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양양산불 피해 산적하지만 내장객용 안내문 없어
올해 태풍 피해입은 마지막홀 석달넘게 복구 않고 방치

프라자CC설악 골프장 주변에는 작년 봄 발생한 강원 대형산불로 피해를 본 나무들이 즐비하다(사진=뉴스퀘스트)
프라자CC설악 골프장 주변에는 작년 봄 발생한 강원 대형산불로 피해를 본 나무들이 즐비하다.  [사진=뉴스퀘스트]

【뉴스퀘스트=김호일 기자】 한화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플라자CC설악은 강원 영동권에서 가장 오래된 명품 골프장이다.

대청봉, 울산바위 등 설악의 비경을 배경으로 하고 앞쪽으로는 동해의 푸르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천혜의 입지 조건을 갖춘 최고의 컨트리클럽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지난 주말 지인들과 함께 생전 처음 이곳을 찾았다가 두 번 놀랐다.

그 첫 번째는 앞서 언급했듯이 매홀을 돌면서 만나는 설악 고봉준령의 다양한 몸가짐이다. 어느 하나 똑같은 것이 없이 조금씩 달리보이는 빼어난 경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간 설악에 올라 이곳을 내려다 봤을 뿐 골프장에서 고봉준령을 바라다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그 감흥은 배 이상 됐으리라.

문제는 두 번째다.

이곳은 아쉽게도 작년 봄 발생한 강원 대형산불로 골프장 수목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클럽하우스가 화재 피해를 안 입은 것이 그나마 다행일 정도라고 하니 당시 불길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실제로 18홀을 도는 내내 좌우 불에 타서 고사한 나무들이 양켠에 즐비해 마음이 무척 아팠다. ​

프라자CC설악 골프장 주변에는 작년 봄 발생한 강원 대형산불로 피해를 본 나무들이 즐비하다(사진=뉴스퀘스트)
프라자CC설악 골프장 주변에는 작년 봄 발생한 강원 대형산불로 피해를 본 나무들이 즐비하다. [사진=뉴스퀘스트]

불에 탄 나무들은 빨간 끈과 하얀 종이를 허리춤에 매달고 있다.

이런 표시에 대해 골프장 측은 “산림당국에서 산불피해조사를 나와 그 피해가 얼마인지 조사하고 간 고사목”이라고 했다.

근데 이런 모습이 마치 화마에 희생된 나무들을 위한 진혼굿이나 죽은 자의 안녕을 비는 표식처럼 다가와 모처럼의 골프를 즐기기 힘들었다.

설악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앞팀에 밀려 대기하는 시간에도 이들 빨간 띠를 두른 고사목들이 필자의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프라자CC설악 골프장 주변에는 작년 봄 발생한 강원 대형산불로 피해를 본 나무들이 즐비하다. 빨간 띠와 하얀 종이는 피해조사를 마쳤다는 표식. [사진=뉴스퀘스트]
프라자CC설악 골프장 주변에는 작년 봄 발생한 강원 대형산불로 피해를 본 나무들이 즐비하다. 빨간 띠와 하얀 종이는 피해조사를 마쳤다는 표식. [사진=뉴스퀘스트]

문제는 이런 불편함에 대한 골프장측의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홈페이지나 클럽하우스 한켠에 ‘우리 골프장이 작년 봄 강원도를 휩쓴 대형 화마에 불가피하게 큰 상처를 입었고 조속히 치유하겠다’며 이용객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안내문 정도는 내걸어야 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홈페이지의 화려한 사진과 아름다운 코스를 보고 이곳을 찾았던 필자와 지인들은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고 골프장에 머무는 이틀 내내 불편함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수해를 입어 허리 부분이 잘린 마운틴뷰 마지막홀의 보수가 안돼 장기 방치되고 있었던 것.

알고 보니 지난 8월 태풍 마이삭이 엄습해 큰 수해를 당했는데 석달이 지나도록 전혀 복구를 안하고 방치해 이용객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었다.

결국 파4인 이 홀은 그린 80m 지점에 타석을 만들어 파3홀로 임시 운영중이다.

18홀을 도는 과정에서 숱한 고사목을 마주했고 마지막 홀에선 방치되고 있는 수해 흉물을 보자 긴 여정을 마치는 유종의 미 대신 뭔가 찝찝함이 다가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국내 골프장 내장객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지면 손님은 쉽게 변심한다. 명품 골프장의 이미지를 잃는 것도 순식간이다.

산림당국이 작년 봄 발생한 강원 대형산불로 피해를 본 나무들을 조사한 뒤 부착한 빨간 띠와 하얀 표식. [사진=뉴스퀘스트]
산림당국이 작년 봄 발생한 강원 대형산불로 피해를 본 나무들을 조사한 뒤 부착한 빨간 띠와 하얀 표식. [사진=뉴스퀘스트]

그래서일까.

국내 굴지 대기업 소유의 골프장이 이 정도로 고객에 대한 배려가 없고 허술하게 운영한다면 혹시 '배짱영업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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