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프롬프트로 정보 사용내역 투명화...애플 소비자보호 정책보다 먼저 시행

페이스북이 1일(현지시간) 맞춤형 광고에 사용된 사용자의 개인정보 내역을 알려주는 자체 프롬프트를 개발해 내주 시범 테스트를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페이스북이 애플의 소비자보호 정책 도입에 앞서 선수치기에 나섰다.

사용자의 개인정보 이용 내역을 투명히 공개하는 자체 프롬프트를 개발해 그동안 애플이 제기해왔던 ‘프라이버시 문제’를 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1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전 세계의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어떻게 그들의 개인정보가 맞춤형 광고에 사용이 되었는지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페이스북은 소상공인의 지지를 등에 업고 애플과 맞서 싸워왔지만, 이번엔 공략 방식을 바꿔 '더 나은 광고 경험 제공'을 내세우며 이용자 설득에 나선 것이다.

이에 앞으로 페이스북 사용자는 맞춤형 광고에 사용된 자신의 개인정보 내역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앱 화면에는 광고주 등 제 3의 웹사이트가 확보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계속 사용해도 괜찮은 지 여부를 묻는 창이 뜨고, 사용자는 이에 '동의'와 '거부' 등 답변을 선택할 수 있다.

이용자가 개인정보 사용에 동의를 눌러도 기존에 수집된 내역만 활용이 될 뿐 추가적인 정보 수집은 없을 예정이다.

다만 페이스북은 ‘거부’를 누른다고 해서 맞춤형 광고가 아예 뜨지 않는 건 아니라며, '관련성이 다소 낮은(less relevant)' 광고는 뜰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는 광고를 통해 이익을 얻는 수익모델에서 탈피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이러한 자체 프롬프트를 내주 시범 테스트하며 애플이 연초에 시행할 예정인 소비자 보호정책보다 먼저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애플이 예고한 앱 개발사 규제 정책에 미리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취해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 28일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를 바탕으로 게시되는 페이스북의 ‘맞춤형 광고’가 잘못되었다며 새로운 운영체제(iOS)에는 소비자 보호정책이 도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이폰 이용자들이 특정 앱을 처음 사용할 때 개인정보 접근 허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사용자 기록에 기반한 맞춤형 광고로 수익을 내는 페이스북은 애플의 새로운 정책이 보편화되면 자사의 수익 모델이 작동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여론조사업체 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85%의 응답자가 ‘앱 추적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던 걸로 보아 페이스북의 수익모델에 차질이 빚어지는 건 기정사실화된 상황이었다.

애플과 페이스북의 '맞춤형 광고'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애플은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며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페이스북을, 페이스북은 소상공인의 생존을 가로막는 애플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한편, 이번 조치에 따라 양사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사용 여부를 묻고 내역을 공개하겠다곤 했지만, 애플이 강조했던 '자신이 원하는 광고만을 선택해서 볼 권리'는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만약 한 기업이 이용자에게 선택 아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면 그 기업은 칭찬 받을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페이스북을 비판했다.

페이스북이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이용자들이 원치 않는 광고와 정보를 보게 했다며, 일종의 '소비자 권리침해'라는 카드를 계속해서 꺼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페이스북이 ‘소송전’까지 언급하고 있는 가운데 양사의 고래싸움은 계속될 예정이다.

지난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외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애플을 상대로 독점금지 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으로 애플이 소비자 보호정책 등을 도입해 규제를 늘려가면서 새로운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WSJ는 이날 "양사는 몇 달에 걸쳐 싸움을 이어가면서 각자 주장하는 비판점을 점점 격화시키고 있다"며 "페이스북이 자사의 광고 정책을 확장하고 애플이 규제 고삐를 조이게 되면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이터통신도 "페이스북이 애플에 앞서 맞춤형 광고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놨다"며 "소셜미디어 거대기업이 애플에 대응해 공개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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