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불법하도급 대우에 거액의 과징금 부과
상습 하도급법 위반한 법인에 대해선 검찰 고발
거제에서 "대우 때문에 먹고산다"란 말 회자되길

대우조선해양 본사 전경(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본사 전경(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호일 기자】 인구 25만에 이르는 거제를 두고 “대우가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다.

그럴만도 하다. 거제사람들 84%가 조선업과 관련있다는 통계도 있다. 실로 어마어마하다.

한때 조선수주 세계 1위에 오를만큼 조선업 호황으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부근은 신도시처럼 꾸며졌다. 번듯한 레스토랑들이 생겨났다. 외국인 엔지니어들을 위한 레지던스들이 들어섰다. 서울 수도권이나 인근 부산에서나 보던 브랜드 아파트들도 건설됐다.

이들은 거제가 중산층이 사는 웬만한 대도시 부럽지 않았다. 대우조선소가 있는 옥포는 밤마다 불야성이었다고 한다.

반면에 여기 “대우 때문에 망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하청 받아 일하던 사람들이다. 그들 중 대표가 바로 윤범석 전국조선해양플랜트 하도급대책위원장.

그는 작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협력업체 대표로 출석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피해를 호소했다. 당시 윤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국무조정 실장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피해보상에 대해 얘기했음에도 이뤄진 게 없어 답답하다”며 “정권이 바뀌고 기대도 많았는데 피해 협력업체 대표들과 가족들, 근로자들은 절벽에 몰려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12월 26일 하도급대금을 '일방적으로 후려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꼼짝하지 않았다. 되레 이같은 공정위 처분을 두고 작년 4월 서울고법에 과징금 부과처분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공정위의 검찰 고발에 따른 벌점으로 대우조선해양은 공공입찰 금지 조치까지 당했지만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을 받아줌에 따라 아무런 제약 없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일은 일대로 하고, 많게는 수십억씩 빚을 떠안은 하청업체들이 속출했다. 견디지 못하고 망하거나 폐업한 업체들도 적지 않았다.

보다 못한 공정위가 2년만에 또다시 매스를 들었다. 대우조선해양의 ‘갑질’ 피해를 낱낱이 파악해 1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한 것.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가관이다.

조사결과,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194곳 하도급업체에 선박·해양플랜트 부품 제조를 의뢰해놓고 별다른 이유없이 계약을 취소하거나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사례가 무려 11만1150건에 이른다. 하도급업체들은 갑작스런 제품 취소나 변경으로 속절없이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공정위 육성권 기업거래정책국장은 “대우조선해양은 제품 취소나 설계 변경으로 협력사가 입게 될 손실에 대한 협의절차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며 “하도급업체는 이유도 모른 채 동의 여부만 선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이 사내 하도급업체 186곳에 선박·해양플랜트 제조작업을 위탁하면서 관행적으로 계약서를 미발급한 사례 1만6681건도 적발됐다.

이는 공사 물량이나 대금을 미리 정하지 않고 일단 작업부터 시작하는 '선시공 후계약' 방식이다. 그렇다보니 나중에 계약서를 쓸 때는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대금을 받기 일쑤였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사내하청 대표는 “이건 폐업이 아니라 도산이죠. 다들 도산을 하고 90% 이상 임금체불이 생기고 4대 보험이나 국세가 체납이 되고 심지어는 개인파산한 경우도 적지 않다”며 분노했다.

올해 대우조선해양은 사정이 좀 나아졌다.  지난 9월 이후 고부가가치 선박인 쇄빙 LNG선 6척과 컨테이너선 6척을 연이어 계약하며 총 24억 달러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이는 올들어 현재까지 수주금액인 39억5천만 달러의 60%에 달한다.

이즈음 대우에 대해 조언을 건네고 싶다. 하청업체 문제를 보듬고 더 이상 이를 외면하지 말라고. 작은 블록들을 조립해 하나의 완성품인 선박을 만들어가는 조선업 구조상 원청과 하청은 남이 아닌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비록 이번에 경제 검찰이 나서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을 고발하는 등 모양새는 좋지 않지만 이참에 과거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하도급 업체와 근로자의 눈물을 닦아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대우 때문에 망했어요"가 아니라 “대우 때문에 거제가 먹고 산다”란 기분 좋은 소리가 다시 들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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