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변동성·당국 규제 등 풀어야 할 문제 수두룩...'거품 투기' 경계해야

미국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5일 오전 6시(한국시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4.53% 상승한 4만8838달러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최근 금융시장의 복병으로 떠오른 가상화폐가 주류 화폐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IT업계들만 비트코인에 대규모 투자를 하거나 자체 가상화폐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월가의 큰 손들도 연달아 비트코인 투자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사실상 가상화폐가 일상생활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일론 머스크의 대규모 비트코인 투자에 잇따라 월가까지 사활을 걸고 있지만, 실제 주류통화로 거듭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금융시장의 판도를 바꾸려면 가격변동이란 위험성과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 "머스크도 하는데 우리라곤 못하나"...월가 금융사들 '투자 검토 중'

최근 월가에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금융사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먼저 모건스탠리의 자회사 ‘카운터포인트 글로벌’은 비트코인 투자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주요외신에 따르면 카운터포인트 글로벌은 운용자산 규모가 1500억달러(약 166조500억원)에 이르는 대형 자산운용사로. 아마존 뿐만 아니라 줌(Zoom)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에 투자해 수익을 내고 있다. 

블룸버그는 “카운터포인트 글로벌이 비트코인이 적합한 상품인지 검토하고 있으며, 카운터포인트 글로벌이 비트코인에 투자하기 위해선 규제당국의 승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어 “비트코인을 취급하지 않는 월스트리트 금융기업은 경쟁사에게 고객을 빼앗길 위험이 높아졌다”며 “비트코인에 대한 업계의 새로운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금융기관인 뉴욕멜론은 지난 11일 자산운용 고객들을 위해 비트코인을 취급할 계획을 발표했다. 

프란시스 수아레즈 미국 마이애미 시장도 직원들의 월급을 비트코인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지난 12일 밝혔다. 카드결제 업체 마스터카드도 결제시스템에 가상화폐를 일부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8일(현지시간)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가상화폐 비트코인 15억달러(1조7000억원)을 사들였다고 밝히며 사실상 주류업계의 '가상화폐' 투자에 불을 지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미국 시장 밖에 있는 캐나다 금융당국도 사상 최초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 온타리오 증권위원회는 지난 12일 자산관리회사 ‘퍼퍼스 인베스트먼트’의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소식에 비트코인은 5000만원을 넘긴 뒤 얼마 되지 않아 5300만원 선까지 치솟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15일 오전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전날 장중 5311만원까지 치솟은 뒤 이날 오전에도 5300만원 선을 넘어 거래되고 있다.

◇ 비트코인 ‘장밋빛 전망’은 위험…투기 거품 빠질 수도

하지만 현재 비트코인이 가격은 거품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가격 변동성 등 아직 가상화폐 시장이 풀어야 할 숙제가 쌓여있기 때문이다. 

실제 비트코인 가격은 2017년 사상 최고가인 2만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중국 정부의 가상화폐 단속 등 여러 변수로 2년 만인 2019년 3월 3000달러까지 급락했다.

또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바이든 행정부의 주축으로 자리잡으면서 비트코인에 대한 전망도 그렇게 밝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옐런 장관은 최근 “비트코인이 주로 불법적인 활동에 사용된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비트코인 사용을 축소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돈세탁이 이뤄지지 않도록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만약 비트코인이 주류 화폐로 자리를 잡으려면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아 사실상 일반적인 화폐 역할을 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가상화폐의 주류 편입이 확대되면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대표적인 가상화폐 지지자인 헤스터 피어스 위원은 이날 '명확한 규칙 마련이 시급하다'며 사실상 무분별한 투자를 경계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15일 오전 서울 빗썸 강남센터 암호화폐 시세 현황표. [사진=연합뉴스]

한편 일부 외신들은 이번 '가격 거품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테슬라 창업자를 비롯한 '모멘텀의 메시아들'이 눈 깜짝할 사이 수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며 "불행하게도 새로운 신화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에 이어 대형 금융사들까지 연달아 비트코인에 관심을 쏟으면서 이들을 신뢰하는 애꿎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투자자들이 어리석지 않고 현명해지기 위해선 이들의 정보력을 고려해야 한다"며 "월가의 내부자들도 (단순히) '학식 있는 추측' 정도만 하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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