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선상에서 바라본 일출[사진=하응백]
남해 선상에서 바라본 일출[사진=하응백]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 우리 인간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바로 죽음이다.

인류는 종교적, 철학적으로 왜 태어나는가, 왜 사는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왔고, 죽음에 대해서도 거듭거듭 깊은 사유를 했다.

철학자나 문인은 죽음에 의해 삶이 규정되고 죽음이 있음으로 인해 삶의 찰라적 아름다움이 완성된다고 멋있게 이야기한다.

비유적으로 "장미꽃이 일년 내내 피어있다면, 그 아름다움을 느끼겠는가?"라고 말한다. 어차피 죽음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보다 아름답고 멋있게 죽는 게 낫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죽음은 인간 누구에게나 두려운 것이며 살아있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다. 보다 현실적으로 보면 통계청은 우리가 왜 죽는가를 통계로 답해 준다.

2019년의 경우 29만5110명이 사망했다.

2015년 이후 사망자는 조금씩 늘고 있다.

10대 사망원인은 악성신생물(암), 심장 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 고의적 자해(자살), 당뇨병, 알츠하이머병, 간 질환, 만성 하기도 질환, 고혈압성 질환 순이다. 고의적 자해가 사망 원인 5위에 들어 있다.

자살자 수 및 자살률 추이, 2009-2019년. [표=통계청]
자살자 수 및 자살률 추이, 2009-2019년. [표=통계청]

고의적 자해가 2009년에 비해 조금씩 줄어들기는 했지만 2019년에도 여전히 1만3799명이나 된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의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근본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질병 이외의 외부요인에 의한 사망은 사회가 더 노력할수록 줄일 수가 있다.

예를 들어 2009년 운수사고(교통사고 등)로 사망한 사람은 인구 10만명 당 14.4명이었다.

교통사고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 2019년에는 8.2명으로 줄었다. 10년 만에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아직 통계작성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2020년은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은 최초의 해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만 보면 출생자는 2만1934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14.4% 감소했다. 사망자 수는 2만6509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3.7% 증가했다.

해외유입이 없다면 2020년은 19세기 이후 인구가 줄어든 사상 최초의 해가 된다는 말이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 혹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첫째 지금까지 출산율을 높여서 인구절벽을 방지하자는 정책은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지난 2004년부터 우리 정부는 100조 이상을 출산율 제고 정책에 쏟아부었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이제 가임 여성 일인당 0.9명도 출산하지 않는 시대에 들어갔다. 이를 정책으로 되돌리기는 역부족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 즉 인식의 전환이 가장 필요하다.

사망의 외인의 사망률 추이, 2009-2019. [표=통계청]
사망의 외인의 사망률 추이, 2009-2019. [표=통계청]

둘째 죽음의 질을 생각하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이가 들어 질병으로 사망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부자나 가난한 자나 이 질곡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살이나 운수사고나 추락사고 등은 사회가 노력하면 줄일 수 있는 영역이다.

자살, 교통사고,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등은 우리가 모두 함께 노력하면 줄일 수 있는 죽음이다.

출산율 재고에 투입되는 재원을 질병 외 사망 방지 쪽에 지속적으로 일부라도 투입한다면, 이러한 죽음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죽음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질과 관계되기 때문이다.

자살하고 싶은 사람이 없는 사회, 교통사고로 갑자기 사람이 죽지 않는 사회, 산재로 인해 아침에 일터에 출근했던 사람이 죽지 않는 사회, 그런 사회를 생각해보라. 이런 사회가 살만하지 않겠는가?

인간이라면 이런 사회를 꿈꾸어야 하지 않겠는가? 올바른 정부라면 이런 정책 목표를 세우고 추진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응백 문화에디터.
하응백 문화에디터.

2020년 우리 국민은 전 세계인과 마찬가지로 힘든 터널을 지나왔다.

2021년은 힘겹겠지만 코로나 19의 질곡에서 빠져나와 감염병의 위기를 극복하고 마무리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억울한 죽음을 없애야 한다.

자연스럽지 못한 죽음을 방지해야 한다.

그 목표로 나아가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행복지수는 높아질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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