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주식시장과 행동재무학

지난 11일 코스피가 장중 3200선을 돌파했다. 사진은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코스피가 장중 3200선을 돌파했다. 사진은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그야말로 주식시장에 광풍이 불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젊은 세대들의 주식투자 열풍은 올해도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2030세대 300만명이 주식투자에 뛰어 들었으며, 새해 들어 지난해 말 중단했던 신용대출을 재개하자마자 4일 동안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4500억원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물론, 대출받은 모든 돈이 주식시장에 들어갔다고는 볼 수는 없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빚투'로 한방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주식시장에 대한 집단 광풍은 왜 일어난 것일까?

현상 자체에 대해서는 지난 번에 언급했듯이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라고 부를 수 있겠다.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거나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면 주위와 같은 행동을 자기도 모르게 취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주로 쏠림현상, 편승효과 등으로 불린다.

주식시장에서도 이와 같은 행동이 나타나게 된다.

“남들 하니까 나도 이번에 주식투자 시작해야지”, “어떤 주식이 좋다더라. 나도 투자했다” 등의 얘기는 지난 몇 달 간 몇 번은 들었을 법한 얘기다.

현상은 그렇다 하지만 과연 그 원인은 무엇인가?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모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방은 다른 동물들에게도 분명히 존재하며, 그 종이 발전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상한 집단행동을 하게도 만든다.

오죽했으면 무리지어서 아무 의미 없이 하는 집단행동을 '양떼효과(Herding Effect)'라고 이름 붙였을까?

또 다른 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집단행동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고 있다는 개미라는 종에서 말이다.

20세기 초 윌리엄 비브라는 학자가 개미들의 이상한 행동을 발견했다.

한 무리의 개미들이 (army ant) 원을 지어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둘레는 365m이고 한 바퀴 도는데 2시간 반이 걸리는 원을 2일 동안 지속해서 움직이기도 하였다는 것이다.

앞을 잘 못보는 개미들은 바로 앞에 있는 개미들을 따라가게 되는데, 앞의 개미를 따라가는 개미의 숫자가 증가해 어느 임계점에 이르면 계속해서 원형을 크게 그리며 도는 이른 바 원형 선회 (Circular mill) 현상이 발생한다.

일개미 일부가 이탈하면 이 현상이 소멸되고,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돈다고 한다.

그렇다면 모방에 따른 행동이 과연 항상 부정적일까?

그렇지 않다.

주식시장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한다.

더 많이 아는 사람들의 지혜나 지식을 빌려 따라하는 것이 잘 모르면서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문제가 되는 것은 메커니즘이다.

주식시장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남들을 모방해 똑같은 의사결정을 하는 집단행동은 시장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이 너무 과도할 때, 나타나게 된다.

조지 소로스(전설적 투자가이면서도 금융사기꾼이라는 평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또한 재귀이론에서 주가와 펀더멘털 사이에 긍정적 신념이 발생하면 호황 혹은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정리하자면 금융시장은 긍정적 피드백과 부정적 피드백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긍정적 피드백이 과도하여 모방이 일어나고 결국 집단행동, 광풍으로 이어지게 되면 비효율적인 시장이 되게 된다.

물론 지속적인 호황을 누릴 수도 있지만 한 순간에 붕괴할 수도 있는 시점일 수도 있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겠다.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주식시장을 바라보면서도(이를 행동재무학적 관점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일반인들이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 점들이 있다.

인간 개인들이 지닌 제한된 합리성 때문에 휴리스틱, 편향, 프레이밍 효과 등이 적용되어 주가도 기업 혹은 시장이 지닌 내재적 가치에서 벗어나게 마련이라고 과도하게 추측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주식시장이나 금융시장의 참여자는 다양한 개인과 투자집단들이 속해 있다.

따라서, 투자하는 방식도 각자 가지고 있는 이론과 계산 방식을 가지고 결정하게 된다.

이럴 경우, 대게는 개인이 가진 비합리성이 집단 전체에서는 상쇄되기 마련이다.

요약하자면, 시장의 내재적 가치를 넘어서서 과도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현상은 투자자들이 다양하다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현상이다.

다만, 지금처럼 한 시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한꺼번에 긍정이라는 한 방향으로 쏠림이 일어날 경우 전체가 비합리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 현상은 예의 주시하고 오히려 한발 뒤로 물러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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