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7일 금융위 전원회의서 결정...재보선 앞둔 정치권 재연장 압박이 '변수'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의 책상에 놓인 '소' 인형과 코스피 지수 전광판을 다중촬영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의 책상에 놓인 '소' 인형과 코스피 지수 전광판을 다중촬영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개미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공매도 재개'가 다시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금지기간이 풀이는 기존 3월 16일부터 공매도를 재개한다는 당초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냈기 때문이다.

전일(19일) 금융위 올해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은성수 위원장은 "공매도 관련 사안은 9명으로 구성된 금융위 회의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속 시원히 말씀드릴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은 위원장의 이런 발언과 공매도 재개 시점이 서울과 부산 시장을 뽑는 재보선 선거를 얼마 남기지 않는 시점이라는 이유를 들어 "당정이 3~6개월 재연장을 검토중이다"라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 금융위 전원회의서 2월17일 결정...설 전후 방침 나올 듯

은성수 위원장은 공매도의 재개 여부 결정을 그동안 별 존재감이 없었던 금융위 전원회의로 돌렸다.

금융위가 합의체 행정기관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언급이라고 할 수 있으나 평소 금융위의 정책에 대해 막힘이 없었던 은 위원장이 유독 공매도 문제와 관련 금융위 전원회의의 '고유 권한'을 들먹이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공매도를 논의할 금융위 전원회의는 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이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위원은 모두 9명이지만 현재는 1명이 결원이어서 조속히 채워지지 않는다면 공매도 재개 여부는 8명이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그간 오는 3월 15일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제도 개선 작업을 벌여왔고 이를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확인했다. 위원들의 성향을 보면 공매도 재개 자체를 반대할 위원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은 위원장과 도규상 부위원장, 최훈 상임위원, 심영 비상임위원 등 4명의 당연직 위원을 포함해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가 현재 금융위 전원회의 멤버다.

이들 개개인을 뜯어보면 관료나 대학교수, 중앙은행 소속으로 특정 투자 주체의 이해관계보다는 전체 금융시스템 안정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중시하는 성향이다.

돌이켜보면 작년 3월 15일 공매도 한시 금지를 결정할 당시의 증시는 무섭게 내려앉을 때였다. 2월14일 2243.59포인트에서 3월 5일 2085.26포인트까지 떨어진 코스피 지수는 3월 23일엔 1482.46포인트까지 추락했다.

이처럼 패닉 상태에서는 시장 안정을 위해 주가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는 공매도 금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3000포인트 위에서 코스피 지수가 움직이고 있다. 지수 자체만 놓고 보면 공매도 금지를 유지할 명분은 없다. 외국의 사례나 대외적인 시장 신뢰, 주식 가치 확인과 과열 교정 등 순기능도 가벼이 할 수 없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는 제도 개선을 통해 개미투자자의 불만인 외국인과 기관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제도개선과 함께 공매도 금지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를 내놓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2021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2021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변수는 정치권...동학개미 뜻 거스를 수 있을까

금융위가 선뜻 공매도 재개를 결정하긴 만만찮은 상황이다. 증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동학개미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실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춘 금융종합과세를 추진하다 동학개미의 반발에 밀려 철회하기도 했다.

게다가 4월 지방선거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도 700만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눈치를 살펴야 하는 입장이다.

때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공매도 금지의 연장을 요구한다. 양향자 최고위원과 박용진 의원이 가장 적극적으로 폐지 또는 연기를 주장한다.

금융위의 주축인 관료들은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은성수 위원장은 언론을 향해서도 "단정적인 보도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최종 결정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고, 금융위 전원회의가 결정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융위 위원들은 극도로 말을 아낀다. 한 위원은 "금융위 회의가 열리면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경청한 뒤 숙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만 했다.

작년 12월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영원한 공매도 금지 청원합니다'에는 19일까지 15만6000여명이 가세했다. 청원 마감일인 1월30일까지는 정부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명 선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주가 흐름도 공매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늠자다. 정부로서는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 위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일 경우 공매도 재개에 대한 부담감이 적겠지만 주가가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 재개 카드를 뽑기 어려울 수 있다.

정용택 IBK투자은행 리서치센터장은 "공매도 금지는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므로 지수가 올라 시장이 정상화됐다고 판단되면 공매도 재개가 수월하겠지만 반대의 경우 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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