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영업비밀침해소송 오는 2월 10일 최종판결
‘지재권 보호’ 선언한 바이든 취임 이후 SK이노 불리해질 수도
업계 관계자 “막대한 손해액 내기 전에 합의보는 게 합리적일 것”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침해소송 ITC 최종 결정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결국은 합의금 액수가 문제다'

LG에너지솔루션(LG화학, 이하 LG에너지)과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노)의 영업비밀침해소송 최종 판결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가 누구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조 바이든 정부가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ITC결정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며 "판결 전 한국 배터리 업계의 발전과 기업 이미지를 감안한다면 양사가 원만한 합의에 이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ITC 판결에 따른 LG에너지의 조단위 요구와 SK이노의 수백억 '퉁치기'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양사의 삿바 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양측은 대외적으로 구체적인 합의금액을 밝히지 않은 채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2월 ITC는 SK이노가 LG에너지의 핵심인력과 정보를 빼간 후 조직적인 증거 인멸을 한 것이 확인됐다며 조기패소 결정을 내렸지만, 이후 최종 판결을 세차례나 연기했다.

최종판결은 오는 2월 10일에 나온다.

◇ 바이든 '지식재산권 보호' 강조...LG에 유리 관측

업계 관계자들은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SK이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이달 20일 취임을 앞둔 바이든 당선인이 강조하는 주요가치 중 하나가 '지식재산권 보호'이기 때문에 SK이노의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처벌이 더 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공약으로 "환율조작과 불법 보조금, 지재권 탈취 등 불공정 무역 관행을 탈피하겠다"며 "이를 어기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최종판결일 전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SK이노가 조지아주에 건설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도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지아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텃밭이었지만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판을 뒤집으며 정치지형이 바뀐 바 있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의 주요공약 중 하나가 ‘환경 보호’라는 점을 감안할 때 친환경 사업을 펼치고 있는 SK이노를 상대로 ITC가 무거운 판결을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바이든은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 달성을 목표로 미국 내 그린뉴딜 등 친환경 산업에 아낌없이 투자하겠다고 지난해 11월 밝혔다.

조 바이든 민주당 당선인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지식재산권 보호를 포함한 대외정책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민주당 당선인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지식재산권 보호를 포함한 대외정책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SK이노 패소땐 '손해액 6조원' 추정...배상금 더 늘듯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만약 ITC가 LG에너지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관련 배상금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재권 관련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 영업비밀보호법과 최근 판례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소송이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의 민사소송까지 가게 될 경우, 손해액이 6조원이 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LG에너지가 SK이노의 영업비밀침해로 인해 실제 입은 피해와 전기차 등 미래사업과 관련해 추후 입을 손해를 추산한 금액이다.

일례로 지난 2019년 5월 미 캘리포니아 법원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 ASML의 직원들이 중국 반도체 장비회사 XTAL에 이직하며 영업비밀을 탈취해 활용한 건과 관련, XTAL에 8억4500만달러(현 기준 약 9256억원)의 손해배상 판결 및 미국 내 개발·판매 금지 명령을 내렸다.

또한 미 연방법원은 하이테라커뮤니케이션이 모토로라솔루션의 전직자 3명에게 무전기와 관련된 영업비밀과 저작권을 탈취했다고 보고 손해액과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포함해 총 7억6456만달러(현 기준 약 8375억원)을 배상액으로 산정했다.

이처럼 미래사업 가치가 더 큰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침해와 관련, ITC가 반도체 장비나 무전기 영업비밀침해 사안들 보다 더 무거운 배상금을 물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현재 LG에너지는 미국 연방 영업비밀보호법에 근거해 수조원을 요구하는 반면, SK이노는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지 않고 수 백억원 수준 제시에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측은 SK이노로 이직한 한 직원의 2018년 이메일에 57개 배터리 제조 핵심비결(레시피)이 첨부돼 있었다며 영업비밀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LG의 리튬 배터리를 보는 자사 공작직원들. [사진=연합뉴스]
LG화학 측은 SK이노로 이직한 한 직원의 2018년 이메일에 57개 배터리 제조 핵심비결(레시피)이 첨부돼 있었다며 영업비밀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LG의 리튬 배터리를 보는 자사 공작직원들. [사진=연합뉴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최종판결까지 가서 SK이노가 패소할 경우 대한상공회의소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이 줄곧 강조해온 'ESG 경영기조'를 추구하는 기업 이미지에도 타격이 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재권 분야의 한 전문가는 "이미 ITC행정판사가 지난해 2월 SK이노에 대한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는 건 SK이노가 끼친 피해가 명백하다는 것"이라며 "최종판결에 이어 델라웨어 소송까지 이어질 경우 SK의 실질적 부담은 물론 기업 이미지 타격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업계 내 분석과 관련해 SK이노 관계자는 "바이든 정권이 지재권보다 더 중시하는 '환경보호' 대책은 SK가 추구하는 가치와 같다"며 “아직 그 무엇도 결정 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섣부르게 단정짓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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