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없었다면 화이자·모더나의 'mRNA 백신' FDA 승인 불가능 했을 것"
코로나19 백신, 독감처럼 3개월에 한번씩 맞아야...전세계 연 300억도즈 필요
내년엔 SK케미칼·녹십자 등 백신 생산 기업이 최대 수혜주로 부상할 것

화이자(왼쪽)와 모더나 백신. [사진=AFP·로이터/연합뉴스]
화이자(왼쪽)와 모더나 백신. [사진=AFP·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바이오엔테크에 이어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기구에서 긴급사용승인(EUA) 권고를 받으면서 본격적인 '코로나19 백신 시대'가 열렸다.

미국 FDA 승인이 떨어지면 세계 처음으로 2종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모더나와 화이자의 백신 개발 성공은 여러 가지로 의미를 가진다.

먼저 지금까지 상용화된 적이 없는 mRNA(메신저 RNA) 기술을 사용해 보통 8~9년 걸리는 백신 개발을 1년 만에 이뤘다는 점인데, 코로나 팬데믹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하나금융투자 선민정 애널리스트는 최근 '코로나19 백신 시대의 개막'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mRNA 백신기술의 성공스토리와 이에 따른 백신 수혜업종, 종목을 소개했다.

[자료=하나금융투자]
[자료=하나금융투자]

◇ 모더나‧화이자의 백신개발 성공 의의

선민정 애널리스트는 "mRNA 백신은 상용화된 적이 없는 기술로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급박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빨리 승인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모더나와 화이자사의 mRNA 백신이 약 95%의 예방효과를 입증하며 EUA를 받았는데, 이후 중장기적 안전성과 지속성이 확인이 된다면 mRNA 백신이 주요 백신 개발의 플랫폼 기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선 애널리스트는 mRNA 백신은 여러 측면에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물질 도출이 매우 용이해 가장 빨리 백신 후보물질 도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항원 단백질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공개되면 이를 이용해 바로 백신 후보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빨리 mRNA 백신이 임상에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다.

다음으론 mRNA 백신은 체내에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물질 감염 시 유도되는 면역반응과 동일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최소화된 안전한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 

또 최종 산물이 바이러스인 경우 이를 대량으로 배양해야하기 때문에 백신 생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mRNA 백신의 경우 대규모 배양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급박한 상황에서 빠른 시간 내에 백신 공급이 가능한 점도 장점이다.

선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상황에서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문턱이 낮아지면서 mRNA 백신기술의 조속한 시장진입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 동안 FDA와 같은 규제기관들은 혁신기술에 대해 항상 높은 허들을 만들어 시장진입의 걸림돌로 작용했지만, 그러나 이번 위기상황에서 오히려 급한 쪽은 규제기관과 보건당국이었다는 의미다. 

과거와 같은 잦대로 이들의 안전성 데이터를 요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이로 인해 mRNA 백신이라는 상용화된 적이 없는 혁신 기술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시장진입이 가능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자료=하나금융투자]
[자료=하나금융투자]

◇ 3개월에 한 번씩 맞아야 하는 코로나19 백신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RNA 바이러스인 인플루인자(독감) 바이러스 백신의 효능 지속기간은 3개월이다. 독감 백신은 지속기간이 고작 3개월이라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었다. 독감 자체가 계절성으로 늦가을에서 겨울까지만 유행하기 때문에 이 기간에만 백신의 예방효과가 있어도 괜찮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우 지난 1년 동안 경험한 바에 따르면, 계절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기온이 낮고 건조한 계절에 더욱 기승을 부리기는 하지만, 8월 광화문발(發)과 같이 그 반대의 계절에도 조건만 부합하면 대규모 유행이 발생할 수 있다.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의 효능 지속기간은 중요한 이슈다.

가급적 장기간 효과가 지속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만약 예방효과가 독감 백신처럼 짧다면 2~3개월마다 백신을 접종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 인구가 모두 접종 대상이기 때문에 만약 지속기간이 짧아 자주 접종받아야 한다면, 엄청나게 많은 백신의 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 세계 인구인 77억명을 대상으로 분기별 접종이 필요하다면, 최대 300억 도즈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대규모 백신을 생산하기 위한 생산 캐파는 현재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글로벌데이터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백신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123개로 이들은 모두 195개의 위탁생산 설비가 있다.

대부분의 설비는 미국과 유럽에 집중되어 있으며 우리나라가 생산 사이트 기준 3번째로 규모가 큰 국가로 알려져 있다. 

[자료=하나금융투자]
[자료=하나금융투자]

◇ 코로나 백신 수혜기업은

77억 명 전 세계 인구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코벡스(COVAX)는 2021년 말까지 20억 도즈를 확보하기 위해 백신 생산 기업들과 협약을 체결했다. 향후 백신 기업들의 생산 캐파 확대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이렇게 많은 백신을 생산하기 위한 생산 설비를 갖춘 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의 최대 수혜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미 국내 백신생산 기업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SK케미칼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선두 그룹 중 하나인 아스트라제네카사와 지난 7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인 AZD1222의 글로벌 공급을 위한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이어 8월엔 노바백스(Novavax)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후보물질생산 계약도 체결하면서 SK케미칼의 주가는 폭등했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사의 백신(AZD1222) 접종 이후 부작용 발생 사례가 보고되고 기대 이하의 임상 3상 중간결과가 발표되면서 다소 조정 받기도 했지만 향후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 상용화에 성공하면 SK케미칼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의 아시아 생산 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도 지난 10월 CEPI(전염병예방혁신연합)와 최대 5억 도즈 분량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합의를 체결했다. 내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CEPI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기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SK케미칼과는 달리 녹십자는 Fill & Finish 즉 백신 원료를 공급받아 주사기나 바이알에 충진하는 완제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특별히 생산설비 구축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상당한 마진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어느 기업의 백신을 위탁생산 하는 것인지, 그리고 생산 도즈도 결정된 것은 없어 글로벌 제약사들의 백신 개발이 완료된 이후 구체적인 시기와 물량이 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바이오 생산공장 보유기업들도 수혜 예상

이런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과 관련된 수혜는 비단 백신 공장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신 원료를 받아서 주사기나 유리 바이알에 담아서 최종 제품으로 만드는 Fill & Finish 공정은 특별히 백신과 바이오의약품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원칙적으로 모두 위탁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mRNA 백신은 최종 산물이 mRNA로 전통적인 백신이라기 보다는 바이오의약품 공정에 더 가깝기 때문에 바이오 기업들에겐 기회다.

mRNA의 일반적인 생산 공정은 특별히 대규모 동물세포 배양 공정이 필요 없다. 국내에서 mRNA를 대량으로 생산해 본 기업은 없기 때문에 모더나 백신 위탁 생산에 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기업은 없다.

따라서 바이오의약품을 생산 공정을 보유한 기업들은 모두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선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는 백신 생산 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최대 수혜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아직은 백신 위탁생산에 대한 기대감만이 주가에 반영되어 있지만 코로나19 백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이들 업체들의 실적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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