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전문가 자격 엿보기

영화 포스터 (Uncorked : some dreams can’t stay bottled up): 2020년 3월 27일 개봉작.
영화 포스터 (Uncorked : some dreams can’t stay bottled up): 2020년 3월 27일 개봉작.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가업을 물려주려는 아버지와 와인업계로 진출하고 싶어하는 아들 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족 간의 관계를 그려낸 영화가 있다.

한글 제목은 ‘와인을 딸 시간’이다. 영화를 시작하면서 타이틀에 “A Penny for Your Thoughts”가 나온다.

“도대체 뭔 생각하고 있니?” 거나 “네 생각이 뭐니?” 라고 번역된다.

몇 년 전 코미디에서 나왔던 “네 생각을 말해주면 500원 줄게”로도 번역해 볼 수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깨달았다. 이 의미를!

늙어가는 아버지 입장에서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안정적인 가업을 물려 주려는 아버지는 20대 젊은 아들이 갈팡질팡 생각이 자주 바뀌는 걸 보며 아들에게 늘 묻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도대체 너 생각이 뭐냐?”

근데 이게 원제인 줄 알았더니 좀 더 보면 진짜 타이틀이 나온다.

‘Uncorked’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하면 부제로 ‘ Some dreams can’t stay bottled up’이 함께 포스터에 등장한다. ‘코르코 없는(마개가 열린):억누룰 수 없는 꿈들’ 이란 의미가 된다.

이건 아들 입장에서 바라본 해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버지의 꿈 대신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하는 과정의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이 영화의 묘미는 첫째 시작부터 와인을 수확하여 빚어가는 과정과 아버지가 바비큐 요리를 해가는 과정을 교차하며 보여주기에 짧지만 와인의 제조 과정을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힙합이 흐른다.

와인 영화에 웬 힙합 뮤직?

둘째 화이트 와인의 품종을 힙합가수에 비교하여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장면도 양념처럼 등장한다.

와인의 맛과 향 그리고 스타일과 힙합 가수별 특성을 알아야 이해가 가는 장면인데 둘 중 하나만 제대로 알아도 다른 한 쪽이 충분히 짐작이 되기도 한다.

셋째 중산층의 미국 가정에서도 소믈리에라는 단어를 몰라서 아프리카 소말리아로 착각하는 장면이 유머러스하게 묘사된다. 어느 나라나 처음 듣는 외국어는 헷갈리기는 마찬가지이다.

넷째 주인공이 와인에 빠지게 된 계기가 전 여친과 레스토랑에서 와인 주문했을 때 소믈리에가 설명해주는 와인에 호기심이 생겨 와인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 번도 외국에 나가보지 못한 자신이 각 나라의 와인을 접할 때마다 마치 그 나라를 여행하는 것 같다는 고백을 새 여친에게 하는 장면에서는 괜시리 가슴이 짠해진다.

그러면서도 코로나로 인해 외국에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와인이 이런 식으로라도 위로를 주겠구나 라는 생각도 잠시 하게 한다.

다섯째 주인공이 와인 전문가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공부해가는 과정이 등장한다.

이걸 보면 고급 레스토랑에서 나름 와인 전문가로서 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을 가지고 근무하는 소믈리에들이 그 전문 지식을 쌓아 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소믈리에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소믈리에를 은근히 존경하게 될 것도 같다.

물론 실력있는 진짜 소믈리에에 한하는 이야기지만.

이번에는 이 영화에 나오는 바로 이 와인 전문가 자격증에 대해 알아보자.

그러면 영화를 볼 때 좀 더 이해하기가 편할 것 같다.

한때 ‘1만 시간의 법칙’이 마법처럼 전문가가 되기 위한 기준으로 유행한 적이 있다.

하루 8시간씩이면 3.4년 하루 10시간이면 2.7년을 투자해야 도달하는 경지이다.

무엇을 하든 최소 3년 정도는 집중해야 어느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하나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

실제로 해보면 10,000시간의 법칙만으로 전문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열정과 즐기는 마음이 있어야만 소위 장인인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와인은 서비스업 분야이니 하나의 품성이 더 필요하다.

바로 배려심이다.

그런데 이건 타고나는 품성에 후천적 환경까지 뒷받침되어야 갖게 되는 자질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따라서 배려심이 부족하다고 자신을 탓하거나 낙심할 필요까지는 없을 듯하다.

이 자질이 부족해도 되는, 서비스업이 아닌 다른 직업을 찾으면 된다.

하나 이 품성이 부족하면 사회 생활하기가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니 노력은 해야 한다.

와인업계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산업 자체내에 다양한 직업군들이 있다.

포도 재배자, 와인 양조자, 와인 판매자, 소믈리에, 저널리스트, 와인 평가자, 와인학 교수(포도 재배학 교수와 양조학 교수), 와인 전문 경매사 등등.

이들은 주로 어느 하나를 전문으로 하기도 하고 때로는 중복된 직업을 갖기도 한다.

이 영화에는 마스터 소믈리에(MS; Master Sommelier)라는 직업이 등장하고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와 이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는 과정이 나온다.

마스터 소믈리에는 ‘마스터 소믈리에 협회(Court of Master Sommeliers)’가 주관하는 시험 중에 최종 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자격증이자 이 자격증을 획득한 사람을 지칭하는데 이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은 소믈리에로서 와인과 기타 주류 및 음료 뿐 아니라 시가에 관한 최고의 전문 지식, 평가 능력, 그리고 서비스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인정을 받는다.

마스터 소믈리에 협회는 민간단체로서 1977년에 설립되었으나 첫 시험이 1969년 영국의 런던에서 영국의 와인 판매상 협회(Vintners Company), 와인 마스터 협회(Institute of Masters of Wine), 영국 호텔& 레스토랑 협회(British Hotels & Restaurants Association), 영국 와인& 증류주 협회(Wine & Spirits Association of Great Britain), 그리고 담배 도매상 협회(Wholesale Tobacco trade Association)의 공동 주관하에 시행되면서 이 자격증이 생겨났다.

1986년부터는 미국에 북미 기구를 둔 것을 비롯해서 현재는 유럽, 미국, 아시아(홍콩, 한국, 일본 등), 오세아니아(호주& 뉴질랜드)에서 교육 및 시험을 시행해 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2년 총 4단계 시험 중 레벨 1에서 시작해서 현재는 레벨 3까지의 시험제도를 운용하고 있고 최종 레벨 4단계 시험은 영국이나 미국, 오세아니아로 가서 봐야 한다.

마스터 소믈리에 협회는 주류와 음료, 시가 관련 유통회사들과 숙박 및 레스토랑 업체들이 참여하여 시험을 주관하고 있어서 이 협회의 설립 목적은 호텔과 레스토랑에서의 음료 서비스 표준 품질의 향상, 특히 와인과 음식과의 궁합과 서비스에 관한 표준 품질을 향상 발전시키는 것에 있다.

이 자격증 시험 제도는 2005년 12월 이전에는 3단계였으나 그 이후 레벨 2가 도입되면서 4단계로 변경되어 시행되어 오고 있다.

레벨 1 (입문과정 Introductory Sommelier Course) 표식
레벨 1 (입문과정 Introductory Sommelier Course) 표식

레벨 1은 입문 과정(Introductory Sommelier Course)으로 레스토랑에서 수년이상 근무한 경력자 모두가 응시할 수 있다. 2일간의 강좌 수강 후 3째날 오전에 시험을 치게 된다.

이 초보 단계의 시험문제는 대개 기본적인 와인 양조 과정, 포도 품종, 와인과 음식의 궁합에 관한 것들로 다지 선다형의 객관식으로 구성된다.

이 시험에서는 60% 이상을 맞추어야 합격이다.

그 동안 이 시험에서의 합격률은 대략 90%라고 한다.

레벨 2는 소믈리에 자격 과정(Certified Sommelier Course)으로 2005년 12월부터 도입되었는데 이유는 입문 과정과 소믈리에 심화 과정 사이의 지식 격차가 너무 커서 중간 단계가 더 필요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시험 응시자는 레벨 1을 합격한 후 2년 이내에 응시해야 하는 요건이 있다. 레벨 1 지식의 유효 기간을 2년으로 보는 셈이다.

이 시험은 서비스에 대해 좀더 초점을 맞추고 와인 지식에 관해서도 좀더 심도있게 다룬다.

이 시험은 다지선다형의 객관식 문제와 단답형의 주관식 문제로 구성된 이론 시험(총 40문항), 두 종류의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 그리고 서비스 실기의 3단계로 이루어지는데 각 시험에서 60% 이상의 점수를 획득해야 합격이다.

이때부터 합격률은 급격히 낮아져서 대략 60% 수준이라고 한다.

레벨 3는 소믈리에 심화 과정(Advanced Sommelier)으로 서비스 실기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전세계 와인 생산지역과 생산자들에 대한 지식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 시험은 총 5일간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이 중에 2.5일은 이론, 서비스 시범과 와인 테이스팅을 포함한 교육이고 나머지 2.5일은 시험을 치르게 된다.

주인공이 시험장에서 6종의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하고 있다.(출처 : Netflix)
주인공이 시험장에서 6종의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하고 있다.(출처 : Netflix)

이 시험은 1시간짜리 24개의 다지선다형 객관식 문제와 60개의 단답형 질문으로 구성된 이론 시험, 25분 동안 치르는 6개 와인의 블라인드 테이스팅, 그리고 2단계보다는 훨씬 더 심도 있는 45분간의 서비스 실기 시험으로 구성되는데 합격하려면 각 과정 모두 최소 60% 이상을 맞추거나 60%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한다.

그 동안의 합격률은 대략 30% 수준이란다.

그래서 협회 측은 레벨 2 합격 후에 최소 1년이 경과해야 이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1~2년에 걸쳐 충분히 공부하고 응시할 것을 권하는 것이다.

마지막 레벨 4는 마스터 소믈리에 인증 과정(디플로마 과정 ; Master Sommelier Diploma Course)으로 이 시험에 응시하려는 사람은 레벨 3에 합격해야 하고 소믈리에로서 동종 업계에서 최소한 10년 동안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이 시험은 레벨 3와 유사하게 이론과 테이스팅 및 서비스 실기도 치르지만 추가로 와인 지식에 대한 구두 질의와 응답 시험을 포함한다.

각 시험별로 모두 75%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합격할 수 있어서 합격기준도 높아지는 셈이다.

이 마지막 단계에서는 3종류 중 어느 하나나 둘에 합격하면 나머지는 2년 내에 재응시하여 합격하면 된다.

2년 경과 후에는 전체 시험을 다시 보아야 하는 것이니 결코 쉽지 않은 시험이다. 그래서 이 시험의 합격률은 10% 미만이라고 한다.

그래서 매년 작게는 2명에서 많아야 15명 정도 합격하고 통상은 6~8명 정도가 이 최종 시험에 합격한다.

2020년 말 현재 마스터 소믈리에는 전세계에 267명 뿐으로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남아공, 오스트리아, 호주, 뉴질랜드, 중국, 일본에 분포되어 있다.

이 마스터 소믈리에로서 유명한 사람으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계 와인 자격증의 양대 산맥인 마스터 소믈리에(MS)와 와인 마스터(WE) 둘 다를 가지고 있고 세계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이기도 한 제라드 바셋(Gerard Basset ; 1957~2019),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는 드미트리 메스나르(Dimitri Mesnard) 등이 있다.

안타깝게도 2019년 1월에 작고했지만 제라드 바셋 같은 경우는 월드 베스트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 6번이나 도전했던 칠전 팔기의 정신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고(故) 제라드 바셋 (1957~2019).
고(故) 제라드 바셋 (1957~2019).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김경문씨가 2016년에 마스터 소믈리에 자격을 획득했다. 그는 현재 뉴욕에서 자신의 와인 수입사를 운영하면서 국제 요리학교의 와인담당 교수를 겸직하고 있다.

이보다 먼저 한국 국적은 아니지만 한국계 미국인인 윤 하(한국명; 하윤석)씨가 2012년에 마스터 소믈리에 자격을 획득하였고 그는 현재 샌프란시스코 최초의 미슐랭3 스타 레스토랑인 베누(Benu)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리고 2018년에 더글라스 김이라는 한국계 미국인이 또 합격했는데 그는 현재 라스베가스에서 벨라지오가 운용하는 피카소에서 와인 담당 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조선시대 500여년 동안 사농공상의 순서로 가장 천시받아 오던 상업은 오늘날에는 서비스업이라는 이름으로 이 산업 비중의 크기로 선진국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기는 하다.

그런데 이 사농공상의 정신이 오늘날까지 남아서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직업으로서의 소믈리에는 직업군에도 끼지 못하고 특히 여성들이 레스토링이나 와인 전문점에서 와인 판매와 서비스를 한다고 하면 부모가 반대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엿이 대학에도 실용학과로서 학과가 생겼고 직업군으로도 분류되어 있다.

지금 한국인으로서 국내와 국외에서 와인 산업 현장에서 근무하며 이 자격증과 각종 소믈리에 대회에서 입상을 꿈꾸며 노력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들이 마스터 소믈리에가 되고 국제 대회에서 1등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월드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에서도 우승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그리하여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서비스 품질이 한 단계 격상되어 코로나가 끝나고 많은 세계인들이 한국 관광에서 품격을 느끼고 돌아가는 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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