 생활의 시작은 가정의 식탁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부터라도 1주일에 하루만이라도 가족 와인 데이를 정해서 와인을 온 가족의 공동 주제로 삼아 함께 식사하며 식구의 의미를 다시 상기해볼 것을 권한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함께 할 수 있는 주제가 흔하지 않은 세상에서 와인이 충분히 그 매개역할을 할 수 있다.

가정이 화목하면 사업도 잘 해낼 수 있으니 사업 보국에도 와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