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평등 사회가 아니라 계급사회!

[트루스토리] 김도연 기자 = 포스코에너지 ‘라면 왕상무’에 이어 프라임베이커리라는 중소 제빵회사 회장의 롯데호텔 도어맨 폭행사건이 한국사회의 핵심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내 서비스가 “불쾌하다”고 온갖 진상을 떨다 여승무원의 면상을 때린 라면 상무는 비난여론에 시달리다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다. ‘차를 빼달라’는 도어맨의 얼굴을 마치 동전을 넣고 즐기는 권투 오락게임처럼 후려친 ‘빵 회장님’은 결국 폐업절차를 밟는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는 ‘갑질(갑의 부당행위)’에 대한 인과응보다.

하지만 라면 상무와 빵 회장님의 상식 밖 행동보다 더욱 상식 밖의 행동을 보여주는 것은 또 다른 ‘갑’의 이중적 태도다.

기내 구타사건 피해자 여승무원의 갑인 대한항공은 사건 보도 10여일 만인 지난 1일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런데 이 입장서에는 “당사가 승객 신상정보 확대의 중심처럼 호도된 것”에 대한 ‘유감’만 있지, 자사 여승무원이 승객으로부터 부당한 폭행을 당한 것에 대한 유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더욱 놀라운 일은 이번 사건의 정황이 담긴 내부보고서 유출자를 색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호텔도 오식보백보다. 현재까지 롯데호텔은 “(프라임베이커리) 회장이 지배인에게 사과해 일단락됐고, 고객과 직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더는 할 말이 없다”며 이번 사태가 더 이상 확대재생산되는 것을 극도로 기피하는 눈치다. 자기 직원이 폭행을 당했는데도 고소 등의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은 롯데호텔의 태도에 대해 누리꾼들은 “역시 롯데”라고 비아냥을 보내고 있지만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재계 임원들 사이에서 “어디 무서워서 대한항공 타겠냐”, “당분간 아시아나만 타야겠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대한항공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하니, 롯데호텔이 발만 동동 굴리는 것도 이해할 수는 있다. 재계 임원들이 너도 나도 “어디 롯데호텔 무서워서 가겠나”라고 언론에 하소연할 경우, 롯데호텔의 입장에선 곤욕스러울 수밖에 없다. 갑 위에 ‘슈퍼 갑’이 존재하는 정신나간 대한민국의 현 주소다.

정말 이건 쪽팔리는 일이다. 부당한 폭력 앞에 직원을 감싸고 안아야 할 기업들이 책임을 방기한 채 당장 고가의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고, 고가의 객실을 예약해 줄 ‘슈퍼갑’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머리를 숙이는 행위는 역겹고 토할 지경이다.

직원들이 폭언·폭행·성추행을 당해도 “고객이 무조건 왕”이라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은 21세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군사독재시절도 아니고 개발지상주의시대도 아니고, 고객을 왕이라고 평가하며 자시 직원들에게 “노예처럼 행동해라”고 강요하는, 성추행을 당해도 이를 악물고 참아라는, 맞아도 맞았다고 분노하지 말라는, 이상한 세계의 이상한 마인드는 확실히 사라져야 한다. 그런 ‘슈퍼 갑’들이 ‘경제민주화’는 울부짖으며 반대하는 작금의 모양새는 그래서 꼴불견이다.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들에게 노예처럼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갑들의 3류적 인식은 대한민국이 평등한 사회가 아니라 철저한 계급사회임을 증명한다.

대한항공과 롯데호텔은 돈이 되는 ‘슈퍼갑’만 보일 뿐, 돈이 안되는 일반 고객과 자사 직원들에 대한 무시를 그만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멋진 대기업’의 ‘정상적 사고를 가진 경영인’들을 현실에서 바라는 건 정녕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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