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조선 미스트롯2 방송화면 캡쳐]
[사진=TV조선 미스트롯2 방송화면 캡쳐]

【뉴스퀘스트=오광수 대중문화전문기자】 ‘가야 한대요 가야 한대요/ 이 한잔 커피를 마시고 나면/ 처음으로 돌아가야한대요/ 자기밖에 모르도록 만들어놓고/ 남의 사람 되려고 간대요 글쎄.’

‘꽉 낀 청바지 갈아입고 거리에 나섰다/ 오늘따라 보고싶어 너무나 보고싶어/ 그 까페를 찾아갔지만/ 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 너를 의식못한 내 방식대로 사랑한 탓으로/ 왠지 너를 보챌 거 같은 예감 때문에/ 돌아오는 길이 난 무척 힘들었어/ 내가 미워도 한눈 팔지마/ 너는 내 남자/ 그래도 언제나 너는 내 남자.’

아홉살 짜리 여자아이와 열 살짜리 여자아이가 무대 위에서 이런 노래를 부르면서 경합한다.

표정과 손짓, 어른 뺨치는 창법으로 무대를 휘저으면 관객과 심사위원들의 혼을 빼놓는다.

지난 몇 년동안 판소리를 사사받으면서 실력을 키워온 덕분인지 이정도 트로트를 부르는 건 별 거 아닌 것처럼 청승맞게 불러 제낀다.

이들 뿐 아니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내몰린(?) 어린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경쟁을 통해 선택받거나 탈락하는 프로그램에서 어린 꼬마들은 탈락의 설움에 주저 앉아서 울거나, 선택의 기쁨에 괴성을 지른다.

감정을 숨기지 않는 어린이들이기에 탄식과 실망이 리얼하다 못해 안쓰럽다.

매정한 어른들은 시청률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자막을 입히고 편집을 한다.

과연 이래도 되는걸까?

아이들은 반드시 동요 프로그램에만 나가라는 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아홉 살 혹은 열 살 어린이가 소화하고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장르가 트로트라 하더라도 신중하게 골라줘야 한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어른들이나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어른들이 너무나 무감각하게 애들의 재능으로 시청률을 올리고, 이들으이 재롱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닐까?

지난해 코로나19 만큼이나 자주들은 단어는 트로트다.

‘내일은 미스트롯2’, ‘트로트의 민족’, ‘트롯 전국체전’, ‘트롯신이 떴다 라스트찬스’. ‘사랑의 콜센터’ 등을 비롯하여 ‘미스터 트롯’, ‘보이스 트롯’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트로트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급기야는 같은 종편사들끼리 트로트 프로그램 포맷을 표절했다면서 고소전까지 벌이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는 하나같이 어린이들이 등장하여 어른들과 함께 트로트 경연을 펼친다.

아이들이 어른 노래를 청승맞게 부르니 어른들은 신기해하고 놀라워 하면서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평가단들은 아이들의 율동과 노래에 눈을 동그랗게 뜨거나 박장대소 하면서 시청자들의 동의를 구한다.

한때 트로트를 살려야 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던 트로트 가수들은 요즘 여기저기 심사위원으로 불려다니기도 벅차다.

지난 수십년 동안 이토록 좋아하는 트로트를 대한민국 국민들이 왜 외면하고, 발라드나 록, 댄스음악만을 좋아했는지 의아스러울 정도다.

오광수 대중문화전문기자
오광수 대중문화전문기자

우리 대중문화의 지나친 편식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이런 흐름도 언젠가는 지나가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흥행을 위해 아이들까지 무대에 올려 과대포장을 한 뒤 상품으로 내놓는 것은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한의 정서를 바탕으로 하는 남녀상열지사의 노래를 어린 아이에게 부르게 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꼭 그런 노래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트로트곡은 얼마든지 있다.

연인을 원망하거나 '너는 내 남자'를 목놓아 부르는 아이들의 노래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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