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민석 페이스북]
[사진=설민석 페이스북]

【뉴스퀘스트=오광수 대중문화전문기자】 ‘예능으로 말하는데 다큐로 받는다’는 말이 있다.

좀더 풀어보자면 농담을 했는데 상대방이 정색하고 대꾸했을 때 하는 표현이다.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지면서 모든 방송을 하차한 설민석을 보면서 이 말이 생각났다.

설민석은 최근 “2010년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역사교육과 석사 논문으로 제출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서술에 나타난 이념 논쟁연구’를 작성하면서 연구를 게을리하고, 다른 논문들을 참고하는 과정에서 인용과 각주 표기를 소홀히 하였음을 인정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또 “교육자로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안일한 태도로 임한 점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설민석은 “제 강의와 방송을 믿고 들어주신 모든 분, 학계에서 열심히 연구 중인 학자, 교육자분들께 누를 끼쳐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사실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이 스타강사 설민석이 진행하는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이집트 편의 오류를 지적했을 때만 해도 그가 모든 방송에서 하차해야 할만큼의 중차대한 사안은 아니었다.

다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제작진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면 되는 문제였다.

그렇다면 그동안 방송에서 설민석이라는 스타강사는 어떻게 소비되었는가.

우선 설민석의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연세대 교육대학원에 다니기에 앞서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천안캠퍼스)를 졸업했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학부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그가 방송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제스처와 표정 등은 이미 연극 무대 등에서 수련을 거친 결과이다.

그는 연기를 전공한 역사학도로서 방송에 화려하게 입문했다.

주로 교양 프로그램보다는 교양과 예능의 경계선에 있는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했다.

의미와 재미를 한꺼번에 추구하는 프로그램이 그의 주된 활약 무대였다.

사실 아무리 학문적 깊이가 있는 학자라 하더라도 방송이라는 매체에 최적화되지 않았다면 출연이 쉽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쉽고도 재미있게 표현하고 풀어내는 재주가 방송에서는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설민석은 ‘방송에 최적화된 학자’이자 ‘예능에 최적화된 진행자’였다.

이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문제는 ‘선을 넘었다’는데 있다.

오광수 대중문화전문기자
오광수 대중문화전문기자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넘어서 전방위적으로 영역을 넓히다 보니 자신이 만들어놓은 그물에 갇히는 꼴이 된 것이다.

미디어학자 맥루한은 ‘텔레비전은 쿨미디어’라고 정의했다.

청각적이고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쿨한 매체라고 정의한 것이다.

그 매체에 최적화 된 설민석의 하차는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냥 예능 프로그램의 범주에서 활약하면서 그의 지적 능력을 활용했다면 ‘예능으로 말했는데 다큐로 받는다’라면서 웃어넘길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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