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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1-09-21 21:47 (화)
[한국 유산기(37)] 임을 그리는 치술령(2)
[한국 유산기(37)] 임을 그리는 치술령(2)
  • 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 승인 2021.02.05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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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국수봉(603미터)은 모든 산들이 절 하듯 서라벌을 굽어보는데 유독 등지고 있다고 해서 “원수 같은 산” 국수봉(國讐峰)이라 했고 후일 역모지명(逆謀地名)이라 국화가 아름답다는 국수봉(菊秀峰)으로 불렀다.

주변에는 국화 대신 보랏빛 현호색, 각시붓꽃이 많다. 거꾸로 보면 어떤가?

여러 산을 호령하여 동남쪽으로 치달아 왜구를 무찌르는 형국으로 국운을 이끌고 내달리는 기상이랄까?

국토를 이렇듯 무지막지 이름 붙였으니 편안한 나라(國泰民安)를 바랄 수 있었겠는가?

인걸은 지령이라 했거늘 좋은 땅에 좋은 이름 지어줘야 사람이 모이고 걸출한 재목이 나올 것 아닌가?

그럴진대 왜구의 침입도, 원한 품은 여인의 희생도 없었을 것이다.

국수봉 정상 표지석.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국수봉 정상 표지석.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국수봉 아래 정겨운 산마을

이정표에는 남동쪽 옥녀봉까지 2.5킬로미터, 북쪽 치술령으로 걸어가는데 4.5킬로미터 남짓.

은을암, 국수봉 갈림길 잠시 지나자 봄나들이 차들이 길옆에 서 있고 안내판 너머 나무사이로 치술령이다. 납골묘, 철탑을 지나 마을이 잘 보이는 바위에 앉아 우리는 한숨 돌린다.

“순한 마을이네.”

쇠물푸레나무 하얀 꽃바람이 살랑거리면서 마음을 흔들어 놓는데 발아래 정겨운 산마을. 고불고불 논둑길마다 개미만한 사람들 다니고 장난감처럼 차들도 가끔 오간다.

봄바람 타는 계절, 봄바람이야 호르몬(dopamine)생성에 민감한 여성들이 많이 타서 우울증도 봄철에 많다.

배우자와 보내는 시간이 적거나 지적능력이 낮은 사람이 봄바람에 취약하다는데……. 바람 타긴 글렀나 보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봄이 오는가 싶더니 꽃잎은 어느덧 발밑에 떨어지고 뒤돌아보면 걸어온 저산만큼 청춘도 멀어졌다.

안타까운 청춘이여 봄날은 그저 속절없다. 어쩌랴 인생은 봄밤의 꽃처럼 잠깐 붉었다 지는 것. 다시 발길을 옮긴다.

국수봉 아랫 마을.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국수봉 아랫 마을.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치술령 가는 길.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치술령 가는 길.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콩두루미재삼거리(두동·칠조0.8·치술령1.5·은을암2.5·척과·반용1.5킬로미터)에서 어떤 부부를 만났다.

국수봉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묻는다. 은을암 지나 0.5킬로 가야 되니 3킬로미터, 1시간 더 걸린다고 했다.

서로 물 한 잔 마시고 헤어졌다.

나뭇잎과 갈색 흙이 엉긴 좁은 산길에 두더지 한 마리 굴을 파 놓고 죽었다. 매나 족제비에게 당했나 보다.

저만치 가다 다시 돌아와 낙엽을 헤치고 묻어준다. 검은 털에 앞다리는 거의 굴삭기 바가지를 연상케 할 만큼 두텁고 뾰족하다.

두더지는 눈은 퇴화되고 후각, 진동에 민감해 침입자들이 가까이 가기 전 숨어버리고 밤에 가끔 나타난다. 지렁이나 애벌레, 달팽이, 지네를 먹고 산다.

호젓한 산길, 산초·취나물·고사리·산두릅·산괴불주머니……. 온갖 야생초들이 즐비한데 단연 둥굴레가 압도적이다.

산길마다 여린 잎이 바람에 한들거린다. 새로 돋은 꽃잎에 셔터를 누르는데 고개 들어보니 산벚나무다.

꽃이 화려해서 일시에 폈다져 잎이 나오는 벚나무에 비해 산벚나무는 꽃이 피면 잎이 같이 나온다는 것을 실감한다.

재질도 단단해서 돌배나무와 팔만대장경 목판을 만드는 데 썼다. 꽃도 더 오래간다. 벚나무는 화끈한 여자다.

산벚나무는 우아하고 꽃자루가 길면 벚나무, 꽃자루가 짧고 털이 없으면 산벚나무다.

치술령 정상 주변 전망 좋은 너럭바위 아래로 석계 저수지와 외동 방면이 훤하게 펼쳐져 있다. 등산화 벗고 나물에 밥 한 입…….

봄 햇살 가득 받으며 은을암까지 다시 돌아오는데 6시간 걸렸다. 들머리 국수봉 산행에 이미 1시간 썼으니 생각보다 많이 걸은 셈이다.

물을 적게 준비해서 겨우 목만 축인 산행이었는데 원점으로 돌아오자 오전에 대 놓은 차에 가려진 바위사이로 물이 졸졸 흘러나온다. 목말라 연거푸 몇 잔 들이켰다.

그것도 모르고 여러 곳에서 물을 찾았으니 파랑새는 언제나 가까이 있다는 걸 느껴보는 것이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희망과 행복이 옆에 있지만 알아채지 못하고 산다.

오두막에 사는 남매는 파랑새를 찾아 나선다.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끝내 빈손으로 돌아오고 그토록 찾던 파랑새는 추녀 끝에 앉아 있었다. 행복은 가까이 있다는 파랑새 이야기다.

아침에 보았던 절집의 백구를 만나러 두리번거리며 암자로 다시 올라간다. 빈 암자에 나뭇잎 흔들리고 딛는 발자국소리까지 조심스럽다.

산 아래 다녀오는 스님과 마주쳤다.

“백구를 만나러…….”

“산에 다니러 간 모양입니다.”

“…….”

제한하는 곳이 공간이라면. 흰 개가 뛰노는 것이 자유일까?

날마다 긴장 속에 갇혀 살면서도 자연을 그리는 우리의 공간은 한갓 발자국 몇 개의 영역에 불과할 뿐, 벗어날 수 없다면 자유는 이념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은 반룡마을, 범서읍 방향으로 내려간다.

박재상 유적지 옻밭마을이나 전원주택단지의 당산못, 외동 석계저수지로 가는 길 보다 멀겠지만 탱자나무 울타리 멋을 찾아 간다. 산에는 벚꽃 만발한데 시가지는 어느새 꽃잎이 떨어져 날린다.

왔던 길로 돌아 경주시내 다리 난간의 솔개꼬리 치미(鴟尾)를 바라보며 지난다. 치술령의 치(鵄)와 같은 한자, 솔개·새의 뜻이다. 부인은 정말 새가 되어 날아갔을까?

<탐방로>

● 경주 외동 석계 방향(정상까지 2킬로미터, 2시간 정도)

달마사 입구 → (40분)임도끝지점 → (60분)샘터 → (10분)능선갈림길 → (10분)치술령 정상 → (10분)헬기장 → (40분)월성박씨묘 → (50분)달마사 입구

● 울주 당산못 문원골 방향(정상까지 2.6킬로미터, 1시간 15분 정도)

당산못 → (45분)능선갈림길 → (40분)망부석 → (10분)치술령정상 → (30분)법왕사 → (10분)연못 → (30분)박재상유적관 → (30분)당산못

● 은을암 방향(정상까지 4.5킬로미터, 3시간 40분 정도)

은을암 → (40분)국수봉 → (40분)서낭재(납골묘) → (50분)콩두루미재 → (50분)갈비봉 → (10분)헬기장 → (15분)치술령 정상 *이하 원점회귀

* 2~4명 정도 걸은 평균 시간(기상·인원수·현지여건 등에 따라 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