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모뎀칩에 4나노 기술 적용·하반기 양산...TSMC 보다 먼저 미세공정 실현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이 최신 5세대 이동통신(5G) 모뎀칩을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클린룸 내부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대만 TSMC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가 '잘하는 분야에서 더 잘하기'에 나섰다.

미 반도체 통신장비업체 퀄컴의 차세대 5G(5세대 이동통신) 칩을 4나노 공정으로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로 낙점되면서 '미세공정 기술'을 차별화 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키우는 TSMC을 앞지른다는 계획이다. 

◇ 퀄컴 손 잡은 삼성...시너지 효과 빛 볼 듯

주요 외신과 업계는 최근 계속해서 퀄컴의 차세대 모뎀 칩 '스냅드래곤 X65'와 하위 모델 'X62'의 생산을 삼성전자가 주도하게 됐다고 보고 있다.

스냅드래곤 X65는 4나노(nm) 미세 공정이 필요한 제품으로, 사실상 삼성전자에게는 지금까지 주력한 공정기술인 5나노 다음으로 새로운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퀄컴과 삼성이 함께 만들게 된 칩은 스마트폰에서 데이터를 주고 받는 데 척추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늦어도 하반기에는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5G 칩 중에선 최초로 데이터 전송속도 10Gbps를 구현해 사실상 4세대 이동통신인 LTE 모뎀칩보다 100배 빠른 성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양사는 기존에도 협력을 지속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남다른 시너지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 파운드리는 퀄컴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스냅드래곤 888'을 단독으로 생산하고 있다. 퀄컴이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이전부터 인정해오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삼성전자와 TSMC는 2019년 비슷한 시기에 5나노 개발에 성공하며 공정기술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미세공정 기술 확보가 곧 '미래 경쟁력'

삼성전자가 퀄컴과의 협력을 추진하는 데에는 미세공정 분야에서 TSMC를 앞지르겠다는 포부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인텔에 이어 글로벌 반도체 2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TSMC에 밀리며 '2등' 자리도 뺏긴 상태다.

TSMC는 올해 30조원 가량의 설비투자를 투입해 삼성전자 등 경쟁사간 기술 격차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삼성전자가 택한 생존법은 바로 '틈새 공략'이다.

'나노'라는 단위 앞에 매겨진 숫자의 크기로 각 사의 경쟁력이 입증되는 만큼, 더 작고 미세한 공정기술로 TSMC를 앞지르겠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파운드리 업계에서 첨단 공정의 주축이 7·5·3나노로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3나노가 상용화되기 전 단계인 4나노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업계에선 TSMC가 올해 하반기까지 4나노 공정에 도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현재 1세대 4나노 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하반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2세대 4나노 공정인 LPP(Low Power Plus) 공정 개발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도 관련 개발에 매진하고 있지만 사실상 양산 시점이 삼성보다는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사업장. [사진=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

한편, 이번 퀄컴의 결정에 삼성전자와 TSMC의 경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양사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3나노 공정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더 작고 성능이 뛰어난' 반도체를 제조하기 위한 기술 선두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자동차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반도체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누가 더 많은 러브콜을 수용할 수 있을지 주목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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