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강제 아니라면서도 "참여" 압박...주주가치 훼손·경영자 배임 등 문제 가능성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를 찾은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를 찾은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여당이 코로나19로 인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이익공유제'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타깃으로 찍힌 금융권이 좌불안석이다.

코로나로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각하니 특수를 누린 기업의 이익을 공유하자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주주의 재산권 침해와 임직원의 배임 문제 등 여러 가지 논란이 나올 수 있어서다.

특히 '자발적 동참'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규제의 칼자루를 쥔 정부와 여당이 압박할 경우 거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고민이 깊다.

◇ 이익공유제 첫 타깃은 금융권

여당은 이낙연 대표가 올 초 '이익공유제'를 언급하면서 관련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속에서 오히려 기업 성적이 좋아지고 돈을 버는 승자가 있다. 그런 기업들이 출연해 기금을 만드는 일은 대단히 좋은 일"이라며 화답하자 더욱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이익을 크게 보고 있는 업종은 이자를 꼬박꼬박 받아 가는 금융업"이라며 이익공유제 참여를 주문했다.

홍 정책위의장은 '임대료 멈춤' 운동에 보조를 맞춰 이자 부담을 경감하거나 불가피한 경우 이자 수취를 중단하고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압류 등을 유예하는 방식 등을 거론했다.

그는 다만 이익공유제의 제도화와 관련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나 세제 혜택을 주려면 법제화가 필요한 측면이 있으며 강제는 아니라고 했다.

여당은 이익공유제의 하나로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적용 중인 대출상환 유예의 재연장 외에 금리도 깎아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범적으로 금융계의 협조를 받아 5000억원 안팎의 '사회연대기금' 조성도 거론된다.

금융계는 애초 여권에서 배달의민족, 쿠팡,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 기반의 기업을 거명했으나, 이들로선 한계가 있자 지난해 이익 규모가 큰 은행권으로 관심이 쏠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KB금융이 특별보로금으로 통상임금의 200%에 격려금 150만원을 얹어주는 등 은행권이 눈에 띄게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이 정치권을 자극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 은행권 "주주가치 훼손·배임 등 문제 많아"

금융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회사의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약 11조원에 육박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 3조4000억원 안팎, 하나금융이 2조5000억원 안팎, 우리금융이 1조5000억원 안팎 수준이다. 은행 부문 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감소했지만, 증권, 캐피털, 카드 등 비은행 부문에서 이익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면 은행권의 실적은 단연 돋보인다. 또 반도체 등 일부 수출기업들도 많은 수익을 냈지만 기반이 해외여서 국내에서 이익을 낸 은행과는 상황이 다르다.

금융권은 당국과 정치권의 잇따른 규제 압박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을까도 우려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이후 증권·채권시장안정펀드, 녹색 금융, 뉴딜 펀드에 반강제로 동원됐고 자영업자·중소기업 원리금 상환 유예까지 한 상황에서 여당의 이런 압박이 도가 지나치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익공유제는 주주가치 훼손과 경영진의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따르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엄연히 주주가 있고 고객이 있는데 자발성이라는 형태로 투명한 기준이나 원칙도 없이 이자를 받지 말라는 식으로 부담을 압박한다면 시장 원리에 비춰 문제가 크다"며 "강제 동원에 따른 리스크도 상당하다"고 걱정했다.

반면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동체의 지속 가능 차원에서 이익공유 자체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다만 자의적 자발성에 기대서는 성공하기 어렵고 뚜렷한 원칙과 객관적 기준을 바탕으로 제도적, 법적 틀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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