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에서 우주의 별과 지구의 꽃과 착한 인간과 지리산과 교신한 기록
‘나는 지리산에 산다’ 이원규 저, 휴먼앤북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이원규의 포토에세이 『나는 지리산에 산다』가 출간됐다.

이 책은 23년전 멀쩡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지리산 주변을 떠돌며 살았던 지은이의 정직한 기록이다.

이 책에는 이원규의 영혼을 담은 사진 100장과 지리산과 야생화와 별과 함께 한 여정이 담겨 있다. 저자는 11년 동안 산문집으로는 이 책 한 권에 집중한 셈이다.

그는 이 책을 출간한 뒤 이렇게 심정을 밝혔다.

“여전히 나는 23년째 지리산에 입산하는 중이다. 이 엄중한 시절에 또 한 권의 책을 내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내게는 11년 만의 산문집이다. 이원규 포토에세이 『나는 지리산에 산다』는 순전히 우리나라 야생화와 별에 미치고 또 미친 날들의 기록이다.

날마다 밤마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인 38만km 이상 달리며 산정의 구름과 안개 속의 야생화를 만났다. 히말라야나 몽골이 아니라 빛 공해(光害)로 자꾸 희미해지는 우리나라의 별들, 한국 토종나무를 찾아오는 ‘별나무’들을 기록했다.

이원규 시인의 사진 '목련 별궤적 북두'
이원규 시인의 사진 '목련 별궤적 북두'

모처럼 백운산에 흰 눈이 펑펑 내리던 그저께, “드디어 책이 멋지게 잘 나왔다”며 출판사 휴먼앤북스의 하응백 형이 전화를 해왔다.

후다닥 일어나 펄펄 내리는 눈길을 달려 ‘섬진강 첫 매화’ 소학정 백매를 찾아갔다.

그토록 기다리던 설중매(雪中梅)를 담았다.

모처럼 섬진강 찬바람 속에서 매화향을 맡았다.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매화는 춥게 살아도 그 향을 팔지 않는다)이라, 가당치도 않은 전업 시인의 생계에 대해 생각했다.

이 포토에세이 『나는 지리산에 산다』는 이미 12년 전인 2009년에 계약한 책이다.

선인세로 월 50만원씩 1년 이상 생계비를 받아먹었다.

한반도 대운하 반대순례를 마치고 구례 문수골의 집에서 밀려나 빈집을 구할 무렵이었는데,

그 당시 하응백 형의 무한 배려였다.

이 책이 좀 많이 팔려야 빚을 좀 갚을 텐데 새 책이 나와도 기쁘기보다는 걱정이 더 앞선다.

사실 그 당시 계약할 때는 ‘지리산 둘레길’이었다.

나와 도법 스님, 수경 스님이 최초의 지리산 850리 도보순례를 끝내며 제안했다.

둘레길 조성 중에 문제가 생겨 잠시 중단됐던 지리산 둘레길 320km, 내가 나서서

매월 지도를 그리고 리본을 달아가며 <월간 산>에 연재했다.

하지만 둘레길이 완공되기도 전에 지리산 둘레길 관련 책들이 두 권이나 먼저 나왔다.

다 알만한 후배들이 책을 내고 사단법인 지리산 둘레길에서도 소책자를 냈으니, 나는 그동안 쓴 원고들을 버리고 두 손 탁탁 털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 바람에 휴먼앤북스의 하응백 형에게 진 빚을 생각하며 지금까지 끙끙 속을 태우기만 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월간 산>에 연재한 글들을 모두 정리해보니 2백자 원고지 5000장이 넘었다.

자그마치 산문집 5권 이상의 분량이었다.

그 중에서 버릴 것은 다 버리고 일단 이 포토에세이 한 권의 원고와 사진을 넘겼다.

불경기에 힘겨운 출판사에 큰 덕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짐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 선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니 지켜볼 뿐이다.

돌이켜보니 내 인생의 지난 10년이 마음도 몸도 가장 치열한 날들이었다.

별 볼일 없는 세상에 별들을 보여드린다.

부디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기를!”

이원규 시인의 사진 '구례읍 내 은하수'
이원규 시인의 사진 '구례읍 내 은하수'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의 추천사는 이렇다.

“이원규 시인은 지리산에 산다. 서울에서 신문사 편집국이라는 괜찮은 직장을 무작정 때려치우고 지리산으로 들어간 지 23년이 되었다. 지리산에서 빈집을 옮겨 다니며 거처를 만들고 야생화 사진을 찍고 별을 보며 시를 썼다. 세속적으로 말하자면 ‘돈’ 되지 않는 일만 골라 하면서, 야생마처럼 바이크 하나를 타고 지리산 주변과 전국을 떠돌았다. 우주에서 빛나는 별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그는 빛이 없는 산속으로 잠입하여, 수많은 날 동안 낮은 포복으로 밤을 지켰다.

이원규의 포토 에세이 『나는 지리산에 산다』는 그의 지리산행과 야생화 탐구와 별과의 교신을 기록한 글과 사진이다. 그의 사진은 별처럼 빛나고 그의 글은 야생화처럼 소박하다.

우리가 세상에 오기 전부터, 또 세상을 떠난 오랜 후에도 이원규가 교신한 꽃과 별들은 피었다가 지고, 떴다가 지고를 영겁의 시간 동안 반복할 것이다. 이원규는 지구와 우주의 주인공인 꽃과 별을 잠시 염탐했을 뿐이다. 인간의 찰나적 염탐의 기록이라 해도, 그렇기 때문에 이원규의 글과 사진을 보면, 오히려 편안해진다. 꽃과 별이 있어 지구는 살만하다. 이원규는 이 책을 통해 바로 그것을 말하고 있다.”

이원규 시인의 사진 '섬진강 여명'
이원규 시인의 사진 '섬진강 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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