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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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한국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계획을 세우는 일에 매우 능숙하다.

초등학교 때를 기억해 보자.

방학을 맞은 다음날은 어김없이 앉아서 우선 동그라미를 그린다.

그리고 원 바깥쪽에는 눈에 보일 듯 말 듯 한 눈금을 그어 놓고 중심으로부터 몇 개의 반지름을 그어 칸을 만들어낸다.

마지막으로 칸칸마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써 놓고 나서는 엄마나 아빠를 불러 이번 방학 때 얼마나 많은 독서를 할 것인지 그럴 듯하게 떠들어대며 방학 생활계획표를 자랑하곤 했다.

그 계획이 어긋나는 데는 단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비현실적으로 최상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주로 신규 프로젝트 또는 사업을 수행하기 전 예산이나 일정을 수립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를 두고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계획 오류 (Planning Fallacy) 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 오류를 불러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외부관점 (Outside View)과 내부관점 (Inside View)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그들은 그들을 스타로 만들어 주었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 (Think Fast and Slow)’에서 개인, 정부, 기업이 겪는 다양한 사례들로 이 현상을 설명했으며, 그 첫 번째는 철도 프로젝트 사례이다.

1969~1998년에 걸쳐 약 3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추진된 철도 프로젝트들의 소요 비용을 추정한 결과, 전체 프로젝트의 90% 이상에서 철도 이용 승객 추정치 숫자는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더 놀라운 것은 30년 동안 이러한 철도 이용 승객 추정법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계획수립자들은 평균적으로 새로운 철도 프로젝트 이용객 수를 106% 부풀려 추정했으며, 비용은 처음 추정보다 45% 더 늘어났다.

우리나라 공공에서 일어나는 사업들은 이러한 예가 부지기수다.

물론 여기에는 본인들의 사업의 정당성을 확보하거나 혹은 중간 마진을 확보하기 위해 부풀린 것도 주요 동기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사업하는 과정에서 실제 추정보다 계속 늘어나는 것은 대부분 처음 계획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함으로써 나온 결과이다.

또 하나는 개인에 관한 예이다.

2002년 미국 주택 소유자들 중 부엌 리모델링을 수행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초기 리모델링 비용은 평균 1만8658달러로 예상되었지만 실제 소요 비용은 3만8769달러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러한 계획의 오류는 어디에서부터 기인한 것일까?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내부 관점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이러한 판단 실수는 ‘내부 관점’ 때문이다. 내부 관점은 어떤 문제를 생각할 때, 특정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증거들과 인식들을 이용한다.

이러한 점은 우리가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정보들을 가지고 쉽게 어림짐작하는 가용성 휴리스틱을 떠올리게 한다.

이에 반해 외부관점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나 다른 유사한 사건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결과들을 참고한다.

그런 사례들을 찾아보고 그와 유사한 사례인지 판단하며 유사한 사례라면 이번 사건의 예측에도 그 사례의 결과를 적용해보고자 애쓴다.

내부관점이 외부관점을 먹어치우고 혼자 남았을 때 바로 계획의 오류가 일어난다.

마이클 J. 모부신은 그의 저서 “Think Twice”에서 내부 관점을 취하는 이유에 대해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우선 아래의 질문에 대답해 보자

- 나의 운전 실력은 평균 이상이다.

- 나의 유머 감각은 평균 이상이다.

- 조직에서 나의 업무 성과는 상위 50% 안에 든다.

실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라고 할 것이다.

위의 질문에 대한 답에서 알 수 있듯이 내부 관점을 취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자신은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두 번째 착각은 실제보다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 학생들을 한 실험에서 학생들이 앞으로 자신이 다른 학생들보다 좋은 경험을 할 가능성은 훨씬 높고, 나쁜 경험을 할 가능성은 훨씬 낮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앞서 말한 첫 번째와 두 번째를 합하기만 해도 왜 계획의 오류가 생기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계획을 수립할 때, 나는 남보다 더 잘 해낼 수 있고, 자신은 좋은 경험 즉 원래 시나리오대로 완수하여 축하받을 수 있다는 내부관점 때문에 계획 오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컨설팅을 하는 나도 고백을 하자면 어떤 프로젝트에 대해 계획을 수립할 때, ‘이 용역은 언제까지 끝냅니다’라고 호언장담해 놓고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완성했을 때가 여러 번 있었다.

마지막 착각은 자신은 실제보다 더 통제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연한 사건에서도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예로써 주사위를 굴릴 때 낮은 숫자를 원할 때는 살살 굴리고, 높은 숫자를 원할 때는 세게 굴리는 현상을 들 수 있다.

흔히들 아이들이 게임할 때 많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는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오늘부터라도 우리는 내부관점에서만 무언가를 바라보고 판단하는 일을 줄여야겠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계획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외부관점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렵겠지만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고 나의 경우에 대입해 본 후, 나에게 일어난 지금 이 사건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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