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M&A 대상 신중히 검토 많은 준비돼 있다...시설투자도 확대"

삼성전자가 지난해 코로나19 등 불확실성 속에서도 역대 네번째로 높은 영업이익을 냈다. 사진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지난해 코로나19 등 불확실성 속에서도 역대 네번째로 높은 영업이익을 냈다. 사진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삼성전자가 조만간 반도체 부문에서 의미있는 인수합병(M&A)을 공식화 했다.

파운드리 등 반도체 분야의 대규모 투자 확대도 언급했지만, 미국 등에서 30조원 이상의 반도체 공장 건설은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최윤호 사장(CFO)은 28일 4분기 실적 발표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기존 산업에서 시장 주도적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 신규 산업에서도 지속성장 기반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보유한 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략적으로 시설투자를 확대하고,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대규모 M&A 공식화...이재용 부회장과 교감?

최 사장의 이날 발언은 올해부터 3년간(2021~2023년) 진행할 주주환원정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최 사장은 지난 주주환원정책 기간(2018~2020년) 동안 의미있는 규모의 M&A가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 3년 동안 지속적으로 M&A 대상을 매우 신중히 검토해왔으며, 이에 따라 많은 준비가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대내외 불확실 상황으로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준비해온 것을 토대로 이번 정책기간 내에 의미있는 규모의 M&A를 실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지난 주주환원 정책기간에 M&A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 보유 현금이 증가했고, 지속적인 현금 증가는 회사 경영에서도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도 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총 116조2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FCF)의 50%를 배당에 쓴다 해도 시설 투자나 M&A를 하지 않으면 나머지 잉여금은 계속 현금으로 쌓인다.

최 사장의 이날 발언은 수감중인 이재용 부회장과도 교감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26일 삼성 사내망을 통해 "제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며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도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삼성전자의 경영 차질과 대규모 투자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해 총수 공백없이 업무에 매진해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리스크 등과 맞물려 M&A에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억측이 많았다.

◇ 글로벌 유망 반도체기업 인수?

업계는 최 사장의 이날 발언으로 볼 때 삼성전자가 조만간 글로벌 유망 반도체 기업 가운데 한 곳을 인수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합종연횡을 통해 시장 재편에 나서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 AMD,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막대한 자금을 들여 각각 ARM(암홀딩스), 자일링스, 인텔 낸드사업부 등 유망 기업들을 인수했다.

삼성전자의 통신용 칩 경쟁사인 퀄컴도 최근 14억달러(약 1조5365억원)를 들여 반도체 스타트업 중앙처리장치(CPU) 설계업체인 누비아를 인수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 달성을 위해 시스템 반도체나 파운드리 분야의 유망 회사를 인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대만의 TSMC와 격차 해소를 위해 극자외선(EUV) 장비와 신규 공장 신설 등 파운드리 부문의 투자도 대폭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의 TSMC가 올해 최대 30조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를 예고하면서 삼성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이날 미국 등에서의 공장건설 계획에 대해 공식 부인했음에도 업계는 "조만간 투자 결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오스틴 공장 증설에 대비해 지난해 12월 공장 인근에 매입해둔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을 마친 상태"라며 "미국과 중국과의 정세도 살펴야겠지만 경쟁사들의 투자확대를 고려할 때 삼성도 조만간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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