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 커뮤니케이션과 행동경제학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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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월요일인 1월 4일에는 대부분 기업에서 시무식을 개최하고 새해 나아갈 방향을 정하지 않았을까 싶다.

기업의 크기와 상관없이 기업을 이끌어 가는 수장은 누구나 올해에는 우리 조직이 작년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담아 신년사를 전했으리라 생각된다.

조직이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조직 문화, 조직 체계, 그리고 조직 간 업무 프로세스 등 세부 분야에서 인사 조직관리에서 나올법한 많은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 옳겠지만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은 구성원 간 커뮤니케이션이다.

조직의 구성원들의 대화 혹은 회의가 회사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흘러가면 매우 좋겠지만 아쉽게도 실제로는 이상한 방향으로 흐를 때가 많다.

지난 번 ‘집단의 극단화’에 대한 연구를 소개할 때, 언급했던 캐스 R. 선스타인이 이에 대해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얘기들을 건넨다.

제일 먼저 그는 ‘첫 번째 의견의 비극’이라는 어절로 조직에서 벌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점을 설명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모방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이는 남들 따라 한 방향으로 가는 무리짓기 (Herding)가 인간의 기본적인 습성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집단이 어떤 제품, 사람, 정책 등을 선택할 때, 각각의 가치를 보고 판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초기 의견들 때문에 한 방향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예로 범죄사건의 추정치를 맞출 경우 보상을 해주는 실험에서도 응답자들에게 다른 사람의 추정치를 알려줄 경우, 보상 때문에 각자는 자기들의 의견을 이성적으로 주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의견의 다양성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

바꾸어 말하면 집단에게 최초에 제시했던 조언이 의사결정자들을 호도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사회의 폭포효과 (Cascade)를 반영한다.

폭포효과는 사람들이 서로 영향을 끼쳐 자신의 개인적 견해를 무시하고 남들의 판단에 전적으로 따르는 현상을 의미하며 이는 크게 정보의 폭포효과 (informational cascade)와 평판의 폭포효과 (Reputational Cascade)로 나눠진다.

전자는 남의 정보를 존중하여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 않는 현상이며 후자는 남들의 비난을 두려워하여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 않는 현상이다.

이제 조직에서 회의를 할 때, 어떤 사람이 확신에 차서 하나의 의견을 내놓는다고 가정하자.

다음 사람이 자신만의 의견에 대해 명확한 확신이 없으면 대체로 첫 번째 사람의 의견을 따르게 되고, 다시 그 다음 사람은 두 사람이 의견을 일치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의견에 대해 명확한 확신이 없으면 역시 자신도 동조시키는 등 지속적으로 동조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우리가 매일같이 보는 현상은 아니지만 꽤 자주 보는 현상이기도 하다.

둘째, 집단의 극단화 현상이 회의 후에는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즉, 회의 전에도 나뉘었던 의견이기도 하지만 회의를 거치게 되면 더욱 자신 측의 주장을 강하게 한다는 현상이다.

이는 각 집단들의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관련된 주장만 받아들이려는 확증편향이 나타나게 되고, 각 집단 내에서 개인이 인정을 받기 위해 즉, 집단 내 평판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유지식효과를 들고 있다.

공유지식효과란 집단의 구성원이 모두 공유하는 정보가 구성원 한두명이 공유하는 정보보다 집단의 의사결정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보다 전문적으로 표현하자면, ‘특정한 정보의 영향력은 그 정보를 알고 있는 집단 구성원 수와 명백히 직결된다’ 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몇몇 개인이 올바른 의사결정이 도움이 되는 결정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정보를 가진 다수에 의해 몇몇 개인의 견해가 묵살되고 궁극적인 결정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더 확장시켜서 생각하면 집단이 크면 클수록 보다 멍청한 결론을 내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우리는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겠다.

앞서 말한 것을 요약하자면 조직 구성원들이 커뮤니케이션할 때, 실패할 수 있는 원인들로는 첫째, 최초 의견의 영향력, 둘째, 집단의 극단화, 셋째, 공유된 정보가 공유되지 않은 정보를 몰아내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선스타인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진실에 도달할 때까지 끊임없이 의구심을 가지는 리더십’과 ‘조직 내 다양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강조한다.

또한 두 가지 요소를 실현시키기 위해 8가지 접근 방식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첫 번째가 리더의 호기심과 과묵함이다.

이에 따르면 리더는 조직 개개인이 보유한 정보를 경청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치는 것만으로도 집단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새해가 들어 첫 번째 글의 주제로 조직내 행동경제학을 삼아서 얘기를 했지만, 가장 중요한 답은 리더라면 누구나 들어봤을만한 바로 ‘경청’이라는 단어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알고 있지만 다들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바로 그 단어이다.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긴 했지만 한비자에서도 군주가 갖춰야 할 것 중 하나로 경청에 대해 소개한 내용이 있다.

한비자에 따르면 군주가 의견을 듣는 방법은 심하게 취한 듯한 모습과 비슷하다고 비유하며 군주는 이든 입술이든 바보처럼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한다.

신하가 스스로 말해오면 그것을 통해 알아야 한다고 한비자가 말한 것처럼 아무리 돌아봐도 조직에 제일 중요한 것은 리더의 경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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