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배상금에서 약 2조원 격차…ITC 최종판결 후 적극적 협상 진행될 듯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판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진=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판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이 임박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ITC는 오는 10일(현지시간) 양사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ITC가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에 영업비밀 침해로 2조8000억원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어 최종 판결 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최종 결과에 사실상 미국시장 퇴출은 물론 막대한 손해배상까지 추가로 물어야돼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해 진다.

다만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양사간의 합의를 요구하는 등 각계의 중재가 이어지고 있어 막판 극적 합의에 대한 기대가 나오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규제 샌드박스 2주년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LG와 SK는)너무 법적인 쟁송만 하지 말고 좀 빨리 '세틀'(해결)을 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지난달 28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LG와 SK의 배터리 소송전과 관련해 "정말 부끄럽다"며 양사간의 합의를 압박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
지난해 2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

◆ 양 그룹 총수들 직접 나설까

이에 구광모 LG회장과 최태원 SK회장이 직접 나서 이번 사태를 해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태원 SK회장은 최근 서울상공회의소와 대한상의 회장에 추대돼 한국 재계의 수장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번 소송전에 대한 원만한 마무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재계의 관계자는 "SK와 LG측 입장이 서로 다른 상황이어서 현재로선 예측이 어렵다"라면서도 "일차적으로는 이번 주말이 합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측이 생각하고 있는 배상금의 차이가 천문학적이어서 최종 합의까지는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실제로 양사는 지난해 말부터 협상단을 꾸려 합의를 시도하고 있으나, 양측이 의견 차가 커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에 2조8000억원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으나 SK측은 1조원 미만의 배상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가 생각하고 있는 배상금이 무려 2조원 가량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가 크다 보니 배상 금액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것"이라며 "양측이 ITC 결과가 서로에게 유리하게 나올 것이라며 '동상이몽' 중인 것도 합의가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증권가 일부에서는 SK측이 상장을 앞둔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주식 절반을 LG가 투자하는 형식으로 LG측에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으나 영업비밀 침해 인정 여부 등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어 최종 합의까지는 갈 길이 멀어보인다.

LG측은 이와 관련 "현재 SK가 제시한 배상금과 배상방식은 기본적으로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논의할 만한 제안이 있어야 합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SK측은 "LG가 정확히 어떤 영업비밀을 얼마만큼 침해했는지에 대해 명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높은 배상금을 요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SK 최종 패소 땐 엄청난 타격…ITC 최종 판결 후 합의 나올 듯

SK이노베이션은 ICT의 최종 패소 결정이 내려질 경우 LG측에 물어야할 천문학적 배상금은 물론, 미국 내 배터리 관련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최종 패소 판결시 이미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수주한 수십조원 규모 물량에 대해 손해배상을 해야 하며,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가동이 중단된다.

특히 기업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게 돼 향후 기업운영에도 큰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이에 SK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ITC의 최종 판결 후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도 크다.

ITC 소송은 민사소송으로, 최종 결정 이후에도 양사가 합의하면 소송 결과를 되돌릴 수 있다. 이에 SK가 최종 패소 판결을 받을 경우 적극적인 협상 의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ITC 최종 결정에 대해 어느 한쪽이라도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 경우 소송은 장기화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 소송의 종착역은 결국 양 사가 언제 합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합의가 지연될수록 소송은 장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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