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주)MJ피플 제공]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라는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외부 요인으로 어느 해보다 변화가 컸다. 

특히 대면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전달해야 하는 방송계, 문화공연계, 영화계 등은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내야 했다. 

그렇다면 올 한 해를 달군 미디어 업계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일까?

방송미디어 전문구인구직 플랫폼 미디어잡, 디자이너잡을 운영하는 MJ피플은 언론방송인들의 행동 패턴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10대 키워드를 선정했다.

◇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모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공연, 콘서트, 영화 개봉 일정 등이 연기, 취소되는 큰 위기를 겪고 있지만 동시에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성과를 거뒀다.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를 중심으로 계획한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비대면 공연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오프라인 기반의 산업은 유튜브 등과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온라인 공연이 오프라인의 현장감을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실시간 화상채팅 기술과 무대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는 멀티스크린 등 첨단 IT 기술을 활용해 무대를 연출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 브이라이브와 제휴를 맺고 비대면 유료 콘서트 ‘Beyond LIVE’를 개최해 비대면 콘서트의 새 장을 열었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6월에 전세계 동시에 라이브된 방탄소년단(BTS)의 온라인콘서트에는 최대 동시 접속자가 80여 만명에 가까웠을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TV조선에서 방영된 '미스터트롯'. [사진=임영웅 인스타그램]
TV조선에서 방영된 '미스터트롯'. [사진=임영웅 인스타그램]

◇ 오늘도 내일도 미스터트롯, 미스트롯!

바야흐로 올해는 트로트의 해였다. 

정통 트로트가 현재 트렌드와 만나 구수하면서도 세련된 멋을 내기 시작했고, ‘팬덤’ 또한 형성됐다. 

이를 이끈 ‘내일은 미스터트롯’을 비롯해 ‘트로트퀸’, ‘보이스트롯’, ‘트롯신이 떴다’ 등 트로트를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들은 올드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모든 세대를 포용할 수 있는 재미로 승부했다. 

실력과 쇼맨십을 겸비한 출연자들은 트로트와 댄스, 발라드, 라틴, 뮤지컬, EDM 등을 결합해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K트로트의 열풍을 이끈 최대 공신은 김호중, 임영웅, 영탁, 송가인, 홍자, 이찬원, 장민호, 김희재 등 신예 트로트 스타들이다. 

이들의 현재 팬카페 회원 수는 적게는 1만여 명에서 많게는 5만5000여명에 이르며,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스타들은 예능계와 광고계를 휩쓸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 미디어업계 비대면 채용의 활성화

코로나19로 사람들의 대면 접촉이 부담스럽지만, 업무상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방송, 미디어 업계에서 인재 채용은 필수이다. 

미디어관련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구인구직과 일자리창출 프로젝트 시 줌(ZOOM)을 통한 화상 프리젠테이션과 비대면 면접이 보편화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 같은 경우 취업 멘토와 멘티들이 서로 대면하지 않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비대면 소통과 댓글로 수정하고, 실시간 화상시스템을 통해 장소와 상관없이 취업 컨설팅을 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이 다양화하고, 통신기술과 인터넷 속도가 발전하면서 미디어 업계에서는 “비대면 그리고 접촉(Untact AND Connect)”이라는 혁신적인 채용 트렌드가 보편화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미디어 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확산될 전망이다. 

◇ 거세진 뉴트로 열풍과 부캐의 등장 '놀면 뭐하니?'

올해는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뉴트로’(Newtro) 열풍이 불었다.

SBS K팝 클래식, KBS 어게인 가요톱10 등 옛날 음악 방송을 다시 볼 수 있는 방송사들의 유튜브 채널이 ‘온라인 탑골공원’으로 불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JTBC 예능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3’는 태사자와 양준일, 이소은, 애즈원 등 1990년대를 풍미한 추억의 가수들을 재조명해 방송가 뉴트로 열풍을 이어 갔다. 

또한, 상황에 따라 개인은 삶의 방식을 세분화시킨 ‘부캐릭터’(부캐)가 방송가에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개그맨 유재석은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수많은 부캐를 탄생시켰다.

영재드러머 ‘유고스타’, 트로트 가수 ‘유산슬’, 라면 요리사 ‘유라섹’ 외에도 ‘유르페우스’, ‘지미유’ 등 매주 프로그램 주제나 진행 방향에 따라 새로운 부캐가 등장한다. 

특히 올해는 부캐로 구성된 그룹 ‘싹쓰리’(유두래곤, 린다G, 비룡)와 ‘환불원정대’(만옥, 천옥, 은비, 실비)가 가요계를 휩쓸었다. 

◇ 코로나19 최대수혜자 넷플릭스와 국내 OTT와의 경쟁!

‘집콕’이 이어지면서 OTT 시장의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제일기획이 지난 4~8월 실시한 모바일 이용시간 조사(15~59세 수도권 거주 500명)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평일 기준 모바일 이용량은 206분이었는데, 확산세가 거셌던 4월에는 316분으로 급증할 만큼 OTT 플랫폼들을 많이 이용했다.

넷플릭스의 엄청난 약진에 자극받은 국내 업체들은 제휴를 통해 CJ ENM과 JTBC가 만든 '티빙', 지상파TV와 SKT가 만든 '웨이브', 네이버의 네이버TV, 카카오의 카카오TV, 프로그램스의 왓챠 등의 서비스를 만들고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 가입자수(330만명)가 웨이브(294만)를 올해 역전하면서 SK텔레콤이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을 제안하기도 했다.

영화계 역시 올해는 극장 대신 OTT 개봉을 선택하고 있고, 국내 드라마, 예능 등의 콘텐츠들도 OTT를 통해 전 세계 안방에서 스트리밍되고 있다. 

OTT 업체에서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도 큰 인기를 얻으며, 본격 콘텐츠 전쟁의 서막을 열었던 한 해이기도 했다.

◇ K-POP과 세계의 중심 BTS

1960년대 최고의 그룹 영국 ‘비틀즈’ 넘어선 대한민국의 ‘방탄소년단(BTS)’이 연일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 8월, 영어 싱글 ‘Dynamite’(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오른데 이어, 11월30일 새 미니앨범 ‘BE’의 타이틀곡 ‘Life Goes On’이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Life Goes On’의 경우 대부분의 가사가 한국어로, 한국어 가사의 곡이 1위에 오른 것은 빌보드 역사상 최초다.

앞서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인 그래미어워드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는 지난 11월 24일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제63회 그래미어워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로 발표했다. 

BTS는 그래미어워드 후보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힘든 시기, 우리의 음악을 들어주고 공감해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무엇보다 ‘그래미 후보 아티스트’라는 기적을 만들어준 건 아미(Army·BTS 팬클럽) 여러분이다. 늘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전했다. 

2021 그래미어워드는 내년 1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 비대면 라이브커머스의 약진!

라이브커머스는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과 채팅 등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방송으로, 올해 라이브커머스를 통한 언택트 구매 현상이 두드러졌다. 

국내 라이브커머스 채널로는 네이버의 '쇼핑라이브', 카카오의 '톡딜라이브', CJ올리브영의 '올라이브', 롯데백화점의 '100라이브' 등이 있다.

라이브커머스의 가장 큰 특징은 상호소통으로, 이용자들은 생방송 중에 진행자와 다른 구매자들과 소통을 할 수 있고, 상품에 대한 텍스트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라이브커머스는 모바일 실시간 소통에 특화된 ‘MZ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 15초로 승부한다...숏폼 콘텐츠 틱톡

15초~1분 내외의 짧은 비디오, 숏폼(Short-form) 형식의 콘텐츠가 틱톡을 중심으로 MZ세대의 인기를 끌고 있다.

틱톡은 ‘숏확행’(짧아서 확실한 행복) 슬로건을 외치며 전세계에 짧고 흥미로운 영상들을 공유시켰다. 

특히 올해 초 가수 지코가 틱톡을 통해 공유한 48초 분량의 ‘아무노래’ 챌린지 영상은 8억 뷰를 돌파했다.

이러한 ‘밈’(meme, 유행 요소를 응용해 만든 사진, 동영상) 현상은 세계가 주목하는 트렌드 키워드로,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동영상 사이트 역시 숏폼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가수 비의 노래 ‘깡’이 대표적인 예로, 발표된 지 2년 만인 올해 밈으로 역주행하더니 박재범, 식케이 등이 재해석한 ‘깡’의 리믹스 버전 음원은 발매 직후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최근 tvN은 나영석 PD와 함께 5분짜리 숏폼 예능을 선보이고 있다. 

방송 이후 유튜브에서 풀버전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TV는 물론, 유튜브 채널을 오가며 숏폼 콘텐츠의 확장 등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 유튜브 B급 영상의 인기 심화!

올해는 특히 유튜브에서 B급 영상이나 콘텐츠를 제공하는 채널의 인기가 늘었다. 

오랜기간 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펭수를 비롯해서, 워크맨, 와썹맨, 채널바나나 등의 이용자들이 많이 증가했다.

특히, 2020 광고상을 휩쓴 한국관광공사의 B급 감성 유튜브 광고는 누적 조회수가 3억 뷰를 넘을 정도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기존의 CF광고처럼 세련된 연출, 스토리, 영상이 아닌, 갑자기 무용수들이 지나가는 행인들을 신경쓰지 않고 군무를 추면서 장소를 옮겨다니며, 그곳이 어딘가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재미있는 코드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든 2030세대들의 삶의 대한 보상 심리로서의 재미 추구 현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1인 미디어의 힘...테스형 나훈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지친 국민들을 위로한 것은 백신, 치료제가 아닌 ‘1인 미디어’였다. 

나훈아가 지난 9월, 비대면 공연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통해 15년 만에 TV방송으로 돌아왔다. 

트레이드 마크인 흰색 민소매 티셔츠와 청바지는 여전했고, 무대 매너와 화려한 CG가 더해지면서 ‘역대급’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공연 말미 “지금부터 저는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갈 겁니다. 여러분도 저와 같은 마음이 되어 주셔야 합니다”는 나훈아의 말 한마디에서 힘든 현실로부터 맞설 힘을 얻기에 충분했다. 

유능하고 개성있는 콘텐츠 제작자나 엔터테이너가 국내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소통과 공감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아듀 2020, 미디어잡 10대 키워드 기사를 기획한 정용희 상무는 “코로나19로 모든 산업계가 힘든 상황에서도 방송, 통신,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제휴하여 비대면 사업모델을 과감히 도입하고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다른 산업에서도 잘 응용하고 협력한다면 2021년 소축년은 올해보다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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