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가 오히려 더 늘어난 가운데 사회초년생들이 독립을 하는 것은 '바늘구멍 뚫기' 만큼 어려워 보인다. 서울 서초구와 용산구 일대 아파트 사진.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가 오히려 더 늘어난 가운데 사회초년생들이 독립을 하는 것은 '바늘구멍 뚫기' 만큼 어려워 보인다. 서울 서초구와 용산구 일대 아파트 사진.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내년 졸업을 앞둔 서울 소재 대학생 정 모씨(25)는 집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당장은 취업이 절박하지만 설령 취업을 하더라도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을 보면 과연 월급 모아 이생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지 암담하기 때문이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꿈꾸지만 최근 집값 관련 소식을 들으면 힘이 빠진다는 것이다.

정 씨는 "학자금 대출과 생활금 대출까지 생각하면 독립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며 "친구들도 부모님께 폐를 끼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독립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과 전셋값은 무주택자들은 물론 이제 곧 사회로 진출하려는 취업준비생들에게도 경제적 부담을 더하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 어렵사리 직장을 잡고 새출발을 다짐하는 사회 초년생들의 상황은 더욱더 어렵다.

서울에서 스타트업에 종사하고 있는 서 모씨(27)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고 싶지만 막상 수중에 가진 돈으로는 전세집 구하기도 어렵다"며 한숨을 쉬었다.

청년주택 입주도 고려했지만 스물일곱살의 그는 '청년'이 아니었다며 황당해했다.

서 씨는 "청년주택을 신청하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소득분위가 낮은 사람만 가능했다"며 "지원 가능한 주택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차례가 오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청년층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매입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청년매입임대주택은 대학생, 취업준비생 그리고 만 19세 이상 만 39세 이하인 청년들에게 주거안정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매입한 주택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LH에서 지난 10월 12일부터 2021년 1월 8일까지 수시로 모집 중인 청년 매입임대주택은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족지원법 시행 규칙에 의한 한부모가족, 차상위계층에게는 시세의 40%에 제공한다.

본인과 부모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 100%(3인 기준 562만6897원)이하이거나 본인 소득이 264만5147원 이하인 청년들에게는 시세의 50% 수준으로 임대하고 있다. 

LH 주거복지지사에 방문 접수만 가능하며 선착순으로 입주 자격이 주어진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지난 10월 모집했던 역세권 청년주택의 경우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은 청년에 한해 가구원수별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100%(1인 기준 264만5147원)이하인 청년에게 신청을 받았다.

또 SH에서 25~27일 신청을 받고 있는 1~2인 가구를 위한 도시형 생활주택에서도 청년근로자를 위한 우선공급 기준이 마련돼 있다.

중소제조업체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한 청년들 중 가구당 월평균소득 50%(132만2574원) 이하인 경우에 우선공급된다.

동일 소득 순위에서 경쟁이 있을 경우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입주자 선정기준에 따라 점수를 합산해 입주자를 선정한다.

하지만 청년주택 공고가 올라오더라도 입주 자격을 받는 청년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가점제 청약에서는 우선순위가 밀려나고, 일반 모집의 경우 경쟁률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청년을 대상으로 접수가 진행된 공공임대의 최고 경쟁률은 105.3대1을 기록했다.

정부가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등 젊은 청년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이들이 내 집을 구하는 길은 여전히 좁기만 하다. 

게다가 어느 정도 주택구입 자금을 마련한 30대들과 달리 20대 청년층은 전세대출과 신용대출도 여의치 않아 내집 마련이라는 자그마한 소망은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청년들은 직장 인근에 월세를 구해 생활하는 것이 현실적이지만 보증금도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주거의 질 또한 열악해 차라리 독립을 포기하고 눈치가 보이더라도 부모님에게 얹혀사는 것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정 씨는 "주거 독립은 경제력이 받쳐줘야하는데 지금은 부모님의 도움 없이 불가능하다"며 "취직 후 경제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때까지는 독립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열심히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치솟는 집값을 마주하고 있는 사회 초년생들의 내집 마련 희망을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해보인다.

주거 독립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들이 '캥거루족' 생활을 자처하게 만든 것은 우리 사회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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