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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1-09-21 21:47 (화)
[한국 유산기(37)] 강물에 흐르는 태화산(2)
[한국 유산기(37)] 강물에 흐르는 태화산(2)
  • 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 승인 2021.02.19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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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신갈나무 숲 능선 길은 평탄해서 걷기에 딱 좋고 왼쪽 나무 아래 남한강 물길이 시원하다.

멧돼지들이 흙을 뒤집어 놨다.

헬기장인지 풀밭인지 분간 안 되지만 싸리나무 아래 분홍빛을 내민 며느리밥풀 꽃이 안쓰럽다. 거의 3시간 걸어서 처음 등산객 2명을 만났다.

멀리 건너편 백두대간 능선위로 둥둥 뭉게구름, 산 아래 질주하는 요란한 소리가 시끄럽다.

참나무 겨우살이 잎은 길 위로 떨어졌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대뜸 투덜댄다.

태화산을 돌아 단양으로 흐르는 남한강.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태화산을 돌아 단양으로 흐르는 남한강.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단풍이 으뜸인 단양의 수호산

“영림서에서 뭐하는 거야.”

“…….”

그루터기에 걸려 하마터면 그들은 넘어질 뻔 했다.

지방산림청으로 바뀐 지 오래됐는데 과거 산도감(山都監) 오명은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다.

산 아래 강물은 유유히 단양으로, 서울로 흐르고 우리도 남쪽으로 흘러간다.

12시 15분 전망대 아래 강물이 돌아쳐 생긴 들판,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져 동양화다. 그 속에 집과 나무가 들어 있다.

12시 30분에 고사목 있는 곳에서 아래쪽 바라보니 강물, 그 위로 산, 구름, 고개 들자 가지에 달린 신갈나무 이파리다.

구름 떠다니는 전망대에서 잠깐 숨을 돌리고 걷는 길, 이쯤이 강원·충청 접경지대일 것이다.

신갈·미역줄·노린재나무, 초롱꽃·족도리풀도 그늘에서 용케 자란다. 뻐꾹채는 보랏빛 꽃을 달고 외롭게 홀로 섰다.

12시 45분 갈림길(큰골2.2·고씨굴5.1·정상0.6킬로미터), 돌배나무 지나고 능선길 신갈나무 아래서 겨우살이 잎을 줍는데 확실히 두껍고 크다.

두 사람이 지나가며 무얼 줍느냐고 묻는다. 하늘을 보니 나무 꼭대기 겨우살이 빼곡히 점령했다.

우산나물·삿갓나물·까치수염……. 터리풀은 흰 꽃이 떨어져서 꽃대만 남았고 취나물 꽃은 그늘 밑이라 더욱 하얗다.

겨우살이.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겨우살이.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태화산 정상 표지석.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태화산 정상 표지석.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오후 1시 태화산 정상(1,027미터). 강원도 영월읍과 충북 단양 영춘면 경계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영월 남쪽 16리에 대화산(大華山)이 있다고 했다. 단양에서 2001년, 2004년 영월에서 세운 표지석 2개다.

지리산 삼도봉처럼 하나로 같이 세웠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관광차로 온 사람들이 군데군데 사진 찍고, 마시고, 먹고 있다.

배려는 못할망정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산에까지 와서 저렇게 떠들고 치근대며 저질 막말을 해대고 있으니, 자라나는 세대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공중도덕이 완전히 무너졌다.

북벽에서 올라오는 일행이 도착하지 않아 배낭은 두고 마중하러 내려가면서 겨우살이 잎을 줍는다. 40분쯤 지나 다시 만났다.

이곳에 사는 물푸레나무 잎은 둥근 모양으로 크고 찰피나무도 아주 큰 심장모양이다.

거의 2시 되어 옹기종기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고 내려간다. 숲길에 팥배·난티나무, 삿갓·우산나물 발아래 띄엄띄엄 자란다.

북벽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흘러가는 강을 볼 수 없어서 아쉽지만 걷기 좋은 산길이다. 3시경 숲을 잠시 벗어나자 억새풀이 살랑거리면서 반짝이는 햇살을 턴다.

능선길 내려서 억새는 더욱 무성한데 길옆에 귀룽나무다. 하얀 꽃 모양이 구름 같다고 구름나무, 귀룽나무. 나무껍질이 거북이 등처럼 생겼고, 줄기와 가지가 용트림을 하는 것 같다고 구룡목(九龍木)이라 한다.

잎은 어긋나게 달려 길게 둥글고 잔 톱니가 있다. 뒷면은 회갈색, 잎자루가 약간 길다. 5월에 하얀 꽃 피고 높은 산 골짜기에 잘 자란다.

추위·공해에 강하다. 새 가지와 잎은 햇볕에 말려서, 열매기름을 짜 설사약으로, 달이거나 술을 담가 강장제·근육마비에 썼다. 가지를 꺾으면 냄새 나서 벌레들이 싫어한다.

층층·엄나무, 파리풀·송이풀, 이들과 짝을 이루는 요강나물은 보이지 않는다. 이정표(태화산1.5·휴석동3.7킬로미터) 지나 어느덧 자갈이 깔린 임도에 이른다.

몇이 누워서 하늘 보니 푸른 소나무에 더욱 파랗고 구름도 어울려 하늘을 수놓는다. 바닥에 닿은 등은 지압 하는 것처럼 시원하다. 3시 40분경 숲길을 내려간다.

다음에는 팔괴·오그란이에서 고씨굴로 걷자고 한다. 다소 어설픈 길을 내려서자 하얀 밀나물 꽃은 그루터기를 감고 칡꽃 냄새가 코끝에 진하다.

지도에는 화장암이라 표시돼 있는데 연못 너머 개소리만 요란하다.

우람하게 펼쳐진 태화산 자락.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우람하게 펼쳐진 태화산 자락.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오후 4시 반경 느티나무 고목에 서니 그나마 북벽의 강물은 눈앞에서 흘러간다. 시무·뽕·닥나무 길 지나 농장 근처로 내려왔다.

일행은 닥나무를 오징어 말리는 재료로 사용한 재롱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무가 쉽게 부러져 오징어 다리에 끼우는 일을 “탱기친다”고 했다.

꺾으면 딱 소리가 나서 딱나무·닥나무다, 밭둑에 자라며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갈라지기도(缺刻) 한다.

종이를 만들지만 잔가지가 질겨서 어릴 때 껍질을 벗겨 팽이채로도 썼다. 닥나무 찐 껍질을 벗겨 안쪽의 흰 것(白皮)을 말려 잿물에 삶는다.

표백한 뒤 두들겨 섬유질을 물에 풀어 발(簾)로 떠서 말리는 과정이 한지(韓紙) 만드는 방식이다. 화지(和紙), 당지(唐紙), 양지(洋紙)와 구분했다. 닥나무 껍질의 저피(楮皮)에서 조비, 조회, 종이로 변한 것으로 여겨진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단양 지명을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강물을 붉게 물들인 노을이 아름다워 붉을 단(丹), 햇볕 양(陽), 가로수로 불타는 듯 한 복자기나무를 심은 것은 일리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가 있었구나.”

“…….”

일행들이 맞장구친다.

“단풍의 여왕이니 단양에 어울리는 나무다.”

양(陽)자 붙은 지명에 대해 힘주어 말한다.

“땅이름에 양(陽)은 함부로 안 써요. 배산임수(背山臨水), 자좌오향(子坐午向)이래야 양을 붙입니다. 북을 등지고 남향으로 뻗었으니 이런 곳은 명당지역입니다.”

“…….”

“밀양(密陽)은 햇볕이 깊숙해서 은밀하고 산자락 햇빛을 다 받는 함양(咸陽), 담양(潭陽)은 못에 드리운 햇살.”

“…….”

“그럼 양양(襄陽)은 뭐지?”

“더 하우스 오브 라이징 선.”

“해 뜨는 집, 아니 고장입니다. 볕이 좋으니 송이가 많이 나요.”

“진양·한양…….”

“우리 집 김양도 있다.”

“…….”

북벽 근처의 산하.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북벽 근처의 산하.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북벽 근처의 닥나무.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북벽 근처의 닥나무.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원래 단양은 연단조양(鍊丹調陽)의 줄인 이름이라 전한다.

연단은 신선이 먹는 환약, 조양은 햇살이 고르게 비치는 신선이 살던 곳이다 단풍나무 식구인 복자기나무는 이파리가 불타는 것 같아 귀신 눈병을 고칠 만큼 아름다워 귀신안약나무(鬼目藥)라 부른다.

중북부 산속에 잘 자라며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고 무늬가 좋아서 나도박달, 가구재·악기를 만드는 데 쓴다. 단풍의 으뜸. 일행이 탄 차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 정상까지 6킬로미터, 3시간 30분 정도

고씨굴 주차장 → (5분)다리건너 동굴입구 → (25분)오르막 지나서 고갯마루 이정표 → (50분)외씨버선길 갈림 → (20분)암봉 → (50분)태화산성 갈림길 → (15분)전망대 → (30분)큰골 갈림길 → (15분)태화산 정상

* 조금 빠르게 두 사람 걸은 평균 시간(기상·인원수·현지여건 등에 따라 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