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현대차 그룹의 미래기술 역량 강화 첫걸음,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

보스톤 다이나믹스사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못 

【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키움증권은 14일 ‘현대차 그룹 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수의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 인수는 현대차 그룹의 제조, 물류, 서비스에 활용할 인지, 제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며 “앞으로 미래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 11일 소프트 뱅크가 보유한 미국 로봇 업체 보스턴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 지분 80%를 8억 8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공식화했다.

지분 인수는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회장 20% 구조로 진행될 예정이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1992년 MIT 대학 교수였던 마크 레이버트(Marc Reibert)의 연구실 레그 래버러토리(Leg Laboratory)가 모태로 학내벤처에서 분사해 창업한 회사다.

레그 레버러토리라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 학내 벤처는 보행 로봇을 개발, 바퀴를 장착한 로봇의 제한적인 운동성을 극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연구를 진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레이버트 교수의 박사 학위 논문도 ‘Motor control and learning by the state space model’로, 생물의 움직임을 로봇 기술을 활용해 모델링하는 것을 주제로 한다.

레이버트 교수는 1983년 쓰러지지 않는 스카이 콩콩과 같은 포고 스틱 형태의 호퍼(Hopper) 로봇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레이버트 교수는 사람과 동물은 다리를 이용해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지만, 바퀴가 달려 있거나 궤도를 장착한 로봇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해 보행 메커니즘의 해석을 통한 로봇 움직임의 확장성에 연구를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톤 다이나믹스는 미 국방부 산하 고등기획연구원(DARPA)으로부터 1000만 달러를 지원받아 2005년 3월 차량이 다니기 힘든 험지나 위험지역에서 방산물자 수송을 가능케 하는 4족보행 로봇 빅 독(Big Dog)을 개발하기도 했다.

당초 빅 독은 키 76cm, 길이 91cm, 무게 110 kg 규모였지만 이후 출시된 모델은 스팟 클래식(Spot Classic 72.5kg 2016년), 스캇 미니(Spot Mini 25 kg 2016년) 등 목적 및 용도에 따라 경량화, 소음 감소의 개선이 이어졌다.

보스톤 다이나믹스는 이 외에도 2013년에는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Atlas)를 공개했으며, 사람이 구현하기 힘든 역동적인 운동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구글은 2010년 이후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연구를 본격화했으며, 2012~13년 앤디 루빈의 주도하에 8개의 로봇 스타트업 업체를 인수하는 등 로봇 개발에 적극 나섰다.

보스톤 다이나믹스도 이 시기에 구글에 인수 됐으며, Schaft (도쿄대 학내 벤처에서 분사), Redwood Robotics, MekaRobotics 등도 함께 인수된 바 있다.

김민선 연구원은 “Schaft는 액체 냉각식 전동 액추에이터 기술에 강점을 보유했고, Industrial Perception (IPI)는 2D, 3D 이미지 인식에 역량이 있었으며, Holomni는 첨단 바퀴 제작 업체로, 구글은 동역학, 비전 인식, 인공 지능 등 다양한 영역에 강점을 보유한 스타트업 업체를 인수하며 비유기적 역량 강화를 모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앤디 루빈이 2014년 회사를 떠나면서 구글의 로봇 사업도 구심점을 잃게 된다.

Schaft 등도 함께 매각이 추진됐으나 매각에 실패했고 이후 적절한 인수 대상을 찾지 못해 2018년 11월 폐업하는 등 구글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프로젝트는 사실상 좌초했다.

김 연구원은 이와 관련 “구글이 제조업, 물류 등과 관련된 사업 기반이 많지 않았던 탓에 휴머노이드 로보틱스에 대한 개발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데 이어 하드웨어가 아닌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로 방향성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구글이 당시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매각한 이유를 두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구글이 피인수업체간 개발 협력에 어려움을 겪으며 시너지 창출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런 이유 외에도 구글은 제조업에 대한 기반이 크지 않아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에 대한 실익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구글도 로보틱스를 활용해 물류 등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 있었지만 하드웨어 로봇보다는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 기술을 강화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후 구글은 2017년 6월 소프트뱅크에 보스톤 다이나믹스를 재매각했다.

소프트뱅크는 2012년 8월 프랑스의 알데바란 로보틱스를 인수하고, 페퍼(Pepper)를 출시하며 로봇 개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페퍼(Pepper) 역시 핵심 역량인 인공지능은 IBM 왓슨을 활용했으며, 인공지능 데이터 클라우드도 IBM 데이터센터를 활용할 수 밖에 없었다.

페퍼는 바퀴로 움직이는 로봇으로 소프트뱅크는 작동 역량 강화를 위해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소프트뱅크 역시 제조업, 물류 등에 대한 비중이 높지 않았기에,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활용도가 높지 않았을 것”이라며 “또한 인공지능이 고도화 된 로봇을 단기간에 만들어 내기에는 역량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즉 개발비에 비해 채산성이 부족했으며, 이후 이러한 고민에 대한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했고 결국 현대차그룹에 지분 80%를 매각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구글, 소프트뱅크에 비해 제조, 물류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휴머노이드 로봇의 활용도가 앞선 두 업체에 비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또한 로봇이 라이다, 카메라 등을 장착하고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메커니즘은 자율주행 차량의 구동 원리와 같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수에 대한 비전을 두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제조,물류, 모빌리티로 이어지는 시너지 효과다.

구글, 소프트뱅크는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하면서 물류 등에 대한 사업 확장과 로봇 대중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를 꿈꿨으나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및 부품 제조, 물류 등에 기반을 두고있어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가 CES 2019에서 4족 보행 컨셉트카 Elevate를 공개한 바 있으며, 현대로템이 상향 작업 근로자들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인 벡스 VEX를, 의자형 착용로봇 첵스 CEX를 개발하는 등Boston Dynamics가 가지고 있는 역량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점이 이러한 활용성을 대변한다.

둘째,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로봇도 라이다, 카메라, 센서를 활용해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작동한다는 점에서, 자율주행 차량의 인식 기술 개발 등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자율주행의 구동 메커니즘인 인지(Perception)-측위(Localization)-경로 계획(Path Planning)-제어 (Control)의 과정 전반에 걸친 시너지가 있을 것이며, 핵심 역량의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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