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ANG·MS·테슬라 시총 합계 9조340억달러…美경제 '중심축' 부상
규제땐 중국과의 패권 싸움서 불리...'우호적 관계'로 돌아설것 전망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해 책임과 처벌을 면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연초부터 미국 증시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역대급' 시가총액을 기록하자 'IT규제 강경론'을 주장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의 시가총액 합계는 지난 5일 종가 기준 9조340억달러(한화 1경150조원)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술주들에게 수혜를 몰리는 상황이다. 

나스닥 상장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가 이달 초 기준 19조600억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7대 빅테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47.4%)에 육박한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빅테크를 겨냥한 반독점 규제의 고삐를 조일지, 아니면 중국과의 경쟁력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지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잘못된 규제로 공룡기업들을 억눌렀다가 중국에게 기술 패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바이든 "반독점 주범은 빅테크"...면책특권 폐지 찬성하기도

지난달만해도 주요 외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옥죄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로이터통신은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대규모 플랫폼 기업들을 겨냥한 '반독점 책임자' 제도를 신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제도가 정말 만들어진다면 빅테크를 겨냥한 첫 번째 압박 조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후보자 시절부터 빅테크 기업의 일부 행위가 "독점금지법을 위반한다"며 꾸준히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7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CBS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날카롭게 꼬집으며 "국제적 연대 속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UPI/연합뉴스]

일례로 플랫폼기업들의 면책특권을 규정한 '통신품위법(CDA) 230조' 폐지에 찬성의 뜻을 던기지도 했다. 

해당 조항은 사용자들이 제작해 올린 콘텐츠에 대해 소셜미디어 업체에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증권거래위원장에 개리 겐슬러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등 '반독점 규제론 ' 찬성파를 대거 배치하며 빅테크 잡기에 나선 모습이었다.

개리 겐슬러 지명자는 '신기술 분야엔 걸맞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인물로 바이든의 '빅테크 잡기' 프로젝트에서 주축이다.

◇ '반독점 규제' 나선 중국...미국에겐 기술주 키울 '골든타임'

하지만 이런 빅테크 규제가 현실화될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 중국과 기술 패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시장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IT기업을 억누르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법인세 인상 등 직접 규제에 나설 경우 미국의 시장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우려다.

또한 중국이 자국 기업의 독점행위를 잡기 위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오히려 미국의 빅테크 기업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야 할 때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8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반독점법 초안을 공식화한 새로운 반독점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소매업체들에게 자사 사이트만을 이용하라 압박했던 일부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행위들을 모두 금지된다. 

로이터는 "이번 반독점 법안은 알리바바 그룹의 타오바오, 텐센트의 위챗페이 등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했고, 중국 경제전문지 차이신은 "많은 학자들은 중국의 반독점법 집행이 지나치게 부실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이 7일 '(인터넷) 플랫폼 영역에 관한 국무원 국가반독점위원회의 지침'을 발표한 것에 대해 "앤트그룹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쳇페이 같은 전자결제 서비스에 영향을 줄 것"이라 전망했다.[사진=연합뉴스]

일단 빅테크 기업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역대급 로비공세에 돌입해 자사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오명을 벗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로비활동공개법에 따라 의회에 제출된 미국 기업의 1년간 로비액수를 공개하며 빅테크 기업이 역대급 돈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특히 연방무역위원회(FTC)와 46개 주(州)에서 독점금지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지난해 로비 액수는 전년보다 18% 늘어난 1968만달러(약217억원)로 집계됐다. 미국 기업 중 로비에 가장 많은 돈을 쓴 1위를 기록했다. 

페이스북은 현재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경쟁사들을 인수해 독점적 지위를 획득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재판에 임하고 있어 올해에도 관련 로비에 큰 지출을 마다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월가는 미국의 빅테크 기술주의 미래가 아직까지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미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에 대한 투자의견은 여전히 '매수'"라고 밝혔다.

로리 칼바시나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전략가도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기술주(빅테크)의 추가 상승을 이끌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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