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에 지난해 3분기 주류·담배 지출액 사상 최고
업계, 1인용 안주 포함 신제품 출시 러시…출판업계선 '술안주 레시피' 책 출간
의료 전문가들 "과음 등으로 건강해칠 우려"…우울증 이어질 가능성도 커

국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국의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면서 서울 이태원 등 전국 대부분 식당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외부활동이 줄면서 이른바 ‘집콕족’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강화된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식당의 운영시간은 물론 모임의 인원까지 제한되면서 사실상 퇴근 후 외부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어려워져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했다.

이 때문에 영세상인들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한숨소리가 커져 가고 있다.

반면, 갈 곳 잃은 주당들은 집에서 혼자 즐기는 이른바 '혼술' '홈술'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의 목적별 최종소비지출(계절조정, 명목) 중 주류 및 담배 지출액은 4조2975억원이었다.

이는 1970년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낸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전년 동기대비 술, 담배 지출액 증가율은 6.2%로, 2016년 2분기(6.5%)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도 같은 기간 전국 가구(2인 이상) 월평균 가계지출 중 주류·담배 소비지출 금액은 4만2980원(주류 1만9651원·담배 2만3329원)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집단적 피로감이 커진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혼술·홈술을 즐기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사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 진열돼 있는 소주. [사진=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혼술·홈술을 즐기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사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 진열돼 있는 소주. [사진=연합뉴스]

특히 식당 등의 영업제한에도 불구하고 주류소비가 늘어난 것은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 홈술족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주말 수도권의 한 대형마트의 주류매장에는 소주나 맥주를 사려는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 40대 회사원은 "코로나19 때문에 식당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며 "술값도 줄일 수 있고, 이젠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전에는 소주 한병 정도를 마셨는데, 최근에는 두병 이상씩을 마시게 된다"며 스스로의 건강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다.

실제로 의료계 전문가들은 집의 편안한 분위기와 혼자 술을 마시다보면 자제가 어려워 본인의 주량보다 과음하기 쉬워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부실한 안주로 급하게 마시게 돼 위장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음주 후 바로 잠자리에 들거나 눕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

이중호 용인세브란스 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소화가 되기 전에 누우면 음식물과 위산이 위와 식도로 역류해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며 "위장 건강에 좋지 않은 자세이므로 음식 섭취 후에는 바르게 앉거나 선 자세로 충분히 소화를 시키고 2∼3시간 뒤 눕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특히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혼자 술을 마시는 횟수가 증가할 경우,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부분 전문가들은 가급적 혼자 술 마시는 횟수를 줄이고, 집에서 혼자할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해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편, 혼술 홈술족이 늘면서 업계에서는 이들을 잡기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청정원의 1인 안주세트는 온라인쇼핑몰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주류업계도 혼술족을 위한 신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이즈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진로소주를 페트병으로 출시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난 '홈술' 수요에 맞춘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일부 출판업계에서는 혼술·홈술족을 위한 안주만들기 레시피 책을 출간해 눈길이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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