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키워드 '도지코인'

[첨부이미지=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일본의 토착견 시바견의 얼굴이 그려진 암호화폐가 있습니다. 바로 '도지코인(dogecoin)'입니다.

이름도 낯설고, 사실상 정체도 불분명한 이 암호화폐는 현재 시가 총액이 100억달러 규모로 8번째로 덩치가 큰 암호화폐가 됐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도지코인의 가치가 2.5센트에서 이날 8센트 선을 돌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암호화폐 사이트 코인데스크도 7일 오후 10시29분(그리니치 표준시) 기준 도지코인이 8.7센트를 기록했다며 지난 24시간 동안 약 42% 급등세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족보도 없는 암호화폐가 혜성처럼 급등한 데에는 며칠 전 '트윗 활동을 중단(Off Twitter for a while)'을 선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게시글 하나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누가 도지코인을 풀어놨나(Who let the Doge out)'이라며 유명한 노래의 가사의 철자를 교묘하게 바꿔서 올려둔 게 투자자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든 것이죠.

머스크는 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결국 여기까지 왔군(it's finally come to this)"라는 트윗을 올렸다. 사진 중앙에는 래퍼 스눕독과 록 밴드 키스의 진 시몬스 등 도지코인을 지지한 이들의 얼굴이 합성돼 있다. [사진=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

◇ 그래서 '도지코인'이 뭔데요?

도지코인은 지난 2013년 젊은층 사이에서 잘 알려진 '시바견' 밈(인터넷에서 유행어와 행동 등을 모방해 만든 사진·영상)에서 탄생합니다.

당시 소프트웨어 개발자 빌리 마커스는 "장난 삼아 암호화폐를 만들어볼까?"라는 마음에 이 시바견 밈을 앞세워 도지코인을 빚어 냅니다.

이름도 참 단순하게 지었어요. 개를 뜻하는 영어단어 'dog'에 e를 붙여 도지(doge)가 된 것을 보면 말이죠.

이처럼 처음엔 대놓고 장난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농담 코인'이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를 진지하게 투자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도지코인에 주목하고 있는 사냥꾼이 있었으니 바로 IT업계의 공룡 '테슬라'를 운영하는 머스크입니다.

머스크는 먼저 지난달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패션잡지 '보그(Vogue)' 표지를 모방해 개를 모델로 한 가짜 잡지 '도그(Dogue)'의 이미지를 올렸습니다.

당시 레딧 등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선 머스크의 트윗을 '도지코인을 키우자'는 신호로 받아들였고 이날 하룻 동안 도지코인 가치는 800% 이상 뛰며 사상 최고가를 달성했습니다.

머스크는 지난 2일 트위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는데요, 무슨 이유 때문인지 다시 활발히 트윗에 열을 올리면서 투자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급등세에 보란듯이 머스크의 트윗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4일 머스크는 트위터 게시글에 "모두의 암호화폐"라는 글을 올렸고, 6일엔 "지구의 미래 화폐(The future currency of Earth)"라는 트윗을 올리며 투자자들의 어마무시한 관심을 쓸어모으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달부터 이달 7일(현지시간)까지 올린 트윗 일부. [사진=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 흥미로운데, 뭐가 문제인가요?

문제는 거대 주식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밈 암호화폐'가 우후죽순 탄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머스크의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단기 주가 변동을 일으킨 사례도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공매도 사태를 일으켰던 '게임스톱(GameStop)'의 주가 급등에도 레딧 이용자들이 만든 각종 밈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레딧의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에는 지난 4일 게임스톱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 상황을 영화 '300'에 비유한 밈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사진에는 "너의 위치를 지켜라! 게임스톱을 지켜라!(Hold your position! Hold GME!)"라는 글귀와 함께 영화의 한 장면이 편집돼 있습니다.

여기에 머스크도 "게임스통크!!(gamestonk)"라는 트윗을 올리며 사실상 투자자들에게 게임스톡에 투자하라는 말을 시사하기도 했죠.

블룸버그는 이 같이 가치가 폭삭 떨어진 게임스톱 외에도 올해 들어 100% 이상 가치가 상승한 일명 '밈 주식'이 16개에 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반짝 급등세가 언제까지 유지될 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단순히 짤 하나를, 그리고 머스크의 말 한마디를 믿고 투자하기엔 위험요소가 커 보입니다.

유행주기가 짧은 밈 주식은 단기간에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기 때문에 한 순간에 누군가를 웃게하고 망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에 미국 암호화폐 투자사 '갤럭시디지털'의 창업자인 마이크 노보그라츠는 "도지코인 투자 광풍은 곧 형편없이 끝날 것"이라며 "암호화폐 랠리를 이어갈 더 똑똑한 방법들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 [뉴스퀘스트의 오키도키]는 다양한 분야에서 '오늘의 키워드, 도움이 되는 키워드'를 뽑아 독자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코너입니다.

레딧에 개설된 대화방 '월스트리츠베츠'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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