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화재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동급 테슬라 모델X로 뒷좌석 차량 도어는 상하로 개폐되는 독특한 구조다. [사진=테슬라 웹사이트 캡처]
이번에 화재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동급 테슬라 모델X로 뒷좌석 차량 도어는 상하로 개폐되는 독특한 구조다. [사진=테슬라 웹사이트 캡처]

【뉴스퀘스트=김호일 기자】 남아공 출신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천재 사업가인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원래 IT맨이었다.

그는 2002년 실리콘밸리에서 인터넷 송금이 가능하도록 만든 페이팔(Pay Pal)을 이베이에 15억달러를 받고 팔면서 부자반열에 올랐다.

떼돈을 움켜쥔 그가 새로운 먹거리로 찾은 것이 바로 전기차다. 물론 '스페이스X'로 대변되는 우주개발과 에너지 사업인 '솔라시티'도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역작이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느낄 수 있는 건 그가 만든 전기차 테슬라(Tesla)다. 지난 2003년 창업한 차량 제조회사 테슬라와는 이름이 같다. 설립된 지 이제 겨우 17년에 불과한 신생회사이지만 몸집은 어느 새 거인이 됐다.

몇 차례나 파산 위기에 몰렸으나 고비를 모두 견뎌내고 테슬라는 올 7월 현재 토요타 자동차를 추월해 전 세계 자동차 회사 중 시총 1위에 오른 것. 무서운 질주다.

머스크의 역작 테슬라는 어느 새 국내에 상륙해 시판중이다. ‘모델X 롱레인지'는 1억3500만원을 호가한다. 일반 서민들이 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벤츠나 렉서스 등에 버금가는 고급차라 제법 돈 많은 부자 아니고선 수중에 넣기 힘들다.

근데 이 모델이 사고를 쳤다. 테슬라 모델X가 충돌 사고 후 화재가 발생해 사람이 죽고 다친 것.

최근 현대차 코나EV와 미국 GM 볼트EV 등 일부 전기차에서 충전 중 발생한 화재에 이어 이번에도 전기차 사고라는 점에서 안전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9일 오후 9시43분쯤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던 테슬라 모델X 롱레인지가 주차장 벽면과 충돌하면서 화재가 발생해 조수석에 타고 있던 차주 윤모(60)씨가 사망한 것.

차를 운전한 대리운전 기사 최모(59)씨는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운전자 최씨는 차량의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자세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조사를 의뢰했다.

특히 사망자가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충암고 동창 변호사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번 사고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되기도 했다.

문제는 최고의 전기차라는 테슬라도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의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먼저 배터리 결함을 들고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사고 충격으로 프레임이 틀어지면서 바닥에 깔려있던 리튬이온 배터리에 충격을 주면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전문가 B씨는 “충격으로 휴대폰 배터리가 폭발하거나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듯 전기차도 사고 충격으로 배터리가 폭발하거나 화재가 발생하는 사례가 미국에서도 종종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고속도로에서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은 모델X의 배터리가 폭발해 운전자가 사망한 사고가 보고된 바 있다.

대리기사 최씨가 주장한 급발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A씨는 “보통 대리운전 기사들이 낯선 주차장에 들어서면 운전을 조심해서 하는 편인데 벽을 왜 충돌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해 급발진사고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배우 손지창씨는 자신의 차인 테슬라 모델 X가 급발진을 했다며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테슬라를 상대로 한 급발진 소송을 제기한 바 있어 급발진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당시 NHTSA가 부분 공개한 조사·리콜 요구 청원에 따르면 테슬라의 급발진 민원은 127건이 제출됐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면 사고나 고장이 잦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전기차 급발진 사례가 공식 보고된 것은 없다”며 “이번 사고도 조사결과가 나와야겠지만 운전자의 조작 실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독특한 구조도 논란이 됐다.

모델X의 경우 뒷좌석 문은 소위 '팔콘윙‘이다. 다시 말해 차량 문이 위로 열리는 형태. 전자 제어로 문이 열리며 비상시 하단부에 레버가 있어 전원 공급 없이도 개폐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팔콘윙 구조는 다른 차량에선 볼 수 없는 특수한 형태다. 따라서 구조대원들이 일반 차량과 구분하지 못하고 접근할 경우 시간이 많이 허비될 수 있다.

또한 테슬라의 경우 손잡이가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 매립형이다. 이 역시 구조대원들이 문을 해체하는데 그만큼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만큼 구조의 골든 타임이 더 짧아진다는 것

이외에도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에 많은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소화기나 물로 진화가 어렵고, 감전의 위험 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아무튼 일론 머스크의 야심작인 테슬라의 이번 사고는 그동안 잦은 화재로 ‘불타는 전기차’란 오명을 쓴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와 걱정을 한층 더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솔직히 이젠 거리를 지나거나 주차된 테슬라 같은 전기차를 볼 때 부럽다는 생각보다 혹시 저 차도 불나지 않을까란 두려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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