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ITC, 두 달 넘게 판결 늦춰 '이례적'...쟁점사안 다시 꼼꼼하게 들여다 볼듯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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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9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영업비밀 최종 판결을 또 연기했다.

당초 10월 5일로 예정된 판결일을 26일로 다시 12월 10일로 연기한 데 이어 내년 2월 10일로 세 번째 미룬 것이다.

◇ 결론 못내는 ITC 왜?

업계에서는 ITC의 이번 판결 연기에 대해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판결 연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에너지)와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노) 모두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국 산업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만큼 ITC위원회의 고심이 큰 것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두 달이라는 긴 기간을 다시 연장한 사실로 비춰봤을 때 이번 사안의 쟁점을 매우 심도 있게 살펴보고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ITC는 우리 시간으로 10일 오전 4시께 이 같은 발표 내용을 공개하면서 그 배경이나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작년 4월 LG에너지는 ITC와 미국연방법원에 SK이노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SK이노의 배터리 생산과 부품 수입을 제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핵심은 영업기밀 침해 여부다. LG에너지 측은 SK이노가 자사 핵심인력을 대규모로 빼갔고 이 과정을 부인하기 위해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했다고 주장한다.

SK이노로 이직한 한 직원의 2018년 이메일에 ‘내가 유일하게 갖고 온 정리된 자료’라는 제목과 함께 57개 배터리 제조 핵심비결(레시피)이 첨부돼 있었다는 게 증거다.

ITC가 이 같은 증거를 토대로 SK이노에 조기패소 판정을 내렸다는 게 LG에너지측 설명이다.

이에 SK이노는 이직 직원에게서 전 직장 자료가 발견된 것을 LG 측이 영업기밀 침해로 단정 짓고 있다는 입장이다. SK이노는 ITC의 예비판결 재검토 결정문도 공개했다. 결정문에서 ITC는 LG에너지에 ▲영업기밀 침해 ▲경제적 침해와 관련된 파기된 증거가 무엇이고 타당한 연관성을 가졌는지 답변하라고 지적했다.

◇ 판결 결과에놓고 갖가지 '설'

만약 ITC가 LG에너지의 손을 들어주면 SK이노는 배상금 지급은 물론 사실상 미국 사업을 접어야 한다.

특히 SK가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증설 프로젝트 역시 좌초되는 상황이다. 내년 완공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해당 사업이 엎어질 경우 SK이노의 피해는 막대하다.

미국 입장에서도 현지 투자와 일자리 창출 문제가 얽혀있어 매우 민감하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SK이노에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거부권을 행사할지를 두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ITC가 세 번째나 판결을 연기하고 기간도 두 달 넘게 미루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보인다"라며 "ITC가 예비판결을 뒤집을 명분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LG에너지 관계자는 "ITC에서 연기 이력이 있는 소송 14건 중 현재까지 9건의 소송의 최종결론이 내려졌고 모두 관세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이 내려졌다"며 "앞으로도 성실하고 단호하게 소송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 관계자는 "이번 연기로 소송절차가 해를 다시 넘겨 더 길어지게 됐다는"며 "SK이노베이션은 연기와 관계없이 소송에 충실하고 정정당당하게 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송이 햇수로 3년에 걸쳐 장기화되면서 이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해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기를 바란다"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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