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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1-03-09 15:21 (화)
[한국 유산기(36)] 문경새재, 둘러앉은 주흘산(1)
[한국 유산기(36)] 문경새재, 둘러앉은 주흘산(1)
  • 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 승인 2021.01.15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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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문희경서(聞喜慶瑞)의 고장이라 좋은 소식을 기대하며 일행은 애환과 전설이 깃던 문경새재로 간다.

제1관문 주흘관 입구 7월 아침 8시. 예로부터 충청과 경상도를 나누는 조령(鳥嶺)의 남쪽에 있다 해서 영남이라 불렸고, 한강과 낙동강유역을 잇는 험한 고개였다.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관문을 설치, 국방의 요충지였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새재가 “새와 관련된 고개”라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새재는 문경 상초리다.

상초리는 윗새(上草), 아랫마을인 하초리는 아랫새(下草). 새(鳥)가 아니라 새(草), 풀·잡초·띠·억새 따위를 일컫는 것 아닌가?

조선 후기 국방의 요충지

문경새재는 주흘산과 조령산 사이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을 거치면서 백두대간(白頭大幹) 마루를 넘어 한양으로 올라가는 관문이다.

양대 산맥 사이로 흐르는 조곡천 동편에는 조령 제1관문인 주흘관, 2관문 조곡관, 3관문인 조령관과 성터, 주막 등 문화재가 많고 일대는 도립공원이다.

특히 주흘산은 새재의 주산인 셈이다.

제2관문 못 미처 오른쪽에 “산불됴심” 표석이 서 있다. 현재의 경부고속도로보다 한양 가는 새재 길이 가까워 사람들이 몰려들자 산불도 많이 났을 터. 영·정조 때 산불조심을 강조하던 산림보호의 이정표라 할만하다.

백성들이 잘 알아볼 수 있도록 비뚤어진 돌에 한글로 썼을 것이다. 지방문화재 자료. 됴심, 죠심, 조심의 한글 변천과정도 알 수 있다.

문경새재 제1관문과 산불됴심 표석.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문경새재 제1관문.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산불됴심 표석.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산불됴심 표석.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일행은 주흘관을 지나 혜국사, 여궁폭포를 따라 올라간다.

오늘 날씨는 맑아진다고 했는데 아직도 비 내리고 저마다 배낭 속에 비옷은 챙겼을 테니 일단 오르자.

산길에 나무, 풀, 돌, 이끼……. 물소리는 피로를 잊게 한다. 새벽녘까지 손님맞이로 잠 못 잤으니 피로할 수밖에…….

물소리 따라 10여분, 치솟은 절벽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소리 더욱 요란하다. 여궁폭포, 올려다보면 하반신을 닮았다는데 여심폭포가 나을 듯하다. 사람들은 파랑소라 하고 하늘에서 내려온 칠 선녀가 목욕하던 곳이라 한다.

우리나라 산중의 연못치고 선녀들이 목욕하지 않은 곳이 어디 있으랴? 그 많던 선녀들은 어디로 갔으며 어찌하여 깊은 산속에서 목욕을 했단 말인가?

여인의 구중심처(九重深處) 폭포수 아래는 스무 명 남짓 앉아 쉴 수 있는데 여기서 선녀님의 옥체보전과 무탈한 산행을 빌었다.

20분 정도 오르니 낡은 철다리가 나오고 바위 옆으로 산조팝나무다. 통일신라 때 세웠다는 절집은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이곳으로 피신, 나라가 은혜를 입었다고 해서 혜국사(惠國寺)로 불렀다.

왕이 은혜를 입었으니 나라국(國)자 대신 임금왕(王)이 더 적절치 않을까? 경내는 공사가 한창이어서 어지럽지만 종무소의 격자창이 멋스럽다.

층층나무가 이나무 잎처럼 무성하여 가던 길 멈추게 할지라도 나무다리 위를 걷는데 옆으로 구멍 뚫린 느티나무 고목이 버티고 서 있다.

“모두 이쪽으로 오십시오.”

패잔병처럼 늘어져 오는 일행들에게 목청을 높인다.

“예로부터 오래된 나무를 함부로 베면 저주 받는다고 했습니다. 밀림지대 부족은 큰 나무를 벨 때 일종의 의식처럼 연기를 피우거나 미리 나무에 총을 쏘기도 합니다. 톱질을 하게 되면 나무속에 갇혔던 휘발성 유독가스가 서서히 흘러나와 벌목꾼을 질식시켜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연기를 피우는 것은 바람의 흐름을 알면서 톱질하니 유독가스를 맡지 않는 이치랍니다. 이 나무도 동공이 안 드러났으면 이곳에 가스가 들어 있었겠지요.”

“…….”

고개 끄덕이지만 건성이다. 산길에 시달려 지칠 때도 됐지 뭐.

여궁폭포.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여궁폭포.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대궐터 능선 등산로.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대궐터 능선 등산로.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혜국사를 지나 잠깐 오르면 대궐터에 닿는다.

이 산중의 너른 터에 오래된 버들이 있고, 샘물이 솟는다. 달다,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자 부스럭 소리 나는데 산토끼를 닮은 고라니 한 마리 풀잎을 흔들면서 사라져갔다.

산속의 안개는 검은 빛을 띠우고 안개 숲길을 걸으면 각선미를 자랑하는 소나무와 산뽕·비목·신갈·물푸레·박달·피나무를 만난다.

꿩의 다리, 까치수염이 안개와 어우러져 흰 꽃은 하얀 이슬처럼 물빛을 달고 으름덩굴, 다래덩굴, 둥굴레도 제 몫을 한다. 숲은 습기가 많고 검은 점토질로 기름지다.

놀라울 정도로 많은 풀들이 자라는데 자연이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숲은 훌륭하다. 넓은잎나무 아래는 꿩의 바람꽃, 금강애기나리, 삿갓나물……. 잠시 숨을 몰아쉴 때 쯤 고갯마루에 올라선다.

정상이 눈앞, 각시붓꽃, 박새, 밀나물이 자라고 신갈나무 잎은 축축 늘어져 있다. 그 옛날 나무꾼이나 먼 산길 떠나는 이들은 짚신이 헤지면 신갈나무 잎을 짚신바닥에 깔창으로 갈아 넣어 신갈나무다.

갈참나무와 잎이 닮았지만 잎자루가 짧다. 갈참나무는 가을 늦게까지 잎이 달려 갈색 빛깔 단풍이 오래간다고 붙여진 이름.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 구절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에서 갈잎이 갈참나무라는 얘기도 있다.

2시간 정도 올라갈 주흘산을 3시간쯤 걸려서 올랐다.

주흘산 정상.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주흘산 정상.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주흘산 1,075미터 정상 근처에 핀 하얀 몽우리, 목란, 천년화, 선녀화, 함박꽃나무로 불리는 산목련이다.

올라갈 때 사진 찍으며 몇 번이고 요모조모 살폈다. 북향화(北向花) 백목련, 자목련은 하나같이 북으로 향하지만 산목련은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꽃받침도 없고 늦게 핀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