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총수출·일평균 수출액 2년여만에 모두 증가...주요 수출품목 10개가 플러스
"4분기 반도체 시장 어려울 것" 예상깨고 선전...내년엔 가격 오르고 수요도 증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 이 라인에서는 업계 최초로 EUV(Extreme Ultraviolet, 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한 첨단 3세대 10나노급(1z) LPDDR5 모바일 D램이 생산된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 이 라인에서는 업계 최초로 EUV(Extreme Ultraviolet, 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한 첨단 3세대 10나노급(1z) LPDDR5 모바일 D램이 생산된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반도체와 자동차가 이끈 11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0% 증가하면서 본격적인 수출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조업일수를 제외한 일(日)평균 기준으로도 6.3% 늘었는데, 총 수출액과 일평균 수출액이 모두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이런 실적을 주도한 반도체 경기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수출만 보면 코로나19 경기침체를 벗어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월 수출액(통관 기준)이 458억1000만달러로 전년 11월 대비 4.0% 증가했다고 1일 밝혔다.

◇ "수출회복 모멘텀 지속"

산업부는 지난달 수출실적이 나오자 9월 총수출 플러스에 이어 10월 일평균 플러스를 기록했고, 마침내 11월 총수출과 일평균 수출액이 모두 플러스를 기록하며 수출 회복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우리나라의 월별 수출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 1.7% 감소를 시작으로 4월 (-25.5%)→5월(-23.8%)→6월(-10.8%)→7월(-7.1%)→8월(-9.9%) 등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후 지난 9월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 증가에 힘입어 총수출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7.7% 증가로 전환됐고, 지난 10월의 경우 다시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했지만 일평균 수출액만 보면 전년 대비 5.6% 증가하며 반등했다.

11월 역시 조업일수를 제외한 일평균 수출액(19억9200만달러)이 6.3% 증가하며 일 평균 기준으로는 두 달 연속 반등에 성공했다.

게다가 조업일수가 지난해와 비교해 0.5일 적었는데도 총 수출액이 플러스가 된 것은 지난 2018년 3월 이후 33개월 만에 처음이다.

◇ 반도체·자동차 등 주요 10개품목 플러스

품목별로는 15개 주요 수출 주요 품목 중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가전, 바이오헬스, 컴퓨터, 이차전지, 무통기기, 차부품 등 10개 품목이 '플러스'였다.

반도체는 5개월 연속 증가세에 3개월 연속 두 자릿수대 증가율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 증가로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등 서버 업체들의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자동차는 1년 만에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지난달(40억달러)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높은 실적(39.9억달러)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도 중국(+1.0%), 미국(+6.8%), EU(+24.6%), 그 외 아시아(+6.4%) 등 주요 4대 시장 총수출과 일평균 수출이 3년 만에 처음으로 동시에 증가했다. 일본(+12%)과 인도(+10.3%) 등의 시장에서도 플러스를 기록했다.

한편 같은 기간 수입액은 2.1% 감소한 398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 수지는 59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7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반도체 랠리 계속될 것"

올해 4분기 실적 둔화가 예상된 D램 반도체 시장의 흐름도 양호하다.

우리 수출이 본격적인 회복세로 갈 수 있다는 '청신호'다.

1일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로 화웨이가 빠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대보다 빨리 오포, 비보, 샤오미 등 다른 모바일 경쟁사들이 반도체 구매에 나서면서 서버용을 제외한 PC D램 등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가 발표한 11월 D램 고정가격도 대부분 전월 가격을 유지하며 당초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PC D램 가격은 10월과 동일했고, 컨슈머(가전) 등 특수(specialty) D램 가격은 전월보다 1.33% 상승했다.

클라우드 기업들의 재고 여력이 많은 서버용 D램만 1.79% 하락하며 5개월 연속 내리막이고 나머지 D램들은 양호한 흐름이다.

특히 특수 D램은 DDR3 제품의 공급이 감소하고 있지만 판매 호조를 보이는 TV와 셋톱박스, 5G 네트워크 장비 등의 수요가 강세를 보이면서 11월 들어 가격 반등에 성공했다.

이는 3분기 화웨이의 긴급 선주문 특수가 끝나면 4분기 들어 수요가 급감하고, 서버 업체들의 재고 소진이 4분기까지 이어지면서 D램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 다른 전개다.

가장 큰 이유는 화웨이 제재로 모바일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대체 매출처가 빨리 등장했다는 점이다.

화웨이가 이탈한 휴대폰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중국의 오포·비보·샤오미 등 다른 경쟁사들이 당초 업계의 예상보다 서둘러 모바일용 반도체 주문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애플 등 대형 휴대폰 제조사의 신제품 출시가 맞물린 것도 D램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진행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화웨이 제재로 인해 4분기에 중화권 내 다른 휴대폰 생산 업체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 "내년부터 D램 슈퍼사이클 진입" 예상도

4분기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실적도 비교적 양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버용 등 D램 가격이 3분기보다 약세지만 모바일 등의 판매 증가로 어느 정도 실적 방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버용 D램 수요는 올해 4분기에 저점을 찍은 뒤 내년 초부터 다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등 D램 제조사들이 이미 재고가 많은 서버 D램 생산 능력을 상당 부분 모바일로 전환하면서 하반기 들어 서버 D램의 완제품 재고 소진이 빨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내년 들어서는 서버 D램도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업계는 예상한다.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D램 시장이 내년부터 2022년까지 2017~2018년에 나타난 반도체 슈퍼 호황기가 재현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KB증권 황고운 애널리스트는 "내년 D램 수요 증가율은 10% 후반으로 예상되는데 (제조사들의) 공급 증가율은 이에 못 미치면서 D램 가격이 내년 1분기 말부터 상승 전환해 슈퍼 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라며 "다만 낸드는 삼성전자의 점유율 확대 전략으로 공급 과잉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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