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책평가硏 논문, 경계·심각 단계 발령 조건도 너무 높게 설정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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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국내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위기경보 발령 기준이 너무 높게 설정돼 실제의 심각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10일 내놓은 '국가 재난 위기 경보단계의 기여사망위험 비교:폭염과 미세먼지를 중심으로' 연구 논문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논문에 따르면 현행 미세먼지 위기경보의 '관심'과 '주의' 단계 기준은 실제로는 예경보 체계상의 가장 상위단계 수준에 해당하는 심각한 고농도 조건에 해당했다. 

현재 환경부는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상황을 사전에 알려 대비할 수 있도록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예보를 좋음, 보통, 나쁨, 매우나쁨 등으로 나눈다.

또 미세먼지 농도 수준과 고농도 지속 일수를 고려해 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하고, 경보의 경우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구분한다. 

환경부는 '경계'와 '심각' 경보 시에는 상황의 위중함을 고려하여 가용 수단과 자원을 총동원하는 전면적인 재난 대응에 들어간다.

예를 들면 민간부문 차량운행과 관련하여 '경계'에서는 자율 2부제, '심각'에서는 강제 2부제가 시행되며, 대중교통 증차 등 교통대책 수립도 병행한다.

그러나 연구진이 미세먼지에 대한 위기경보 기준을 살펴본 결과, 미세먼지의 경보 발령의 가장 낮은 단계인 '관심'은 예보상 '매우 나쁨(일평균 150㎍/㎥ 초과)'일 때 발령된다.

초미세먼지의 '주의' 단계도 실제론 '매우 나쁨' 단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부터 미세먼지 감축 정책을 펼쳐온 프랑스의 경보발령 기준과 비교하면 이런 경보단계가 매우 높게 설정돼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는 일평균 미세먼지의 농도가 50㎍/㎥를 초과할 경우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주의보를 발효한다. 이 경우 민감 체질의 시민들에게 오염 수준을 알리는 권고 수준이다.

80㎍/㎥를 초과할 경우 경보를 발령하며 차량운행 제한, 대중교통 티켓 할인 등 경감조치를 시행한다.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 기준의 절반 수준이면 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한다. 

연구진은 "국내 미세먼지 위기 경보의 '관심'과 '주의' 단계가 심각한 고농도 조건에 해당한다"며 "경계나 심각 단계를 발령할 수 있는 조건도 너무 높게 설정돼 있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국내 미세먼지의 경보 기준은 시간당 평균농도가 800㎍/㎥ 이상 2시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200㎍/㎥이상 2시간 지속되고 다음날 150㎍/㎥ 초과 예보가 예상되는 경우와 ‘주의’ 단계가 2일 연속된 후 1일 더 지속이 예상되는 경우 발령된다.

심각 경보는 미세먼지는 1시간 평균농도가 2400㎍/㎥ 이상 24시간 지속 후, 24시간 지속 예상되는 경우와 1시간 평균농도가 1600㎍/㎥ 이상 24시간 지속 후, 48시간 지속 예상 시 단계를 발령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의 심각 경보는 400㎍/㎥이상 2시간 지속되고 다음날 200㎍/㎥ 초과 예보가 예상되는 경우와 '경계’ 단계 2일 연속 지속된 후 1일 예상될 경우이다.

'경계'와 '심각' 경보 기준은 예보상 매우나쁨(미세먼지 151㎍/㎥ 이상, 초미세먼지 76㎍/㎥ 이상)의 기준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는 예보상 '매우나쁨'에 해당하는 위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관심'이나 '주의'단계라는 표현으로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경보단계 기준 [자료=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 논문 캡처]

이외에도 연구진은 2015~2018년 과거 통계자료를 근거로 경보 발령 일수를 살펴본 결과 폭염이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경우 '경계'와 '심각' 단계가 아예 발령되지 않았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폭염은 폭염 대책 기간 내내 '관심' 단계가 상시 발령되며, '주의' 및 '경계' 단계 발령 조건은 각각 폭염 주의보(일 최고기온 33도 이상 2일 지속), 폭염 경보(일 최고기온 35도 이상 2일 지속) 기준에 1일씩 지속일을 추가해 설정됐다.

연구진은 "전반적으로 폭염과 비교해 미세먼지의 단계 기준이 상대적으로 높게 설정돼 형평성 있게 위기관리가 수행되지 못할 수 있다"며 "미세먼지와 폭염의 위기 경보단계 기준을 유사한 수준으로 설정해 재난 관리의 효과성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난별 경보단계별 발령빈도 [자료=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 논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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