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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1-09-19 23:34 (일)
[한국 유산기(37)] 강물에 흐르는 태화산(1)
[한국 유산기(37)] 강물에 흐르는 태화산(1)
  • 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 승인 2021.02.12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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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아침 9시 30분, 날짜도 9월 3일 영월 고씨굴 입구에 왔다.

다른 일행들은 북벽으로 가고 매표소에서 태화산 올라간다고 하니 다리위로 그냥 보내준다.

남한강 유유히 흐르는 다리를 5분쯤 걸어서 오른쪽이 등산로, 왼쪽이 동굴 입구다.

임진왜란 때 고씨(高氏) 일가가 피했다고 고씨굴인데 수억 년 전부터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 석주가 발달된 천연기념물로 길이 6킬로미터쯤 된다.

산을 돌아 굽이져 흐르는 남한강

길고 푸르게 흘러가는 순박한 물길 남한강. 동굴 바로 뒤편 가파른 철계단 오르는데 생강·굴참·소사나무 옆에 복자기나무다.

단양 읍내를 지나오면서 보았던 이국적으로 키운 단풍나무다. 일부 일행들은 완만한 북벽에서 올라 정상에서 만나기로 했다. 가파른 산길에 고광나무 열매도 생강나무와 비슷하다.

10시쯤 고개 마루 팻말(정상5.2·큰골6.8·고씨굴0.5킬로미터). 복자기·생강·난티·박쥐나무를 보면서 땀을 닦고 한숨 돌린다.

오른쪽으로 바위와 소나무 호젓한 산길, 물푸레·피나무 사이 산조팝나무 드문드문 바위와 키를 잰다.

산수유·정향나무, 아주 옛날에 보았던 창날 모양의 산뽕나무 검지(劍持)다.

고씨굴 입구.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고씨굴 입구.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발아래 보이는 정겨운 강원도 산마을. 바위산길 팥배·굴참·노간주나무, 팥배나무는 잎이 두껍다.

10시 반경 꼬리진달래 군락지인데 꽃은 모두 졌다. 껍데기 세로로 갈라진 피나무 지나서 완만한 산속, 햇볕을 가린 박달·산벚·신갈·소나무 숲길은 넓고 큰 흙산(肉山), 그래서 산이 크고 숲과 주변 풍광이 아름다운 태화산(太華山)이다.

10시 45분, 큰 소나무에 기대서 바라보는 바위산이 전망대인듯.

잠시 내리막 아래, 길도 없는데 외씨버선길(관풍헌11.4·김삿갓면사무소12.2킬로미터) 팻말이다.

우리는 앞으로 곧장 간다. 영월과 청송·영양·봉화 4개 지역이 걷기 열풍에 2009년 무렵 둘레길을 만들었다.

마을길·산길을 연결한 광역권사업으로 주왕산에서 영월 관풍헌까지 170여 킬로미터에 이른다.

소나무 숲은 크고 넓어서 문명 속에 이기적으로 찌든 마음을 순화시키기 좋은 곳이다. 걸으면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리라 다짐한다.

나는 산과 결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았다면 히말라야, 알프스 등 해외 원정등정에 나서고 남았을 것이다.

신갈·박달·굴참·산벚·물박달나무는 하늘을 가려 숲을 만들었고 가운데층은 당단풍·생강나무, 아래층은 쇠물푸레 나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었다.

경사가 급해 배낭끈을 바짝 조아 오르는데 웃옷은 벌써 다 젖었고 땀이 흘러내려 등산화까지 젖을 태세다.

11시 10분, 암봉 914미터 바위봉우리(정상3·고씨굴2.7킬로미터)에 앉으니 소나무 그늘 아래 쇠물푸레 나무는 살랑살랑 이파리를 흔든다. 꼬리진달래, 싸리나무 너머 멀리 영월읍내 훤하게 굽어보인다.

외씨버선길 입구.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외씨버선길 입구.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멀리 영월 읍내가 보인다.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멀리 영월 읍내가 보인다.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남한강 물길은 구부러져 흐르고 소나무 굵은가지는 반지 낀 모양으로 불룩한 기형이다.

나무에 앉은 부엉이가 방귀를 뀌면 독해서 혹이 만들어지는 소나무 혹병, 참나무 포자가 바람에 날려 소나무에 생기는 병인데 부엉이방귀나무라 불리는 복력목(福力木)이다.

복을 주는 나무, 덩어리 나무를 뜻하는 동괴목(同塊木)이라고도 한다.

밤에 보면 나뭇가지에 앉은 부엉이 같다. 조상들은 이 나무로 새, 솟대, 쌀독의 됫박을 만들었고 지신밟기 때도 복을 부르는 도구로 썼다.

부엉이방귀나무 됫박으로 쌀을 푸면 부자 되고 복 나간다 해서 남에게 주는 것을 꺼렸다. 혼수예물의 으뜸으로 가까이 두면 액운을 떨쳐 행운을 준다고 믿었다.

복력목 위쪽의 솔잎을 삶아 뇌졸중·중풍·간질병 예방약으로, 강장제로도 썼다. 부엉이 방귀를 뀌면 밤송이 벌어지고 오곡백과 풍년이 온다는 것.

부엉이 소리가 “부엉 부엉 부흥~” 나중엔 부흥으로 들린다 해서 부흥(富興)상회 이름도 많았다. 부자 되어 잘 산다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근대화시기 읍면마다 부흥상회 간판을 단 가게들이 즐비했다.

11시 40분 정상을 향해 발길 옮기며 왔던 길 뒤돌아보니 강물에 잠긴 산자락이 흐르고 고씨굴 뒷산은 마치 한 마리 짐승 등줄기를 보는 것 같다.

남한강 물속으로 뛰어들 자세다. 산 능선은 잘생긴 바위길인데 소나무·신갈·당단풍·미역줄·철쭉·생강·쇠물푸레·개옻나무, 역시 강원도 산답게 숲길마다 생강나무 천지다.

정오 무렵 돌무더기 남아있는 고구려 토성 태화산성 갈림길(팔괴리1.7·태화산성0.3·큰골4·정상2.4·고씨굴3.3킬로미터)이다.

옛날 힘센 남매에게 어머니는 돌 쌓는 내기를 시켰다. 아들에게 돌성을, 딸은 태화산 흙성을 쌓게 했는데 아들보다 먼저 쌓을 것 같아 성을 무너뜨려 딸은 깔려 죽고 말았다.

그래서 태화산성이 무너졌다고 전한다.

남한강.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남한강.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강으로 가는 산줄기.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강으로 가는 산줄기.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팔괴리 쪽 “오그란이” 이름이 특이하다고 한다.

“오그라졌다는 것이겠지.”

“…….”

나중에 알아보니 오그란이는 땅 모양이 오그라진 곳으로 얕은 냇물에 멱 감고 놀던 장소다.

일대에 영월 엄씨들이 많이 산다.

사약을 받고 죽은 단종의 시신이 강물에 떠 다녀도 후환이 두려워 엄두를 못 냈을 때 엄씨가 수습해 주었다고 한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