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처폰 성공 취해 스마트폰 시장진입 한발 늦어…투자부족·기업문화 영향도
MC사업부, 최근 6년간 누적 적자만 ‘5조원’…2010년부터 LG전자 실적에 악재

21일 오후 서울 용산의 한 핸드폰 매장에 LG 스마트폰 광고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LG전자는 20일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의 한 핸드폰 매장에 LG 스마트폰 광고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세계가 초콜릿폰 1500만대를 구입했다."

지난 2005년 11월 LG전자는 자사의 피처폰이 국내 출시 2년, 해외 출시 18개월만에 국산 휴대폰 시장의 역사를 새로 썼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에도 당시 큰 인기를 끌던 소녀시대·빅뱅을 광고모델로 쓰고, 명품브랜드 프라다와 합작한 '프라다폰'을 내놓으며 국내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던 LG전자가 약 15년이 지난 2021년 1월 20일 공식입장을 내놓으며 "모바일(MC) 사업부 매각을 검토한다. 자사의 미래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했다"며 스마트폰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공식화 했다. 

이에 대해 업계와 기업분석 전문가들은 이번 LG전자의 결정은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예견됐었다고 평가했다.

시장 진입 때부터 경쟁사에 밀렸지만 활로를 찾지 못하고 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버티기로 일관하다 결국 기업의 사업 재편 과정에서 사업을 접기로 했다는 의미다.   

◇ MC사업부, 23분기 연속 '적자'

LG전자의 영업손실은 2010년부터 6년간 매 해 그 폭을 늘려왔다.

업계는 이에 대해 LG전자의 스마트폰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회사 전체의 손실액을 끌어올리는 데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기업분석업체 한국2만기업연구소의 지난 2016년 분석자료에 따르면 LG전자의 2010년 당기순손실 누적액은 6359억원으로 시작해 이듬해 9138억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2012년 1조2660억원, 2013년 1조4550억원, 2014년 1조6095억원까지 불어나다 결국 2015년 1조9653억원을 기록하며 2조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입었다. 

LG전자가 지난해 매출 63조2638억원, 영업이익 3조1918억원을 기록하며 역대급 반등세를 보였을 때에도 MC사업부는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 

2015년 마이너스(-)483억원이었던 MC사업부의 영업이익은 2016년 -1조2591억원까지 추락했다. 2017년과 2018년엔 7000억원대 적자로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듯 했지만, 다시 2019년 -1조98억원으로 적자폭을 늘렸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5927억원의 누적 영업적자여서 2020년 한 해에만 8000억원대 손실이 예상된다. 

LG전자는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집계된 총 23분기 MC사업부의 영업손실액이 5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의 한 핸드폰 매장에 LG 휴대폰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 발 늦게 뛰어든 스마트폰시장…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기업분석 전문가들은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것이 곧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었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제때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게 사업 실패의 원인"이라며 "이로 인해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소비자의 반응도 신통치 않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LG전자는 지난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했을 때에도 피처폰 사업을 확장하는 데에 주력했다.

2009년 9월 '뉴초콜릿폰', 2010년 2월 '롤리팝2'를 출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행보는 달랐다. 국내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선호도가 높아지자 곧바로 스마트폰 개발에 돌입해 2010년 6월 '갤럭시 S1'을 탄생시켰다.

이후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2010년 8.0%의 점유율로 노키아, 애플, 림에 이어 4위에 올라섰다. 결국 지난 2012년에는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런 국내 경쟁사의 상승세에도 LG전자의 시장 대응은 느슨했다.

2010년 6월 자사의 옵티머스 시리즈의 첫 제품인 '옵티머스Q'를 시장에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은 디자인·기능 등에서 '독창성이 떨어진다'며 차가운 반응을 내놓았다.

이후 2013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G' 라인을 전면에 내세우며 반등하는 듯 했으나 지금까지도 삼성전자가 쌓은 철옹성을 깨지 못하고 있다.

결국 LG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선 애플과 삼성전자이 벽을 넘지 못했고, 중저가 라인에서는 화웨이 등 중국 브랜드에게 밀리는 등 애매한 위치에 서게 됐다.

LG전자는 20일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의 한 핸드폰 매장에 LG, 애플, 삼성의 로고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오후 서울 용산의 한 핸드폰 매장에 LG, 애플, 삼성의 로고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설비투자·기업문화 영향 끼쳤을 것"...'LG 폰'의 향방은?

업계 내에선 LG전자가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당해 연도 총 35조2000억원의 시설 투자를 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8조원 가량이 반도체이지만 스마트폰 투자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LG전자는 지난 10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내년 설비투자는 올해와 유사한 2조원 중반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분위기도 일부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 소장은 "경쟁사 삼성전자 사원들의 기업문화는 '일단 눈에 띄어 성공한 후 보상받자'라는 마인드"라면서 "이에 비해 LG전자는 임직원간 조화를 강조해 이른바 튀는 것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향후 'LG 폰'의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내부에선 축소·매각·유지 등 3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장 유력한 선택지는 생산부문을 분할해 매각하는 방식이다.

MC사업부 중 설계, 디자인 등 핵심 연구개발부문은 남겨두되 생산부분은 매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LG전자는 앞으로 자사의 스마트폰 제품을 위탁생산 하게 된다.

LG전자는 현재 중국 외 베트남에서도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분할매각 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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