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에 미운털 단단히 박혀, 알리바바 자회사 엔트그룹 상장 무산에 이어

지난해 10월 상하이 와이탄 금융서밋에서 연설하고 있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사진=
지난해 10월 상하이 와이탄 금융서밋에서 연설하고 있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사진=징지르바오(經濟日報)제공]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이 중국 정부에 찍혀도 단단히 찍힌 모양이다.

중국 당국에 미운 털이 세게 박힌 마윈이 급기야 자신이 제작해 출연 중이던 TV 프로그램에서도 돌연 하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이 재차 마윈에게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3일 연합뉴스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리카 기업 영웅'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으로 출연중이던 마윈이 촬영 도중에 다른 심사위원으로 교체됐다.

마윈이 직접 제작하고 상금까지 내건 이 프로그램은 아프리카 기업인들이 자신의 사업 구상을 발표하면 이를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통해 최종 우승자에게 150만 달러(약 16억3000만원)의 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최종 우승자에게 시상하는 150만달러의 상금 역시 마윈이 설립한 재단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11월 결승전 촬영을 마치고 올해 봄에 정식 방영될 예정이며 마윈은 촬영 초기부터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참가자들의 사업 계획을 평가해 왔다.

그러나 결승전에서 마윈 대신 알리바바의 다른 임원으로 심사위원이 교체됐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현재 이 프로그램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마윈의 사진이 사라졌고 홍보 영상에도 마윈이 일절 언급되지 않는다고 한다.

마윈은 이미 지난해 10월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금융 회의 연설에서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이후 중국 당국으로부터 각종 규제와 압박을 받고 있다.

당시 마윈은 상하이 와이탄(外灘)금융서밋에서  '위험 방지를 지상 과제로 앞세워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당국을 정면 비판해 중국 경제계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세계적인 은행 건전성 규제 시스템인 '바젤'을 '노인 클럽'이라고 비유하면서 중국 금융 시스템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과감한 주장도 펼쳤다.

이같은 마윈의 규제 완화 주장에 중국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규제 몽둥이'로 가차없이 화답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1월 예정됐던 알리바바그룹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상장을 무기한 연기시킨데 이어 12월에는 알리바바그룹을 상대로 당국이 반독점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이보다 훨씬 앞서 마윈은 직원들에게 “알리바바는 정부와 연애는 하지만 결혼을 하지는 않는다”며 정부와의 관계를 남녀관계로 비유하는 중국 정부와 일정 부분 거리를 두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연애와 달리 결혼은 구속이라며 기업이 정부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결국 정부의 통제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의미에서다.

이처럼 마윈이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자세를 유지함에 따라 지난 2015년 1월,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공상총국)은 알리바바 산하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거래되는 상품 중 60% 이상이 짝퉁이라고 밝혀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조사 표본의 문제라며 이를 반박했지만 며칠 후 공상총국은 백서를 추가로 공개해 알리바바가 짝퉁 제품과 불법 제품 판매 단속에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또한 공상총국은 알리바바 직원들이 검색 순위를 올려주는 등 명목으로 뇌물을 받았다고 밝혀 알리바바를 더욱 궁지로 몰았다.

당시 뉴욕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하루만에 4.36%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110억달러(약 12조원)나 증발했다.

결국 창업자인 마윈이 직접 중국정부를 찾아 적극적으로 협조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사태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마윈이 중국 공산당에게 밉보였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마윈은 리옌훙(李彦宏) 바이두 회장과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 등 중국 대표적인 IT 기업인들이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을 맡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달리 공산당과 관련한 감투를 거절하고 있다.

마윈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중심의 상하이방과 연루돼 있다는 음모론마저 그럴듯하게 들려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어느 선까지 마윈을 몰아부칠지 예측할수 없지만 과거보다는 더 강력하게  알리바바와 바이두 탄센트 등의 플랫폼 기업과 핀테크를 규제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 중국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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