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서 위조에·백신 불신...부자-서민 양극화가 낳은 '총체적 난국' 6월 폭동설도
현지 교민들 "정부가 돈 있는 사람만 지켜...서민들 위한 실질적 정책 필요해"

인도네시아 현지 교민들은 "이곳 서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두드러진 양극화 현상에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최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1만명 대를 유지하는 인도네시아에서 코로나19가 낳은 불평등, 양극화 현상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27일 자카르타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감염확산 장기화로 인니 국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면서 심지어 오는 6월 중에는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최근 자카르타 등 주요 도시에 사회활동 제한조치를 2주 더 연장하는 등 외각 봉쇄를 강화하면서 국민들의 피로감도 누적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지 교민들은 “서민들의 분노는 머리 끝까지 차오른 상태”라며 “툭 건드리면 터질만큼 위태위태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커져가는 불평등…부자 인니는 ‘원정치료’ 떠나고 '백신 접종권'도 사들여

교민들은 최근 현지 서민들 사이에서 양극화 현상에 대한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에 사는 교민 A씨는 “코로나19 치료비는 1000불 수준”이라며 “사실상 생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일반 서민들은 감염이 돼도 치료를 받기가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가 지정한 코로나19 병원의 경우 치료비를 받지 않거나 사정에 따라 감액해서 받기도 하지만, 치료센터 별로 지침이 다르고 병상부족 현상도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이다.

A씨는 “반면 부유한 인니들은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면 일단 해열제를 먹고 비행기에 탑승한다"며 "한국과 같은 주요국을 방문해 공짜 원정치료를 받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 도착한 시노백 코로나19 백신.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불평등 현상은 인도네시아 당국과 주요 단체를 중심으로 더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로산 루슬라니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KADIA) 회장은 백신접종 차례를 오래 기다리길 원치 않는 일반인들의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정부가 확보한 백신 일부를 민간거래 형식으로 사들여 접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혀 '부자 백신' 논란도 일고 있다.

당초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구의 70% 수준인 1억8750만명에게 무료 접종을 약속하며 중국의 시노백 백신 300만회 분량을 수입해 지난 13일부터 우선대상자를 상대로 접종을 시작했다.

정부는 당시 일반 국민들은 4월부터 접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신 민간거래 제안과 관련해 조코위 대통령은 “기업이 비용을 지불한다는데 안 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해 정부가 오히려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교민 B씨는 “정부가 결국 돈 있는 사람들의 안전만 지키겠다는 것 아니냐”며 “현지 인니들은 ‘부자를 위한 특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 봉쇄제한 못 버텨 위조 진단서 매입...백신 불신 현상까지 '첩첩산중'

불평등 현상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서 서민들 사이에서는 위조 진단서를 만들거나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태도 일어나고 있다.

B씨는 “길고 긴 봉쇄령에 외각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을 위한 위조 진단서들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날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자카르타경찰청은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위조·유통한 일당 8명을 체포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의자들은 20~30대 남성 5명과 여성 3명으로,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70만~90만 루피아(5만5000원~7만원)를 받고 코로나19 음성 결과지를 위조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보건 당국은 연말연시를 기점으로 자바섬 여행 시 여객기·기차 이용객에게 항원신속검사 음성 결과지를, 발리 여행객은 유전자증폭검사(PCR) 음성 결과지를 각각 제시하도록 했다.

현지 매체들은 항원검사 비용이 20만 루피아(1만6000원) 수준이고 15분이면 결과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감염자들이 고향에 돌아갈 목적으로 가짜 음성 결과지를 매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6일 자카르타경찰청이 가짜 음성 확인서를 유통한 일당 8명을 체포한 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중 한 명은 미성년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안타라통신/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인니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확보한 중국산 백신 ‘시노백’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노인과 기저질환 환자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중국산 백신을 맞고 죽은 사례들이 늘고 있다”며 “현지에선 백신을 맞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뉴욕타임즈(NYT) 등 주요외신들은 당초 시노백의 면역효과가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50%를 겨우 넘는 수준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인도네시아 대통령비서실은 이날 조코위 대통령과 참모들의 시노백 2차 접종 장면을 유튜브로 채널로 생중계했다.

‘조코위가 시노백이 아닌 다른 백신을 맞은 게 아니냐’는 지난 1차 접종 때의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의료진이 백신을 높이 들어 화면에 비추고 대통령에게 직접 접종하는 장면 등이 여러 각도로 중계됐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27일 중국의 시노백 백신 투여과정을 생중계했다. [사진=유튜브 캡처/연합뉴스]

현지 교민들은 인니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서민들을 보듬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역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B씨는 “처음에 코로나19가 발병했을 때 서민들은 그냥 집에 방치 되어 있었다”며 “그 때에 비하면 상황이 나아지곤 있지만 서민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폭동설까지 돌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서민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부자가 더 잘 사는 나라가 아닌, 모두가 잘 사는 나라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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