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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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며칠 전 손흥민의 얘기로 스포츠 기사 면이 떠들썩했다.

한국인 축구선수가 올해 가장 아름다운 골에 주는 푸스카스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은 축구 팬들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 팬들의 가슴을 환호로 가득차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보다는 축구의 종주국이자 축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영국에서는 다양한 뒷 얘기들이 전해졌는데 그 중 중요한 기사 중 하나는 바로 손흥민의 골결정력에 관한 얘기였다.

미국 CBS 스포츠에 따르면 12월 17일 기준으로 최근 5년간 영국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공격수들의 골결정력보다 손흥민이 1.6배 좋다고 한다.

손흥민은 같은 기간 동안 333회의 슛을 시도했는데 60득점을 한 반면, 나머지 공격수들이 333회 슛을 한 것으로 가정한다면 37.4 득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통계만 보더라도 손흥민이 아름다운 골을 넣는 선수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인 월드클래스 공격수가 되었는지를 우리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스포츠 업계에서는 핫핸드라는 용어가 있다.

핫핸드는 농구에서 기원한 용어로 어떤 선수가 슛이 몇 차례 연속해서 들어가면 그 선수가 다음 시도에서 성공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물론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면 Hot Hand는 Hot hand Fallacy, 즉 오류라고도 불린다고 설명이 나와 있으며 인지편향 현상이라고도 나와 있다.

또한, 금융시장을 다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2008년 금융위기를 다룬 빅쇼트라는 영화를 기억할지도 모른다.

그 영화에서 리처드 탈러 (혹은 리처드 세일러,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며 넛지의 저자)가 카메오로 출연하여 핫핸드에 대해 설명한 장면이 나오는데 카지노 상황을 예를 들며 계속해서 돈을 딴 사람들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그 사람처럼 베팅을 따라하는 투자자들의 심리와 행동을 핫핸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1985년 길로비치와 츠버스키 (대니얼 카너머과 같이 ‘생각에 관한 생각’을 쓴 츠버스키이다)는 ‘농구에서의 핫핸드: 무작위 연속사건에 대한 오인에 관하여 (on the misperception of random Sequence)’라는 논문에서 ‘핫핸드 현상은 없다’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만약 핫핸드가 실재로 존재한다면 어떤 선수가 직전에 골을 연속해서 성공했을 때 다음 슛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야 하는데,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라는 팀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선수가 직전 성공 횟수가 높아지면 오히려 다음 슛 성공확률이 낮아졌다고 한다.

혹시나 슛이 연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집중 수비가 펼쳐지게 되어서 그러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가정 때문에 2회 연속 자유투를 던지는 상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자유투를 통해서도 핫핸드를 입증할 수는 없었다.

핫핸드가 우연히 연속해서 일어나는 확률의 현상이라고 하면, 결국 평균으로 회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관점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유사한 예로 댄 애리얼리의 얘기를 들어보자. 흔히 말하는 시소게임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치는 클러치 플레이어 (Clutch Player)가 실제하는지 말이다.

흔히 그러한 연봉을 많이 받는 슈퍼스타는 경기 중 압박을 최대로 받는 종료 이전 박빙의 상황이 되면 결정적인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 다들 믿고 있기 때문이다.

댄 애리얼리는 농구에서 4쿼터 종료 5분 전 양팀의 점수 차이가 3점을 넘지 않는 상황에서의 데이터를 살펴보았다.

클러치 선수라고 예상되는 선수들과 아닌 선수들의 득점을 비교하고, 클러치 선수들이 4쿼터 마지막 5분전과 다른 쿼터 마지막 5분간의 결과를 또한 비교했다.

결과는 확실하게 클러치 선수들은 마지막 5분 동안 확실히 높은 득점력을 보였다.

그러나 4쿼터 마지막 5분간 득점이 높은 것이 그 선수가 클러치 플레이어라는 결과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그러한 상황은 슛 성공률이 높은 것에서 나올 수도 있지만 그냥 슛 성공률은 변하지 않았는데 더 많은 슛을 날린 결과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상한대로 결과는 그저 그들은 많이 던졌을 뿐이었다.

앞서 1985년처럼 압박을 많이 받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해서 자유투 데이터를 확인해 본 결과 역시 같은 결과가 나왔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클러치 플레이어들의 슛 성공률이 50%라고 하면 4쿼터 위기 순간에서 슛 성공률이 70%로 확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다른 선수들이 심장이 약하기에 폭탄 돌리기 하듯이 그 선수가 어쩔 수 없이 슛을 쏠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더 많이 쏘게 된다는 것이다.

같은 50%의 적중률을 보이면서 말이다.

이렇게 최근까지 핫핸드에 대한 연구는 ‘핫핸드 효과가 없다’는 쪽의 결론이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핫핸드가 있을 수도 있다는 내용의 결론도 나오기 시작했다.

따라서, 핫핸드에 대해서는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다 더 심도 깊은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우리들 대부분은 영웅을 바란다.

특히 스포츠 경기에서는 말이다.

이 때문에 위기 속 강해지는 진정한 의미의 클러치 플레이어 그리고 핫핸드들에 대해서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보다 감성적으로 대하게 된다.

미국 프로농구인 NBA에서 시작된 이 용어는 투자자들에게는 핫핸드를 따라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 우리는 핫핸드가 위기 때마다 나타나서 나의 팀을 구원해주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NBA 팀 포틀랜드의 에이스 랄라드의 별명은 핫핸드를 넘어선 ‘사자의 심장’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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