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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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최근 열린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보기 드믄 일이 벌어졌다.

통상 인사청문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은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을 쏟아내며 부적격 의견을 내지만 한 후보자는 야당 의원의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잘된 인사"라는 찬사까지 받으며 여야 합의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처리됐다.

그렇다면 왜 야당까지 나서 한 후보자를 칭찬했을까?

이 인사청문회에서 환경부장관 후보자의 발언 중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 중 하나는 바로 ‘탄소 중립’에 대한 강력한 의지이다.

후보자는 코로나 사태의 근본 원인은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라고 말하며 전 세계적인 흐름인 탄소중립을 이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은 간단히 말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게 만들어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것인데 이미 주요 국가들이 선진적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고, 우리나라 역시 작년 12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확정 발표했다.

특히,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또한 기후문제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면서 그 중 하나로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참가하는 ‘기후정상회의’를 소집하겠다고 했다.

만약 이 회의에서 탄소국경세 등에 관한 논의가 구체화된다고 하면 실제로 우리나라의 많은 수출기업들이 부담해야할 비용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 이전까지의 기후변화 문제는 우리의 자식들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자 하는 감정적인 부분에 의존하는 면이 적지 않았다고 하면, 이제는 세계경제질서 속에서 기업과 국가가 감당해야 할 경제적인 성격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정부의 미래 탄소중립 전략이 발표되기는 했지만, 얼마 전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20' 보고서에서 한국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61개국 중 58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구체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선 탄소 배출량 증가율 1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밑에서 두번째 자리에 위치했다.

오히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가장 기본적으로는 정치권과 정부차원에서 적어도 이 문제만큼은 중지를 모아 글로벌 흐름에 맞는 정책을 만들고 실행해야 한다.

예전과 달리 바이든 정부에서는 수출을 주로 하는 기업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경제 규범을 강제화하려 할 것이며 그럴 경우, 우리나라의 기업과 국가의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국가에 대한 평가, 그리고 그에 따른 투자 측면에서 기후변화 관련 요소를 보다 강력하게 반영하고자 일련의 흐름들이 보이는데 이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정책을 (인센티브이든 규제이든) 만들어 실행에 옮겨야지만 향후 예상되는 타격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일반 국민들은 사소하지만 평범한 행동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인 ‘그릿 (Grit)’에 소개된 대니얼 챔블리스의 논문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보자.

‘탁월함의 일상성(Mundanity of Excellence)’에서 최고 수준의 수영선수들을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였다.

수영선수들은 반환점을 돌기 위해 더 효과적으로 행동하는 법, 물속에서 몸 쪽으로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하는 법, 체력을 기르는 법, 올바른 식이 요법을 실천하는 방법, 몸에 적합한 수영복을 찾는 법 등 작은 행동들을 계속해서 숙달되도록 배우고, 이러한 작은 행동들이 합해졌을 때 최고의 수영선수 자리에 오른다고 설명하였다.

즉, 최고의 성과는 하나의 타고난 재능이라기보다 수십여 개의 작은 기술이나 활동이 합쳐진 결과라고 결론을 내렸고, 이는 수많은 작은 일들이 동시에 자기 역할을 할 때, 탁월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를 확장시키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을 각자 열심히 하고, 이러한 행동들이 모이면 기후변화를 늦출 수 있는 거대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지금까지 한 말을 요약하자면 정부차원에서의 행동, 그리고 일반인 차원에서의 행동, 두 가지 모두가 필요하다.

그런데 일반인 차원에서의 행동이 그냥 우리가 어느 날 갑자기 계몽해서 일어날 수 있을까?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부드러운 개입인 ‘넛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넛지는 이제 워낙 유명한 개념이니, 더 이상 부연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한다.

넛지 정책은 넛지 개념을 기반으로 국가 혹은 정부가 강제 또는 보상이라는 강압적인 수단을 쓰지 않고 사람의 심리를 움직일 수 있는 부드러운 변화만 가지고도 보다 효과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을 의미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앞에서 얘기한 일반인들의 작은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넛지이다.

예를 들어 한전에서 일반인들이 전기를 아껴 써서 탄소 사용량을 줄이고자 하는 목적으로 전기료 고지서에 한 줄을 추가한다고 생각해보자.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서 전기를 아껴씁시다’를 써야 하는 경우와 ‘일반 가구보다 전기료를 펑펑 더 쓰고 있습니다’를 써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정의감’ 혹은 ‘세대’에 호소하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경제관점’에 호소하는 경우이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경제 관점에 호소하는 경우에도 ‘돈을 더 벌 수 있다’라고 이익에 호소하는 경우와 ‘돈을 낭비하고 있다’라고 손실에 호소하는 경우로도 나눌 수 있다.

이러한 표현들 중에 가장 행동의 변화를 잘 이끌어 내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실험을 하고 반영을 하는 것이 바로 넛지 정책이다.

앞으로 일반인들이 ‘탄소중립’ 한국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하면 전기를 아껴 쓰게 되고, 어떻게 하면 운전보다는 대중교통을 선호하게 되며, 어떻게 하면 재활용에 적극 참여하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도록 할 수 있을까?

기업과 산업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에 넛지에 기반한 일반인들의 행동 변화 정책까지 합쳐져야만 진정한 탄소중립 국가로 나아가게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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