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언론 지방, 경매제 대신 시장도매인제 도입 주장
가락시장 도매법인, M&A' 인기속에 부자회사 사냥감

추석을 앞둔 지난 9월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과일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석을 앞둔 지난 9월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과일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호일 기자】 도매시장 문제가 잇따라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우리나라 농산물도매시장이 가난한 농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돈많은 부자들이 차지해 이젠 개혁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것이 골자다.

먼저 지난 19일 오후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농산물 가격의 비밀, 누가 돈을 버나?”란 제목으로 도매시장 문제를 집중 해부했다.

그러면서 정성들여 농산물을 재배하고도 판로를 찾지 못해 자금난에 시달리던 상황에서 지난해 제주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부부의 사연을 사례로 소개했다.

또 취재 기자가 강원도에서 직접 배추와 감자를 수확한 뒤 중앙 공영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에 출하하면서 도매법인마다 천차만별인 경매제의 문제점을 추적했다.

우리나라 농산물의 54%가 전국의 32개 공영도매시장을 거치는데 1985년 준공된 가락시장은 이 거래 물량의 3분의1(34%)을 맡을 만큼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렇게 농산물이 가락시장 경매를 통할 경우, 가격이 가장 투명하고 공정하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곳에서 ‘수상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린다.

다시 말해 생산자인 농민들은 자살을 할만큼 낮은 가격으로 신음하고 있음에도 불구, 단순히 농산물 유통의 한축을 맡고 있는 가락시장의 5대 도매법인은 땅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배를 불리고 있다고 이 프로그램은 주장했다.

국회도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이 22일 '공영도매시장 유통혁신 방안' 비대면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

윤 의원측에 따르면 현행 도매시장은 가격 결정 과정에서 농민들이 배제돼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그 손해를 농민이 떠안지만, 가격이 많이 올라도 생산자인 농민에게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경매 절차 없이 생산자와 유통인이 사전협상을 통해 직접 거래하는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농민이 농산물 가격 결정에 개입할 수 있어 ‘깜깜이 출하’를 막을 수 있고 농가소득 역시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

윤 의원은 "시장도매인제도는 유통단계를 줄이고 농민이 가격 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유익한 제도"라며 "이번 토론회가 공영도매시장 참여 주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유통구조 혁신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일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서 시민들이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를 구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일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서 시민들이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를 구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와 언론 뿐만 아니라 지방의회도 나섰다. 지난 10월 전남도의회(의장 김한종)가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촉구한 것. 도의회는 이날 임시회에서 ‘농산물 가격안정 및 최저가격 보장을 위한 가락시장 내 공영시장도매인제 도입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 눈길을 끄는 건 가락시장 관리주체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행보. 이 공사 역시 경매제를 보완할 수 있도록 시장도매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는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으로 가락도매시장의 법적 개설자이자 운영사다.

그렇다면 개혁의 도마위에 오른 도매시장법인(청과회사)은 누구인가.

이들은 현행 공영 도매시장에서 지자체를 대신해 경매를 주관하는 주체다. 특히 이들은 농산물의 가격의 등락과 상관없이 낙찰액의 최대 7%를 수수료로 챙긴다. 수입이 해마다 수천억원에 달한다. 한번 도매법인으로 한번 지정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퇴출이란 있을 수 없다. 

반면에 새로 도입하려는 시장도매인은 산지에서 농산물을 직접 구매해 소매상에게 넘기는 역할을 하는 도매상을 말한다.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이 각각 하던 역할을 도매상 혼자 다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현재의 경매제 아래에서 청과회사는 생산자에게 위탁받아 경매만 진행할 뿐 농산물을 소매시장으로 유통시킬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중도매인은 산지와 직접 거래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모순된 구조하에서 가락시장의 도매법인은 수백억 원에 거래되고 있고 대주주는 농업과 관련이 없는 건설, 철강, 화장품 회사 등이 차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청과회사 5곳의 지난해 평균 매출액은 296억원, 영업이익은 43억원이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14.7%에 달했다. 2018년엔 평균 매출액이 322억원, 영업이익 61억원으로 이익률이 18.8%로 더 높았다.

이런 현찰장사 때문에 청과회사는 M&A(인수·합병)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대주주가 수시로 바뀐다. 동화청과는 2010년 동부한농, 2015년 칸서스네오, 2016년 서울랜드에 이어 작년에 신라교역으로 대주주가 변경됐다. 신라교역이 동화청과를 인수한 가격은 771억원.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대아청과도 작년 호반건설이 564억원을 주고 인수했다.

중앙청과는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등이 2008년 경남기업으로부터 사들였고, 한국청과는 더코리아홀딩스가 2005년 개인주주로부터 인수했다. 다만 서울청과는 고려제강이 1985년 이후 최대주주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들 5개 도매법인의 공통점은 최대주주가 모두 농업과 관련 없는 `현금 부자` 기업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가락시장의 핵심인 청과회사들이 머니게임 대상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도대체 도매법인을 장악하고 있는 호반건설 고려제강 아모레화장품이 가락시장과 무슨 관련이 있고, 농민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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