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경쟁기업들 대규모 투자 나서는데...오너 결정하는 M&A 등 차질 불가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국내 최대 그룹 삼성이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앞으로 1년 6개월간 총수 부재 상황이 연출되면서 중차대한 회사의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등 경영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의 결정은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의 영역인데 이를 결단하지 못할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삼성이 도약을 위해 준비해 온 단기 계획은 물론 중장기 투자 프로젝트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7년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1년 동안 삼성그룹은 리더십 부재 속에 대규모 투자가 실종되다시피 했다. 

또 최근 이 부회장은 현장을 직접 누비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는 등 어느 때보다 활발한 경영 활동을 전개하던 중이었는데 이런 행보는 한동안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 부회장은 석방된 지 1년여가 경과했던 지난 2019년 4월 30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반도체 2030 비전'을 선포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만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도 1위 자리에 오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후 평택캠퍼스에 EUV 파운드리 라인 신설에 10조원, 낸드플래시 라인 증설에 8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의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초격차' 전략도 흔들릴 위험에 처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 발표 이후 선언한 '뉴삼성' 역시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중단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엔비디아, AMD,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막대한 자금을 들여 각각 ARM(암홀딩스), 자일링스, 인텔 낸드사업부 등 유망 기업들 M&A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자동차 전장회사인 하만을 인수한 이후 추가 인수는 하지 못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올해 3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를 예고하며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리고 있는데 당분간 삼성은 총수 부재로 인해 보수적인 경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반도체 외에 이 부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한 인공지능(AI)과 차세대 이동통신(5G·6G), 바이오 등을 육성하기 위한 신규 투자 계획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의 한 임원은 "글로벌 시장에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부회장이 2017년 구속됐을 때보다 더 오랜 기간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우게 됐다"며 "앞으로 삼성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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