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서 13억달러 현금·가상화폐 빼돌린 해커 3명 기소...바이든 대북 정책에 영향 줄까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북한 해커들의 범죄행각이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북미관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조 바이든 신행정부가 대북정책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는 와중에 북한의 대대적인 사이버범죄가 드러나면서 미국이 '총체적 조사'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미 법무부는 북한 정찰총국 소속 3명의 해커를 기소했다. 이들은 박진혁, 전창혁, 김일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년 12월에 제출된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부터 수년간 전 세계 은행과 기업에서 13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의 현금과 가상화폐를 빼돌렸다.
파괴적인 랜섬웨어 바이러스 '워너크라이'도 만들어 은행과 가상화폐 거래소를 해킹하는 등 대범한 범죄 행각을 저질렀다. 피해자 컴퓨터에 손쉽게 침입할 수 있는 악성 가상화폐 어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기도 했다.
미 검찰은 이들이 2017년 슬로베니아 기업에서 7500만달러, 2018년엔 인도네시아 기업에서 2500만달러, 뉴욕의 한 은행에서 1180만달러를 훔치는 등 불법적으로 돈 주머니를 채웠다고 보고 있다.
◇ 교묘하게 빈 곳간 채웠다...해킹으로 번 돈 '핵무기 개발' 땜질
미국이 북한의 사이버 악행을 주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의 범죄 행각이 날이 갈 수록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커들이 속한 정찰총국은 북한군의 정보기관으로, 현재 '라자루스 그룹', 'APT38' 등 다양한 명칭으로 알려진 해커조직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러시아 해커들과 악성코드를 개발하며 해킹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엔 지리산 자락에서 체포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배후에 북한 해커들이 있었다는 점도 밝혀졌다.
이들은 한국 대부업체를 해킹해 입수한 개인정보를 판매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사이버 범죄에 유독 주력하고 있는 이유가 핵무기·미사일 등 자국의 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특히 사이버 금융범죄에 주력하는 이유는 위험도가 낮고 저비용으로 높은 이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주요 외신들은 북한이 '편리한 돈벌이(convenient money-spinner)' 수단을 모색하며 국제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했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최근에도 백신을 제조하는 다국적 제약회사와 외국 정부의 코로나 구제기금 등에 접근하며 해킹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 '동맹 강화' 중시하는 바이든...대북정책 고삐 조이나
때문에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물론 이번에 드러난 북한의 행각은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에 일어나긴 했지만, 현재 대북정책을 구체화하는 시점에서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불법 행위를 쉽게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양국의 관계가 2019년 북미정상회담 이후 약 2년간 정체돼 있는 가운데 이번 소식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전통적인 동맹을 중요시하며, 대북 활동의 주축인 주한미군 주둔을 지지하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등 동맹국과 함께 북한을 공동으로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임기 내 북한과의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낮고,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 강력한 대북 압박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주한미국대사관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문제가 시급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북한의 도발 징후와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포괄적인 대북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기소를 계기로 북한의 악의적인 해킹 관행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의 대북정책 검토는 북한의 악의적인 활동과 위협을 총체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북한의 악성 사이버 활동은 우리가 주의 깊게 평가하고 주시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북한의 사이버 활동은 미국을 위협하고, 전 세계의 동맹국과 파트너들을 위협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안보를 위해서라도 악행의 뿌리를 뽑아버리겠다는 포부를 보였다.