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급 직원 14억 빼내 흥청망청 써도 관리부재
금감원, 내부통제 미작동했다며 ‘경영유의’ 조치

신한카드 본사(사진=연합뉴스)
신한카드 본사(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호일 기자】 흔히 샐러리맨 사이에선 ‘법카’, 다시말해 법인카드를 두고 ‘눈먼 돈’이라고 말한다. 혹자는 ‘제2의 월급’ ‘먼저 쓰는 놈이 임자’ 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사실 법인이 쓰는 경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것이 법카다. 세법에서 손비로 인정해 줌에 따라 물품 구입, 식사 비용, 손님 접대 등 공적인 용도로 쓰임새가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법카의 발급은 엄격하고 용처도 까다롭다. 관리나 감시체계 역시 빈틈없어 보인다. 특히 사전 결제와 사후 감독을 통해 법카가 제대로 쓰여지고 있는 지 꼼꼼하게 들여다 본다. 어디 그뿐인가. 미리 사용한도를 정하고 지급시에는 문자알림으로 부정사용을 막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달랐다. 관리의 사각지대가 노출돼 있다. 개인이 업무와 무관하게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흥청망청 법카를 긁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컨대 고가의 명품을 구입하거나 룸싸롱이나 맛사지숍 등에서 결제가 좋은 사례다.

이뿐 아니다. 경마장에서 마권을 구입하거나 향정신성의약품 즉 마약을 사는 경우도 있다. 이쯤되면 법카는 '눈먼 돈'이나 '먼저 쓰는 놈이 임자'로 둔갑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일이 실제 벌어졌다. 지난해 신한카드의 한 직원이 법인카드로 14억원을 무단사용하다 적발된 것. 신한카드 신용관리본부 소속 대리급 직원이었던 A씨는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해 현금으로 바꾸거나 카드 포인트를 개인 용도로 쓰는 등 법인카드를 이용해 10억원이 넘는 거액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사내 감사를 통해 A씨를 적발한 뒤 해고했다. 이후 그는 재판에 넘겨져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혹자는 이를 두고 "그야말로 등잔 밑이 어둡다, 즉 등하불명(燈下不明)"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회사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신한카드에 ‘경영유의’ 조치를 통보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A씨가 자사 명의 법인카드를 무단사용했음에도 신한카드는 장기간 이를 인지하지 못해 손실이 발생하는 등 법인카드에 대한 적절한 관리 및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유사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법인카드 발급 즉시 전산시스템에 등록한 뒤 주기적으로 미등록 카드 여부를 확인 ▲사용 금액은 배정예산 내 경비 대체 방식으로만 결제할 수 있도록 제한 ▲카드 사용에 따른 포인트 관리 기준 마련 ▲법인카드 한도 변경 시 책임자 결재 절차 마련 등을 주문했다.

아무튼 카드회사에서 거액의 법카사고가 발생한 것을 두고 혹자는 "소방서에서 불난 것이나 경찰서에서 도둑 맞은 격"이라고 비유하며 "다시는 일어나선 안될 일"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그래서일까. ‘눈먼 돈’이란 닉네임이 붙은 법카를 함부로 못쓰도록 관련규정을 재정비하라는 금융당국의 뒤늦은 주문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사후약방문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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