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키워드 ‘로빈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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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게임스톱(GameStop)의 주식거래를  제한해 논란을 일으켰던 미국의 온라인 증권 거래업체 로빈후드가 연일 화제입니다.

로빈후드는 31일(현지시간) 거래에 수량 제한 등을 두는 주식 종목을 기존 50개에서 8개로 줄였다고 밝히며 여전히 거래제한 종목에 ‘게임스톱’을 올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날 자사 블로그를 통해 “클리어링하우스가 요구하는 주식 의무 예치금이 10배 치솟아 주식 매수를 중단한 것”이라며 일반 투자자들의 주식 구매를 의도적으로 막은 게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미국에서 정치인들 뿐만 아니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까지도 관련 상황을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하자 급히 해명에 나서긴 했지만 '공매도 의혹'에 뿔난 투자자들의 분노는 쉽사리 식지않을 듯 합니다.

◇ 그래서 ‘로빈후드’가 뭔데요?

로빈후드는 수수료 없는 미국의 무료 주식 거래업체입니다.

스탠포드 대학교를 함께 졸업한 블라디미르 테네브와 바이주 바트가 2014년 공동으로 창업했죠.

이 둘은 2011년 미 자본주의의 심장이라 불리는 월가에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구호를 내건 반(反)월가 시위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시위대는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이후 심화된 미국의 빈부격차 문제를 성토하고, 미국 대형 금융사들의 탐욕에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당시 시위대 중 월가 금융사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금융위기 와중에도 천문학적 급여와 상여금을 챙긴 월가 경영자가 금융위기의 진짜 주범"이라고 강하게 꼬집기도 했죠.

이와 관련해 주요 외신들은 “미국의 1%를 상대로 99%가 저항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러한 시민의 분노에 아이디어를 얻어 ‘거래 수수료가 없는’ 온라인 주식거래 어플리케이션(앱) '로빈후드'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월가점령 시위 6개월을 기념해 지난 2012년 3월 17일 200여명의 시위대가 월가 소재 뉴욕 맨해튼의 주코티 공원, 조지 워싱턴 동상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이름을 ‘로빈후드’라고 지은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원래 로빈후드는 중세 영국문학에 등장하는 전설상 영웅으로, 포악한 귀족과 타락한 성직자 등 주요 관직에 오른 사람들의 횡포를 응징해 서민을 돕는 인물입니다.

두 창업자는 ‘주식 거래 1건당 10달러를 내는 일을 그만두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거래 수수료로 거액의 성과급과 연봉을 챙기는 대형 금융사들의 부를 시민들에게 돌려줄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에 미국 내의 이른바 ‘젊은 개미’들은 환호했습니다.

온라인 게임을 하듯 간편히 주식거래를 할 수 있고, 복잡한 절차와 수수료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수수료 수익이 없는 대신 영업점, 투자 보고서 등을 만들지 않으면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등 미래형 주식거래 업체를 현실화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기세에 힘 입어 로빈후드의 이용자 절반 이상은 20~30대, 현재 1300만개 계좌가 개설된 이후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주식거래 플랫폼으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국내에서도 키움증권과 같은 기존 증권사들이 중개 업무를 하고 있지만 , 아직 초보 투자자의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서비스는 없기 때문에 '한국판 로빈후드'를 만들자는 관심도 한창 뜨거웠습니다.

◇ 좋아 보이는데, 무엇이 문제입니까?

이렇게 좋은 취지로 설립된 로빈후드가 최근 개미 투자자 뿐만 아니라 미국 내 증권 당국으로부터 어마어마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게임스톱 등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기업들의 주식거래를 제한한 배후에 공매도 세력과의 결탁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죠.

제한조치 이후 개인 투자자는 해당 주식을 매도하는 것만 가능하지만, 헤지펀드는 여전히 매수와 매도를 모두 할 수 있어서 개미들만 죽이는 '기울어지는 운동장'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것입니다.

또한 로빈후드가 게임스톱 주식에서 '매수'라는 버튼을 없애버리면서, 주식을 못 사게 하고 주가를 내리려는 일부 대형기관들의 공매도를 용이하게 만들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에 로빈후드 측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며 공매도 세력과 관련이 없다고 의도적으로 버튼을 없앤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에선 청문회와 수사가 예고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로빈후드의 공동 창립자 겸 공동 CDO인 블라드 테네브. [사진=연합뉴스]
로빈후드의 공동 창립자 겸 공동 최고파괴자(CDO·미래 경영환경 변화에 대비해 파괴자의 역할을 하며 혁신을 주도하는 책임자)인 블라드 테네브. [사진=연합뉴스]

이에 업계 내에선 로빈후드의 불공정 행위는 예고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로빈후드는 고객에게 수수료를 안 받는 대신 고객의 주식거래 주문을 대형 증권거래회사에 보상금을 받고 넘기는 '투자자 주식 주문 정보 판매(PFOF)'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죠.

당시 개인 투자자들은 이러한 수익구조로 인해 로빈후드의 거래주문이 다른 증권사보다 나쁜 가격에 처리됐다며 "미국판 동학개미들을 기만했다"고 거세게 비난했습니다.

한편 국내에서도 이번 로빈후드 횡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는 1일 성명을 발표, "우리나라 700만 주식 투자자 권익을 보호하겠다"며 오는 3월 15일 재개 예정인 공매도 금지안을 1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투연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셀트리온, 에이치엘비 등 종목의 개인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미국 내 공매도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과도 연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 [뉴스퀘스트의 오키도키]는 다양한 분야에서 '오늘의 키워드, 도움이 되는 키워드'를 뽑아 독자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코너입니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구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공매도 반대 운동을 위해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내달 1일부터 3월 5일까지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를 운행하며 홍보에 나선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는 공매도 반대 운동을 위해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1일부터 3월 5일까지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를 운행하며 홍보에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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